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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생활의 추억.jpg (스압, 전경)
게시물ID : military_73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꿈도령
추천 : 20
조회수 : 159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2/09/25 11:21:32

오유에 남기는 첫 글이므로 품격있는 음슴체로 쓰겠음.

 

밀게 글을 읽다가 폭풍필 받아서 본인의 군생활에 대한 회상을 해보자 함.

 

육군 얘기가 아닌건 함정. 재미없고 스압있는 글인건 센스 충만한 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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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생일이라 친구들보다 1년 늦게 신검을 받음. 군대를 가겠다고 생각하고

 

학교를 휴학 후, 쓰러져가던 동네 겜방에 매일 출근도장을 찍으며 겜방주인이

 

짜파게티를 무상으로 끓여 제공해주는 정도의 친분을 쌓게될 무렵 낯선 우편물

 

이 날라옴. 102보충대로 오라고함. 주위에서 말림. 전방가서 돋된다고 연기하라함.

 

팔랑귀임. 연기했음. 또나옴. 102보충대, 그것도 본인의 생일날... 또 연기했음. 또

 

날라옴. 혹시나 했으나 역시 102보충대 였음. 나의 데스티니는 102보와 함께한다고

 

판단하고 GG치고 감. 102보 3일차에 전 훈련생들을 강당으로 집합시킴. 목사님이

 

강단에서 이등병의 편지를 열창하심. 버퍼링없는 폭풍눈물을 시전 후 군대온걸 실감.

 

선배들이 전방에서 홀수인 사단으로 가면 돋된다고 했었음. 당당히 15사단 신교대로

 

당첨됨. 신교대로 배송되는 동안 창밖에는 마린이 들어가는 벙커스러운게 보이기시작.

 

점점 인적이 드물어짐. 산속에 있는 운동장에 버스가 멈추고 가가멜 닮은 여자 소대장

 

이 나와서 무섭게 소리침. 사방은 산이었음. 하늘엔 매가 날라다녔음. 10월임에도 추웠음.

 

그 순간 먼저 군대가서 상병달고 있던 친구들이 생각남. 그리고 그 친구들이 처음으로

 

대단하고 존경스러웠었음. K2라는 총의 정확성과 전방수류탄의 위력을 체험하고 신교대

 

생활이 끝날 무렵, 전경으로 일부 인원이 차출된다고 하는 말을 들음. 한줄기 빛과같았음.

 

절실히 원하면 이뤄진다고 했었나. 전경으로 차출이 되어 6주만에 싱그러운 사제 향기를

 

맡으며 강원도와 이별하고 경찰학교로 후반기 교육을 받으러 감. 천국이었음. 매점 자유

 

이용에 줄담배를 시전할 수 있는 곳이었음. 밥은 짬밥과 틀린 사제 급식업체 식단이었고

 

상콤상콤한 여경 언니들을 오가며 보면서 마음은 이미 전역자였음. 폭풍 전야와 같은 2주

 

간의 꿈같은 시간이 지나고 경기도의 한 경찰서로 배치를 받게됨. 무서워 보이는 고참들이

 

하나둘씩 어디선가 들어왔음. 그중에 가장 무서워 보이는 고참이 라면을 끓여줌. 물이 거의

 

없는 푸라면 4개를 끓여주고 다 못먹으면 사망할지도 모른다고 예고해줌. 아프리카 푸드

 

파이터 BJ가 된 기분으로 먹었으나 다 못먹은건 함정. 조용히 점호 끝나고 보자고 귓말을

 

했음. 고래잡을때 다리 떨렸던 것 보다 약 1.8배 정도 더 떨렸음. 점호가 끝나고 막내왔다고

 

분대장(전경은 당직 경찰관이 분대장 역할을 함)이 치킨 3마리를 시켜줌. 고참들 안먹고

 

다 침상으로 올라가 티비보기 바쁨. 푸라면을 사랑하는 고참이 또 귓말함. 이것도 다 못먹

 

으면 레알 사망이라고. 그런데 좀 미안했던지 바로 윗 선임을 지원군으로 불러 같이 먹게함.

 

그 선임은 적응했는지 아주 맛있게 먹었음. 푸라면과 치킨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있는 상태로

 

첫날밤이 지나가기는 개뿔. 잠깐 잠들었는데 누군가 이마를 살짝 터치함. 다행히 관등성명

 

바로 나오면서 깸. 1분내로 정문초소로 워프하라고 함. 돋나게 뛰어갔더니 무서운 고참들이

 

셋씩이나 있었음. 신입 환영을 조금 격하게 해줬음. 몸에 기스가 살짝남. 약 2시간에 걸친

 

환영행사가 끝나고 약 1시간정도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겨우 잠들었을 무렵 점호시간이 옴.

