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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날 교실, 꿈에 스며든 눈빛으로 훔쳐보았다
게시물ID : readers_358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끼요오오옷
추천 : 3
조회수 : 60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6/15 21: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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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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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 펴진 교실, 선풍기 바람에 종잇조각이 보스락댔다

연두색 베이식 커튼에 여과된 미지근한 햇살이 어깰 주무르는 오후

앞자리 조는 학생 힘 풀린 손에서 샤프가 굴러떨어지자 주워주는 자상한 노선생님은

창밖으로 먼 발소리도 들리지 않는 운동장을 괜스레 내다보시곤

반 아이들에게 낮잠이나 자자며 자기 교과서를 덮으셨다

불이 꺼지고 책상에 엎드려 단체로 한 그늘을 덮는 낯선 분위기를 이내 실감한다

여느 때와 달리 아날로그 시계 초침 사이가 길게 느껴지던 재깍거림이 벽에 반사돼 울려 퍼졌다

감긴 눈꺼풀 안쪽에 감도는 희끄무레한 미상의 빛무리를 몇 분이나 의식했을까?

팔짱 안으로 숙인 고개를 기웃해보니 드리운 옅은 어둠이 만든 아늑함이

마치 더운 공기 아래로 가라앉는 조금 찬 성질의 촉감처럼 들이쉬어지는 기분이었다

약하게나마 나무 냄새를 풍기는 낡은 마룻바닥은 물관이 다시 흐른 거 같이 알맞게 서늘했다

편하게 늘어뜨린 팔근육에 한쪽 뺨을 괸 채 땀기로 인해 살과 살이 착 달라붙은 부동의 상태서

눈만 껌벅이면서 점점 두뇌가 맑아지는 휴식이었다

여름낮 짧은 단잠서 저절로 깬 시선을 허공에 박고 시야의 주변부가 느린 장면들로 인식된 가운데

천장에 단 선풍기가 좌우로 돌아가며 목덜미를 훑는 바람이 한 여자애의 긴 잔머리칼 몇 오라기를 이리저리 눕혀댔다

복도로부터 흘러들어온 빛의 입자는 교탁까지 못 미치는 농도의 단계로 번지고

아까에 비해 해가 기울어 자연광이 창가에만 비스듬히 걸쳐진

암전된 실내에서도 어떻게 뚜렷한 윤기 머금는 소녀의 머릿결은 신기할 정도로 귀해 보였다

무심코 뒷모습을 훔쳐봤지만 들켜도 무방하단 투로 눈빛을 거둘 수가 없어

상상 속에서 소녀에게 아주 예쁜 말을 많이 들려주고 싶었다고 고백한 순간

얼굴을 내 쪽으로 돌린 그 아이 그리고 놀라서 캑캑, 모기라도 삼킨 척한 나

설렌 맘 새 나간 호흡이 가늘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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