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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진정한 의느님이십니다.
게시물ID : humorbest_3589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나익키
추천 : 206
조회수 : 18509회
댓글수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05/30 21:39:35
원본글 작성시간 : 2011/05/30 21:31:17


“1차 수술만 10시간… 다시찾은 미소에 뿌듯”
 
《2009년 11월, 한석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외과 교수(51)는 승용차 라디오에서 이른바 ‘조두순 사건’ 소식을 들었다.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후 두 달이 지났는데 한 의료기기 회사가 피해자인 나영이(가명)에게 평생 동안 무료로 배변주머니를 공급하겠다는 얘기였다. 2008년 12월 당시 8세였던 나영이는 등굣길에 끔찍한 성폭행을 당했다. 대장을 비롯한 장기가 몸 밖으로 쏟아져 나왔고 항문도 파열됐다. 응급수술을 한 의사는 손상이 심한 대장을 다 잘라내고 항문을 막았다. 그리고 배변주머니를 달아 소장과 연결했다.》
 




선천성 기형, 담도폐쇄, 탈장 등으로 고통받는 소아환자들을 1년에 700회 이상 수술하는 한석주 교수. ‘조두순 사건’ 피해자를 수술한 그는 “소아 수술은 어른과 달라 쉽지 않지만 편한 길보다는 어려운 길을 선택하는 게 옳은 것 같다”고 말한다. 김미옥 기자 [email protected]

 
내가 나서겠다!
 








○ 귓가를 맴돈 나영이 사연
 
많은 사람들은 나영이가 평생 배변주머니를 차고 살아야 한다는 소식에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왜 나영이가 항문 없이 평생 살아야 할까. 항문 없이 태어난 아이들한테도 항문을 만들어 줄 수 있는데….”
 
선천적으로 항문이 없는 아이에게 인공항문을 만들어주는 수술을 여러 번 했던 한 교수는 뉴스를 듣고 혼잣말을 했다.
 
그가 가입한 산악자전거 동호회원들은 “왜 가만있느냐. 의사로서 책임감을 느끼지 않느냐”며 질책했다. 그때부터 그의 머릿속에서는 나영이가 떠나지 않았다. 

한 교수의 고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이내 “내가 항문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으니 나영이를 한번 보겠다”고 나섰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한 교수에게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 쉽지 않은 도전
 
나영이의 상태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한 교수는 대장을 제거했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그래도 조금은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해부학적으로 장이 다 빠져나올 수 없고 대장 전체를 다치기란 힘들기 때문. 

한 교수는 “정말 대장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 놀랐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울 수 있겠단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희망은 보였다. 대장은 없지만 괄약근은 70% 정도 남아 있었다.
 
2010년 1월 6일 1차 수술이 시작됐다. 한 교수가 수술을 위해 엉덩이와 배를 열자 뒤엉킨 장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염증도 심했고 흉터도 많았다. 특히 골반 쪽에는 염증이 돌덩어리처럼 굳어 있었다. 대장을 대신할 소장이 놓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았다. 작은 나영이의 몸을 치료하는 한 교수의 손은 여느 때보다 정밀하게 움직였다.
 
한 교수는 1자로 돼 있는 소장을 J자로 만들었다. 장이 1자 상태면 배변을 조절할 수 없다. 항문도 복원시켰다. 

1차 수술은 10시간 넘게 걸렸다. 인공항문을 이식하는 수술은 대개 4시간 남짓 걸린다. 하지만 그보다 두 배 이상 걸린 대수술 끝에야 가운을 벗고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해 8월 소장과 항문을 연결하는 2차 수술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배변주머니도 떼어냈다. 이후 인체 조직에 인위적 자극을 줘 본래 기능을 회복하도록 하는 ‘생체되먹임’ 요법 치료가 이어지고 있다. 

한 교수는 “현재 일반인에 비해 80% 정도 배변 기능이 회복됐다. 계속 치료한다면 95%까지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연 임신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새 삶 찾은 아이들의 미소
 
한 교수는 올해로 18년째 소아외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다. 처음엔 외과 의사를 생각했다. 이유는 ‘수술을 통해 사람이 살든지 죽든지’ 결론이 나오는 일을 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학생 때 본 선배 외과 의사들은 그렇지 않았다. 수술을 마친 환자의 삶은 곧 의사 어깨에 부담으로 얹어졌다. 소아외과는 그나마 가벼울 거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오히려 어릴 때 수술을 받으니 아이들의 남은 삶은 의사의 삶과도 결부됐다.
 
“많이 힘들죠. 돈 되는 과도 아니고, 신체 한 부분이 아닌 전체를 다 봐야 하니까. 하지만 힘들게 살려놓은 아이가 웃으며 인사할 때, 건강하게 커나가는 모습을 볼 때 소아외과 의사 하기 잘했단 생각이 들어요.”
 
그는 1년에 700회 이상 어린이 환자들을 수술한다. 지금까지 1만 번 이상 소아 수술을 집도했다. 선천성 기형, 담도폐쇄, 탈장 등 그가 맡는 아이들의 증상은 천차만별이다. 같은 질병이어도 똑같은 사례는 찾기 힘들다. 매 순간이 새로운 도전이다.
 
한 교수는 “의료에선 편한 길보다는 어려운 길을 선택하는 게 옳은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신념대로 나영이를 찾았다. 그리고 나영이의 웃음을 되찾아줬다. 나영이와 같은 아이들의 미소 뒤에는 어려운 길을 마다하지 않는 고집 센 의사, 한 교수가 서 있다.
 
한우신 기자 [email protected]  
 
::조두순 사건::
 
2008년 12월 11일 등교 중이던 김나영(가명·당시 8세) 양이 범인 조두순에게 유인돼 교회 안 화장실로 납치된 뒤 강간 상해를 당한 사건. 이로 인해 피해자의 항문 등 신체는 심하게 손상됐다. 범인 조두순은 징역 12년형을 선고 받았다. 범행의 잔혹성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조두순이 술을 마신 상태였다는 점 등을 참작해줬다. 김 양은 지금도 손상된 신체에 대한 힘겨운 치료를 받고 있다. 사건 발생 초기에 사용되던 ‘나영이 사건’이라는 용어가 피해자에게 초점을 맞췄다는 비판이 일면서 ‘조두순 사건’이라 불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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