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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그 사건] 부천 살인비디오
게시물ID : humorbest_3595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피코누나Ω
추천 : 39
조회수 : 14348회
댓글수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06/02 05:00:02
원본글 작성시간 : 2011/06/01 17:15:42
[잊을 수 없는 그 사건] 부천 살인비디오
 
일요신문 | 입력 2008.04.18 17:19 
 
1998년 3월 부천의 한 비디오 가게. 가게 안에 중년 남자가 서성거리고 있다. 그리고 잠시 후 한 명의 20대 청년이 나타난다. 두 사람은 평소 친분이 있는 듯 대화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모습이다. 그런데 잠시 후 청년이 남자의 손과 발을 묶는다. 그러나 남자는 반항은커녕 여유만만한 표정이다. 

"○○아, 제대로 잘 묶어라잉~" 

"예, 형님. 발 잠깐 들어보세요." 

청년은 남자에게 깍듯한 경어를 사용해가며 남자의 몸을 완전히 결박한다. 그리고 항거불능의 상태의 남자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잠깐만요 형님, 한 3분만 참으세요." 




 

고개를 끄덕이는 남자. 마지막으로 청년은 남자의 얼굴에 비닐을 씌우고 테이프로 칭칭 감는다. 

"자, 그럼 이제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청년은 미리 준비해둔 몽둥이를 집어들고 남자의 머리를 힘껏 내리친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남자, 그러나 청년의 폭행은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극심한 고통에 남자는 청년을 제지하지만 청년의 눈은 어느 순간부터 온통 분노와 살기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잠시 후 피투성이가 된 남자는 미동이 없다. 

이번에 구리경찰서 강력3팀 최종화 팀장이 전하는 사건이 바로 10년 전 세간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던 '부천비디오가게 살인사건'이다. 최 팀장이 부천중부경찰서에 근무할 당시 담당했던 사건이다. 위의 내용은 당시 비디오테이프에 녹화된 실제 상황이다. 

1998년 3월 어느날 부천 시내에 있는 한 비디오가게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길이 치솟았다. 우선 당시 상황에 대한 최 팀장의 얘기를 들어보자. 

"갑작스런 화재신고에 소방차가 출동했고 큰 불이 아닌 탓에 불은 금세 진압됐다. 그런데 현장을 살펴본 결과 단순 화재로 보기에는 석연찮은 점이 있었다. 가게 안에 한 남자가 죽어 있는 게 아닌가. 바로 비디오 가게 주인인 장문숙 씨(가명·47)의 남편 김동만 씨(가명·48)였다.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의 큰 불도 아니었는데 김 씨가 죽어있다는 것이 내심 이상했다. 그러나 의문은 금세 풀렸다. 발견 당시 김 씨는 테이프 등으로 온몸이 결박되어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의 몸이 온통 피투성이였다는 사실이다. 어찌나 심한 폭행을 당했는지 그는 머리부위가 함몰되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상태였다. 명백한 살인사건이었다. 누군가 김 씨를 살해한 후 현장을 은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불을 지른 것이 분명했다." 

수사팀은 김 씨가 처참하게 살해됐다는 사실에 근거를 두고 먼저 김 씨의 주변인물을 상대로 치정 채무 등 원한을 살 만한 인물이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김 씨는 주변에 원한을 살 만한 일이 없었다. 수사팀은 면식범에 의한 범행으로 보고 수사범위를 확대했지만 이렇다 할 수상한 인물도 드러나지 않았다. 그런데 수사팀이 김 씨의 부인 장 씨의 호출기 사서함을 살펴보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사건 직후 장 여인이 어떤 남자에게 '도망가라'는 음성메시지를 남겼던 것이다. 장 여인이 음성메시지를 남긴 사람은 김 씨 부부와 수년째 가깝게 지내던 임재성 씨(가명·24)였다. 

