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기숙사 생활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제가 그린 그림을 몇 장 벽에 걸어 두었었는데, 그게 문제였던 거죠.
어는 날, 방문을 두들기며 한 여인(저 보다 나이 한참 많은 한국인)이 전도하러 왔어요. 몇 마디 들어 보니 여호와의 증인이더군요. 이 종교가 이단 취급 받잖아요? 이단인지 어떤지 전 관심 없고, 그저 기독교한테 까인다는 이유로 좀 측은히 여겨지더라구요. 그래서 얘기를 좀 주고 받았죠.
여: 왜 하나님을 믿지 않으세요? 그 분은 존재하십니다.
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존재를 인정한다는 믿음과 신을 섬기는 믿음은 다른 거잖아요?
뭐 이런거..
얘기를 좀 주고 받다가 "누추하지만 방안으로 들어오셔서 차 한잔 나누며 얘기할까요?" 했더니 활짝 웃으시며 고맙다고 하시더라구요.
딱 방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제 그림을 보시더니 사색이 돼어 뒷걸음질 치더군요. 인사도 안하시고 도망가버렸어요.
제 그림이 그렇게 무서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