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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취향을 알고 싶다면 자기가 만든 걸 살펴보면 됩니다
게시물ID : animation_3580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apercraft
추천 : 7
조회수 : 722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5/10/18 01:59:37
 
제가 글을 쓸 때엔 대충 이런 식의 과정을 밟습니다.
 
 
1. 뭔가 떠올린다
 
2. 일단 괜찮은지 안 괜찮은지 계속 가지를 뻗쳐본다.
대부분은 여기서 아웃 판정 먹습니다. 어디서 본 것 같거나, 너무 단편적이거나, 혹은 귀찮다던가....
생각의 90%가 귀찮아서 버려지는게 함정
 
3. 쓸만하다고 여기면 일단 쓴다.
대사나 장면, 상황 위주로 최대한 머리 속의 상황을 '간단하게' 씁니다. 얼마나 간단하냐구요
다음에 봤을 때 '내가 무슨 생각으로 이걸 썼더라... 아, 그랬지?' 라는 기억은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물론 남이 보면 뭔소린지 못알아봅니다. 오직 나만 알아볼 수 이쓰요.
나만읽을수있는 글 나를위한 뻘글
 
4. 이내 쓰다 흥미를 잃는다(.........)
...라고 표현했지만 생각이 끊겼는데 충분하게 이어질만한 생각이 안 나면 멈춥니다.
혹은 귀찮아졌거나 생각하기를 그만두고 싶어진다면 멈춥니다.
 
5. 언제 썼는지 알아볼 수 있도록 날짜를 박아두고 저장은 해 둔다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되었습니다. 왜 제목을 안 쓰냐면.....
제목 생각하기도 귀찮고, 어차피 열나게 제목 지어서 생각해봤자 아무 쓸모가 없거든요
어차피 지어봤자 버릴 제목
 
6. 1번으로 돌아가서 5번까지 반복한다
 
7. 자괴감을 가지면서 나는 굼벵이와 자벌레 사이의 무언가가 아닌가 자괴하며 저장고를 뒤적여 본다
이 때 주르륵 읽어내려가다보면 '내가 참 무슨 정신머리로 이런 걸 떠올렸나'싶은게 꽤 됩니다.
확실한 건 어디에도 볼 수 없는 내용이긴 한데, 문제는 어디에도 볼 수 없는 이유가 다 있는 물건이다 이거죠
 
8. 시간 지났어도 나쁘지 않겠다 싶은 걸 잡아낸다
경험인데, 지금 바로 만들어다 봐서 괜찮다 싶은 것들은 나중에 보면 처참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니 괜찮다 싶은 건, 까먹고 난 뒤에 '내가 이런 거 썼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계속 읽어내려가는 그런 거죠.
 
9. 하지만 대체 내가 무슨 생각으로 이걸 썼는지 감당이 안되서 이어나가질 못한다
(........)
 
10. 좀 더 뒤져본 뒤 괜찮은 거 몇개를 구해다가 적절히 자르고 갖다 붙인다
하나를 뼈대로 잡은 뒤에, 나머지에서 완전히 써먹진 못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싶은 내용을 찾아다 붙입니다.
이렇게 해서도 구제가 안 되는 경우엔.....
 
11. 그리고 다시 저장고행
안녕, 다음에 내가 까먹을때까지 잘있으렴(....)
 
12. 이걸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좀 더 보강하면 뭔가 나올 것 같은게 하나 정돈 생긴다
 
13. 12번을 완전히 새로운 뭔가를 쓸 때 보충재로 활용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12번까지 과정을 거쳐서 만든 게 뼈대로 쓰이진 않는다는겁니다
대체 난 여태까지 뭘 한 걸까
 
14. 슬슬 거의 다 만들어지면 저장고로 보낸다(..........)
 
15. 1번으로 돌아간다
여태까지 뭐한겨
 
 
대충 이런 과정을 거쳐서 무한한 도돌이표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와하하.
뭐, 완성품따윈 없지만 덕분에 제 정신나간 두뇌가 무슨 생각을 떠올렸는지에 대해 알아볼 수는 있습니다.
순전히 '내가 생각을 떠올려서 땡기면 쓴다'는 조건을 충족해야만 남거든요
내 취향 아니면 생각이 떠오르지만 버린다!
 
 
그런데 왜 제가 이런 소리를 꺼내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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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같이 써놓은 것들이 죄다 사방팔방으로 튀어서 제 취향이 뭔지를 도저히 못알아먹겠거든요
정작 전함이나 전차나 병기 다루는 건 하나도 안썼잖아 뭐야 취향이랑 안맞잖아
 
뭐.... 생각이 항상 취향에 맞아떨어지라는 법은 없지만 말이죠. 핳핳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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