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를 지지하시는 분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대부분 하시는 말씀이
' 민주화는 퇴보시켰으나, 산업을 육성하여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었으므로 그의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 '
입니다.
이 논리를 공리주의의 딜레마와 연관시켜 반박해 볼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공리주의는 '다수 개인들의 육체적, 정신적 쾌락의 합을 증진시키는 행동' 을 정당한 행동이라고 봅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의 슬로건이 이를 잘 대변해줍니다.
전체 사회 구성원들의 쾌락을 증가시키는 것이, 사회적으로 정의로운 행동이라는 말은 정당하게 여겨집니다.
보편적으로 인간에게 선이라 함은, 행복이라는 쾌락과 동일시되기 때문입니다.
이 공리주의의 원리를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에 연결시켜보겠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임기 중 여러 경제 정책을 통해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었습니다.
그것은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였고, 이를 사회 구성원 다수의 행복도를 높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리주의의 원리에 입각하면, 박정희의 경제적 업적은 '정당하다'라고 평가내릴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박정희 지지자분들께서 주장의 논거로 자주 활용하시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공리주의 이론에는 결정적인 딜레마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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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 C 라는 세 명의 환자가 있습니다.
이 환자들은 불치병에 걸려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 시점에서, 세 환자가 D라는 건강한 청년의 장기를 이식받는다면,
이 세 사람은 새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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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리주의 원리에 입각해보면 D 청년은 A, B, C 환자들을 위해 자신의 장기를 희생해야 합니다.
D라는 한명의 개인을 희생함으로써, 나머지 3 명의 행복도를 증대시키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의 행복을 증대시키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 인간의 생명은 존엄하다. ' 라는 보편적 윤리는 이러한 공리주의의 원칙 아래 부정받게 됩니다.
이 공리주의 딜레마를 다시 박정희의 사례와 연결시켜 보겠습니다.
박정희 대통령께서는 분명히 산업을 육성시켜 사회의 전반적인 행복도를 높였습니다. 이는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정당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국가적 사업의 밑바탕에는 독재라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어야만 했습니다.
국가 정책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서는, 국내 여론을 단일화 시킬 강력한 권력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독재의 과정속에서, 국가의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많은 민주 투사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즉,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의 생명권 마저 박탈한 것입니다.
이는 위의 공리주의의 딜레마와 다를 게 없습니다.
A, B, C라는 다수의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D라는 소수의 민주 투사들의 생명을 앗아간것입니다.
논리적으로 이것을 정당하다고 주장하려면,
앞서 말한 공리주의의 딜레마의 정당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것은 곧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정당한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며,
결국 다수의 행복을 위해 인간의 생명권을 부정한다는 말이 됩니다.
과연 이러한 행동이 정당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