 

4번 접힌 A4용지가 몇대를 건너왔는지 자칫 잘못하면 찢어질 정도의 예민함을 보였고, 그 안에는

 

'막내생활'이라는 일종의 지침서가 깨알같이 써져있었음. 그리고 부록으로 직원들 차량번호와

 

잡다한 내용들이 적힌 종이도 증정받음. 신병의 암기력을 테스트하는 좋은 취지라 판단되는

 

퀘스트 였지만, 돌머리인 본인의 머리를 알게된 계기가 되었음. 무엇보다 힘들었던건 제한되는

 

언어. '네 알겠습니다. 아닙니다' 이 두가지만 가능했기때문에 의사표현을 하기위해선 오버하지

 

않는 선에서의 안면근육을 통한 액션이 필요했음. 그중에 가장 유용했던건 불쌍한 표정과 급한

 

표정이었음.

 

대충 돌아가는 분위기를 파악한 이경(이등병)시절 어느날, 첫번째 죽을 고비를 맞게됨. 112타격대

 

운전병 부사수라 차량관리도 했었음. 전날 새벽근무때 못마셨던 소주를 고참의 권유로 다량 흡입하고

 

다음날 점호후 차량점검을 위해 시동을 걸었음. 잠시후 따뜻한 바람이 나오고 5분만 졸자고 미친척

 

차안에서 자버린게 1시간이 지나버렸음. 푸라면 좋아하는 고참이 사랑하는 막내가 없어져서 눈물을

 

흘리면서 걱정할 무렵 한달위 선임이 차안에서 본인을 찾아냄. 그 순간 머릿속에 필름처럼 살아왔던

 

순간이 쓱 지나가면서 마음의 준비를 함. 하지만 아직도 살아있는건 함정.

 

 

일경(일병) 5개월까진 무조건 뛰어다녀야했음. FPS 게임을 좋아했던 본인은 사플을 좀 했기때문에

 

근처 50m내에 고참의 발소리가 들리면 그때부턴 뛰는 시늉을 했음. 그래서 항상 뛰는 모습을 보였고

 

그러한 면 때문에 실세인 푸라면 고참은 본인을 좋게봄. 신년을 맞이해서 육군에선 상상도 못할 스타

 

크래프트 대회가 있었음. 난 개념있는 막내였음. 마린 한부대에 메딕 2마리만 만들었음. 공격을 가지도

 

않았음. 고참의 무탈 두마리가 본진에 난입하고 녹아내렸음. 고참은 육성으로 '수박'을 외치더니 어디서

 

본건 있었는지 'GG'를 치고 게임을 나갔음. 폭풍같은 점호가 상상됐음. 하지만 조용히 넘어간건 함정.

 

대회 1등해서 3박4일의 특박을 받음. 운전교육대에서 1종대형면허 한방에 따서 붙은 3박4일 특박과 합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6박7일의 첫 휴가를 나가게됨.

 

 

상경(상병)이 될무렵 보직이 더 생김. 육군의 행정반의 개념에 속하는 경찰서의 경비계에서 잡다한 행정

 

사무 심부름 등등을 하게됨. 컴퓨터를 오래 접해와음. 이상이 생기면 정보통신계 직원보다 본인을 먼저들

 

찾았음. 고쳐줌. 용돈을 짭짤하게 받음 우왕. 또또샵과 플래시 등을 소싯적 배워놔서 여러 부서에서 브리핑

 

자료에 넣을 참고자료등의 제작을 부탁했음. 그래서 본의 아니게 본인의 업무컴이 생김. 경찰 인트라넷

 

(경찰 내부망)에 군바리를 위한 홈페이지가 있고 스타 프리섭도 운영되고 있었다는걸 알았음. 신선한 충격

 

이었음. 그리고 결심했음.

 

'라그나로크 프리섭을 만들어야겠다'

 

클라이언트 용량만 약 2G였음. 직원들 퇴근후 전 컴퓨터에 ftp를 풀가동해서 전국의 전의경들에게 배포시켰음.

 

본인이 운영자였고 일주일 후임(전경은 일주일차이도 동기가 아님)이 부운영자로 해서 거의 24시간 풀로 본인

 

컴을 서버로해서 게임을 돌렸고 급기야 동접자 약 100여명 수준에 이르렀음. 인트라넷 내에 홈페이지도 만들

 

어서 더욱더 활성화를 시켰음. 군바리들만 하는 게임이라 어색한 상황도 많았음. 게임내 챗에서 '김개똥 수경님

 

파티 드릴지 말입니다' 라는 식의 군대 용어를 썼음. 그리고 여자캐릭이 남자캐릭보다 많았음. 급기야 결혼하는

 

선후임도 있었음. 이렇게 열심히 뻘짓하는 동안 시간은 흘렀고 어느덧 전역자들이 하나둘씩 생겼음. 만랩을

 

225로 설정해놨었는데 전역 전날 밤새 만랩찍고 가던 경기도의 한 의경이 생각남. 과도한 트래픽및 인트라넷내

 

불법 게임서버등을 개설하고도 군생활내에 적발이 안된건 함정.

 

 

상경(상병) 다섯달쯤 되자 위에 있는 고참들은 이미 내편이었음. 본인이 게임과 음악을 좋아하고 윗 고참들도

 

코드가 다 맞아서 그런지 트러블 조차 없었음. 사회에 있을때 전자기타와 건반을 즐겨 연주했고 밴드도 했었음.