장 여인의 메시지는 분명 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심증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수사팀은 이내 임 씨와 장 여인 간에 미심쩍은 점들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겉보기에 임 씨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김 씨 부부의 일도 도와주면서 친하게 지내던 임 씨는 사건 직후에도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현장 주변을 얼쩡거렸다. 그런데 남편이 처참한 주검으로 발견된 상황에서 장 여인이 임 씨에게 긴밀한 메시지를 남겼다는 점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나는 임 씨와 장 여인의 관계에 주목, 집중적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상당한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깊은 관계였던 것이다. 두 사람의 호출기에 저장된 메시지들은 이들이 이미 오랫동안 내연관계를 맺어오고 있었음을 확인해주는 증거였다. 사건은 점차 가닥이 잡히기 시작했다." 

수사팀은 즉시 임 씨를 조사했다. 처음에는 완강히 부인하던 임 씨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 드러난 행적은 물론 갖가지 의심스런 정황들을 토대로 추궁하는 수사팀 앞에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장 여인과의 관계 등을 들이밀자 엽기적인 범행 일체를 토로하기에 이른다. 

사건은 살해된 김 씨가 '위험한 범행'을 계획하면서 시작된다. 건축업을 하던 김 씨는 고정적인 일거리도 없는데다가 수입도 변변치 않아 상당한 빚을 지게 됐다. 생활이 어려워지자 김 씨는 고심 끝에 거액의 보험금을 노린 범행을 마음먹게 된다. 상해를 입었을 때 8000만 원, 사망시 4억 원을 받게 되는 보험에 가입한 김 씨는 한 동네에서 '형님' '아우'하며 가깝게 지내던 임 씨를 끌어들인다. 

"자신의 계획을 털어놓은 김 씨는 임 씨와 그럴싸한 각본을 짠다. 김 씨는 임 씨에게 '나를 폭행해 상해를 입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구체적인 액수는 거론하지 않았지만 성공할 경우 타게 되는 보험금의 일부를 대가로 주겠다는 그런 언질도 있었던 것 같더라. 이렇게 해서 사건은 처음부터 두 사람의 합의하에 시작됐다. 그리고 뒤탈을 막기 위해 두 사람은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모든 과정을 비디오카메라로 찍어두기로 했다." 

마침내 디데이. 모든 준비를 마친 두 사람은 각본대로 '작업'을 개시했다. 두 사람은 모든 과정을 가게 안에 설치한 비디오카메라로 녹화했고 이 문제의 테이프는 얼마 후 임 씨의 집에서 발견됐다. 테이프를 본 수사팀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영상의 내용은 너무 충격적이어서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테이프에는 임 씨가 김 씨를 묶는 장면부터 대화내용까지 고스란히 녹화되어 있었다. 문제는 이 테이프가 단순 폭행장면을 담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테이프는 잔혹한 실제 살인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살인비디오'였던 것이다. 처음에는 김 씨를 옴짝달싹 못하게 묶은 임 씨가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김 씨를 몽둥이로 내리치더라. 애초부터 두 사람의 합의하에 시작된 일이기에 김 씨는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는 듯했다. 그런데 잠시 후 임 씨의 행동이 심상치 않았다. 그의 폭행은 짜고하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가차없는 폭행에 고통을 참지 못한 김 씨는 '야, 임재성! 재성아 그만! 제발 그만해!'라며 중단을 요청했다. 그런데 임 씨의 폭행은 멈출 줄 몰랐다. 오히려 그의 폭행은 처음보다 강도가 심해졌다. 임 씨는 급기야 벽돌까지 동원해 김 씨의 머리와 얼굴을 마구 내리찍었다. 애초의 존댓말은 간데없고 험한 욕설이 마구 튀어나왔다. 그리고 분노에 찬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내가 왜 섀도우인 줄 알아? 내가 너 죽이려고 왔으니까' '너같이 마누라 고생시키는 XX는 죽어야 돼' '너희집 일 많이 도와 줬으면 아침밥은 제 시간에 줘야지. 내가 무슨 개냐? 개야?' '죽어, 이 XX야, 너 같은 XX는 살 필요가 없어' 뭐 이런 내용이었다. 가게 안은 순식간에 온통 피바다가 되어버렸다. 결국 김 씨는 임 씨에 의해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을 만큼의 '적당한' 상해를 가하는 선에서 끝내기로 한 애초의 약속과는 달리 졸지에 끔찍한 살인사건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임 씨가 갑자기 돌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왜 임 씨는 그동안 깍듯이 '형님'으로 대우해온 김 씨를 이토록 무참히 살해한 것일까. 여기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어 있었다. 

