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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서울대학교입니다.
게시물ID : humorbest_3590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학생Ω
추천 : 474
조회수 : 19430회
댓글수 : 8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05/31 01:10:55
원본글 작성시간 : 2011/05/31 00:25:12
안녕하십니까 오유인 여러분
여기는 국립 서울대학교 본부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저 평범한 서울대 2만 학우 중 한 명입니다.
(이하의 글은 모두 제 주관적인 사견입니다.)

어떻게 이 시간에, 본부 안에서 일개 학생이 글을 쓰고 있는가
눈치 빠르신 분은 벌써 의아해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5.30.) 늦은 6시부터 서울대에서는 학생 비상총회가 개회하였고
그 안건은 "서울대 법인화 설립준비위원회의 해체를 위한 행동을 전개하자"였습니다.
2000여명의 학우가 모여 1500여명의 학우의 결정으로 안건은 통과되었고
그 구체적인 행동으로 바로 지금, 학우들의 의견을 전하기 위해
서울대학교 본부 건물을 점거했습니다.

시사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알겠지만 서울대 법인화법이
작년 12월 한나라당의 예산안 처리와 함께 졸속처리되었습니다.
5년여의 논의기간동안 지속되었던 저희 학생 사회의 우려의 목소리는 무시되었고
본부는 법인화 설립준비위원회를 구성, 법인화법에 따른 세칙들을 정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본부는 말합니다. 말할 것이 있으면 설립준비위원회에 참여해서 말하라고
너희들이 이렇게 거부만 한다면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그러나 학생들은 압니다. 
설립준비위원회 6개 분과 중 교육, 재정 등의 분과에의 참여는 금지하면서
장학/복지 분과에만 참여하는 것만으로는 우리의 입장을 다 반영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들은 압니다.
그동안의 본부의 태도에서 그들은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학생들도 말하게 시켜줬다고 생색 내고 싶어 할 뿐이라는 것을

오늘 우리 비상총회에서의 결정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결정된 법인화 법에 대한 반대입니다.
대화도, 타협도, 관용도 없이 단순한 숫자의 논리로 통과된 법률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도 없이 졸속 처리된 법률
우리의 행동은 더 이상 이런 법률들을 아무렇지 않게 인정하고 넘어갈수는 없다는 의지입니다.

둘째, 교육의 영역에까지 침범하려드는 자본의 논리에 대한 반대입니다.
효율과 경쟁으로 대표되는 자본의 논리, 자본주의는 인간이 만들어낸 대단한 제도입니다.
그러나, 교육은 시장이 아닙니다.
돈이 되지 않는다 하여 더 이상 사람들이 시의 아름다움과 철학의 정치함과 물리학의 신비를
배우고 가르치지 않는다면, 그 나라의 미래는 어떻겠습니까?
우리의 행동은 아무런 방지장치 없이 대학을 기업화하는 법인화에 대한 반대의 의지입니다.

셋째, 학생들을 타자화하고 객체화하는 대학 운용에 대한 반대입니다.
학생들 또한 대학의 한 주체입니다. 그러나 대학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학생들의 목소리는
언제나 소외됩니다. 아니 더 정확히는 본부가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인지 그 과정조차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이것이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법인화 과정에서도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학생들의 목소리는 무시만 되었습니다.
우리의 행동은 학생들을 학교의 한 주인으로 세우기 위한 의지입니다.

우리의 행동과 의지를 알려주십시오. 그리고 같이 생각하고 고민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이것이 단지 한 대학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서울대학교가 국립대학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는가 하는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한국의 대학이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거대한 문제의 한 부분입니다.

홍대 청소 용역 아주머니들의 투쟁과
중앙대 학생들의 농성과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이 땅의 대학생들의 움직임과 함께 하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안에 같이 하는 많은 학생들이
아무도 다치지 않고 끝날수 있기를 기원해주시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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