 

경찰서 전경 11명중에 다행히도 드럼치는 후임 한명과 노래좀 하는 후임이 있어서 밴드나 결성해보자고 말했음.

 

그리고 다음날 밴드 결성의 필요성과 시너지효과에 대해 설명한 보고자료를 만들어 윗분께 말씀드렸고 바로OK됨.

 

하지만 악기가 아무것도 없는게 함정. 외박나간 후임이 동아리방에서 버리려고 쌓아놓은 드럼을 경찰서로 가져옴.

 

본인도 기타와 잡기자재를 챙겨서 부대 복귀함.

 

근데 여기서 군생활의 위기가 또 찾아옴.

 

경기경찰청장이 경찰서에 방문함. 육군으로 따지면 중장쯤 되리라 생각함. (틀리다고 태클걸면 찌질이) 경찰서

 

브리핑 자료에 당당하게 '경찰서내 전의경 그룹사운드를 결성해서 선후임같에 화목한~ 블라블라'라고 말했고

 

그 말을 들은 경기청장은 브리핑 끝나고 공연을 볼 수 있냐함. 경찰서장이 눈치를 보며 당연히 가능하다고 함.

 

사실 11명으로 돌아가는 전경 인원으로 정문근무, 112타격대 출동, 상황실근무 등등으로 빽빽하게 돌아가는

 

상황이라 연습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음. 고로 연습은 개뿔 이름만 있는 그룹사운드 였던것임. 브리핑 끝나기

 

10분전의 일촉즉발 상황이었음. 당시 드라마 불새의 오스트로 유명한 이승철의 '인연'이 떠올랐음. 왠지 노인네들

 

도 알만한 노래였다 판단했고 본인이 가끔 피아노로 연주했던 곡이었음. 롹밴드를 지향했던 우리 밴드의 첫 실전

 

곡은 인연이 된거임. 튜닝 나간 강당 피아노와 드럼, 그리고 걸걸한 목소리의 보컬로 한번도 안맞춰본 곡을 연주했고

 

반응은 예상외로 뜨거웠음. 지방청장은 매우 흡족한 표정으로 돌아갔다고 했음. 안도의 한숨을 쉼.

 

그 사건이 잊혀질 무렵 정문으로 걸려오는 한통의 전화. '야 지방청에서 너희 공연하러 오래' 읭? 이건 뭔가 싶었음.

 

일이 커지고 있다는걸 직감함. 지방청 행사를 핑계로 후임들 근무를 조정해서 틈틈히 연습함. 윤밴 버전의 담배가게

 

아가씨와 돌고돌고돌고 두곡만 연습했음. 역시 베이스기타가 없어서 뭘 연주해도 없게 들렸음. 그와중에 의경중에

 

음악좋아하는 친구가 있었고 키보드로 베이스기타 소리를 눌러줬음. 우린 프로그레시브롹을 하는 밴드 같았음.

 

기타앰프가 없어서 휴게실에 있던 노래방 믹서와 스피커를 활용했고 그걸들고 지방청까지 갔음. 당시 전의경 어머니회

 

라는 조직이 발족되고 초청 무대 때였던 터라 관객은 대부분 어머님들이었음. 어머님들 박수 열심히 치는데 표정은

 

전쟁영화보는 우리 어머니의 그것 이었음. 지방청장으로부터 금일봉과 특박을 하사받고 룰루랄라 경찰서로 복귀했음.

 

그때부터 뭔가 우리 밴드가 경찰서의 홍보대사가 된듯했음. 관내 어린이집 원생 40여명이 경찰서에 견학을 오기로 했는데

 

그 앞에서 공연을 하라는 거임. 자주가는 음악 포털사이트에 질문 올림. '애들 앞에서 공연해야하는데 뭐가 좋을깝쇼'

 

'피구왕 통키, 슈퍼그랑죠, 올챙이송' 등등의 의견이 나왔음. 지금 애덜이 통키랑 그랑죠를 알리가 없다고 판단해서 올챙이

 

송을 롹으로 나름 편곡하여 연주했는데 반응이 뜨거웠음. 어린이집 원장님과 선생님들이 경찰서 홈페이지에 감사글 올림.

 

그래서 경찰서에서 상받음. 상장만 줌. 선물이나 금일봉없이.

 

끝나지 않을듯했던 군생활은 어느덧 끝났고 예비군도 끝난 지금. 회상해보면 그때가 가장 즐거웠던듯 함. 얻은것도 많았음.

 

육군 전방체험 6주동안 느낀것과, 공군, 해군, 해병대, 교도대 등의 여러가지 현역생활이 있지만 어디든 힘들고 어디든 재밌음.

 

곧 군대에 가는 오유인들이 이 글을 보고 조금은 군생활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길 바람. 참고로 글 초반부에 나왔던 이경때

 

얘기는 최대한 필터링 한 것임. 하지만 요즘은 군대에 고참의 손안마가 사라졌다고 하니 그 부분도 안심해도 될듯함. 그런데

 

개인적으로 군대에 적당한 손안마는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1人임.

 

소싯적 웹상에도 조금 나돌았던 사진으로 추정되는데 본인의 실사가 맞음. 사진 몇장 투척하고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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