"김동만은 원래 지방의 대농이었는데 부인 장문숙이 자기 친구와 바람이 났다고 한다. 작은 동네바닥에서 얼굴을 들 수 없게 된 김 씨는 그 길로 부인을 데리고 고향을 떠났다고 한다. 임 씨는 과거 장 여인이 만화가게를 하던 중 알게 됐다고 하더라. 그리고 이후 김 씨 부부는 부천으로 이사를 오게 되는데 임 씨가 이삿짐도 날라주면서 집안일을 도와줬고 얼마 후부터 아예 김 씨네 집 옥탑방에 살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그때는 이미 임 씨와 장 여인이 내연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때였다." 

조사 결과 임 씨는 장 여인에게 놀랄 만큼의 집착을 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장 여인을 향한 집착과 소유욕은 엽기적인 행각으로 표출된다. 임 씨는 김 씨네 집안 곳곳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놓고 부부의 은밀한 사생활을 수시로 염탐하면서 성관계까지 일일이 체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임 씨는 부엌 싱크대 밑에 스피커까지 장착시켜 놓고 이 부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왔고 더 놀라운 것은 김 씨 부부가 각방 생활을 하는 것을 이용, 새벽에 김 씨가 잠든 사이 장 여인이 잠자고 있는 방에 들어가 몰래 성관계를 갖기도 했다는 점이었다. 뿐만 아니라 장 여인과의 성관계 장면을 수시로 찍어 테이프로 보관해왔다고 한다. 

"임 씨는 살해된 김 씨와 겉으로는 '형님' '아우' 하면서 잘 지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언제부터인가 김 씨가 두 사람 사이를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부부 사이가 좋을 리 없었다. 결국 임 씨는 자신과의 관계를 의심하며 부인을 괴롭히는 김 씨를 없애버릴 생각을 하게 됐던 것이다. 즉 김 씨는 보험금 수령을 위해 임 씨를 끌어들였지만 임 씨로서는 눈엣가시 같던 김 씨를 처치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던 셈이다. 사건 당일 테이프에는 임 씨가 김 씨에게 '이 XX, 그동안 네 마누라랑 나 의심했지?'라며 격하게 따지는 장면도 녹화되어 있더라." 

그렇다면 임 씨가 연상의 장 여인에게 그토록 강한 집착을 보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그의 불우한 성장과정과 연관이 있다는 게 최 팀장의 얘기다. 

"젊은 나이였지만 임 씨는 참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인물이었다. 그는 어린시절 어머니가 가출하고 홀로 남은 임 씨는 작은집에 맡겨졌다고 한다. 그런데 작은집 생활을 하면서 적잖은 구박을 받았나보더라. 끼니도 제때 못 얻어먹어 영양실조로 쓰러진 적도 있다고 한다. 결국 작은집을 도망치듯 떠나 상경한 임 씨는 앵벌이 생활을 전전하다가 역곡에 있는 공장에 취직하게 된다. 그때도 임 씨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생을 했다고 한다. 특히 집도 절도 없는 떠돌이 신세나 마찬가지였던 임 씨를 인간대우해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 거다. 그때 만난 사람이 바로 장 여인이었다. 장 여인은 '사람 같지 않은' 임 씨에게 라면도 끓여주고 김치도 갖다 주는 등 인간적으로 대해줬고, 태어나서 한번도 사람의 관심을 받아본 적 없던 임 씨는 장 여인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 것이었다."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던 한 여인과의 잘못된 관계에서 파생된 임 씨의 감정은 집착으로 변질됐고 그 집착은 결국 그 여인의 남편을 살해하는 참극을 부르고 말았다. 

이수향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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