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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나라5
게시물ID : readers_37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F*any
추천 : 1
조회수 : 18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9/28 10:52:44

6

<친애하는 프룬 아이님 우선 겪으신 고초에 대해 사과와 안타까운 사고에 조의를 표합니다. >

그것은 분명한 사고였다.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저 운이 나빴을 뿐이다. 당신은 이해하여만 한다.

<프룬 아이님도 아시다시피 룸은 룹으로부터 위협을 받아오고 있습니다. 룸은 항시 굽어 살피시는 여왕님의 가호가 있는 나라지만, 최근 상당한 수세에 몰리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프룬 아이님은 분명한 룸의 국민임을 자각하시어>

도와라, 너는 우리 것이다, 변하지 않는다, 너는 강하다, 그러니까 너의 힘을 써라.

<룹은 이전부터 괴 생명체를 만들며 우리 병사와 주민들을 학살하고 있습니다. 그 끝없는 괴물의 뒤에는 자국민을 괴물로 만들어버리는 룹의 잔악무도함이 있습니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것은 세 살 박이 어린아이라도 아는 사실입니다. 어찌 국민을 이용하여 그런>

저 녀석들은 저런 짓까지 서슴지 않는다. 우리가 조금만 더 늦게 국경을 회복했다면 당신의 가족도 분명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감사해야 한다. 그리고 룹에게 복수해라.

프룬이 연회장을 나가기 전, 하급 관료가 다가와 이 편지와 함께 프룬의 소유가 된 집을 알려주었다. 탑 위에서 보았을 때 집은 살기 나쁘지 않은 곳에 위치해있었다. 편지도 약간의 성의 표시인 줄만 알았다. 편지는 존칭으로 써 있었지만 존경을 표하는 내용은 아니었다. 자신은 왜, 기분나빠하면서도 이 종이를 버리지 못하는가. 프룬은 고민하면서 수도에 남아 있었다.

 

새 한 마리가 프룬에게 날아 왔다. 프룬은 새를 잡아 무릎위에 올렸다. 이 탑까지 오는 새는 없었다. 새는 올라오느라 혹은 오지 말아야 할 곳에 오느라 힘들었는지 발버둥 치지 않고 그녀의 무릎위에서 크게 숨만 쉬었다. 새의 숨이 낮아지고 부리가 벌렸다.

편하냐?”

새는 프룬을 보며 말했다. 얇은 새의 혀로 전해지는 말은 부드럽지 못했다. 새는 제 입에서 나오는 것이 거슬리는지 자꾸만 입을 다물려해 딱딱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실은 보다 먼저 도망가고 싶었을 것이다. 프룬은 새의 날개에 꿰인 실을 알 수 있었다. 제 의지도 아닌 탑으로 날아들었던 것처럼 새는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신세였다. 새를 보며 나빠진 기분은 목소리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내려 와야지.”

새의 주인인 그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새가 푸드덕 거리더니 탑 아래로 내려갔다. 순간 그녀는 그의 말이 새에게 한 것인지 자신에게 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분명 한 것은 새처럼 그의 말을 따라 순순히 내려가기는 싫었다.

 

마누 교수는 창문을 열었다. 차갑고 건조한 바람이 방을 한 번 맴돌다 빠져 나갔다. 교수는 영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필요한 건 환기가 아니라 돌아올 새였다. 새는 교수의 생각보다는 조금 늦게 들어왔고 바람은 이미 방의 온기를 많이 가져갔다. 교수는 새가 들어오자마자 잽싸게 문을 닫았다. 방금까지 푸른의 무릎위에서 쉬던 새는 총총 걸음으로 교수의 책상위에 섰다.

그래 피곤하지 어서 쉬어라.”

교수는 그 커다란 코트를 열었다. 코트 속에는 교수의 뼈 같은 몸 뒤와 옆으로, 수십 마리의 종류도 다양한 새들이 층층이 앉아 졸고 있었다. 새는 바깥에서 묻은 차가운 공기를 털어내고 교수의 코트 속으로 들어갔다. 교수는 새가 재 자리에 앉는 것을 확인하고 코트를 닫았다. 교수는 코트 속에 앉으려 하지 않는 새를 기다렸다.

 

매번 하는 얘기지만, 자네는 더 나아갈 생각이 없나?”

오기 싫다고 생각 했으면서도 프룬은 교수 앞에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교수도 그녀와 마찬 가지로 위치를 벗어난 존재였다. 프룬이 아무런 행동도 취하려 하지 않자, 나라의 높으신 분들이 교수를 통해 프룬을 탑에서 내려오게 하려했다. 교수의 말속에서 알게 된 것이지만 교수는 나라에 깊이 관여돼있는 사람이었다.

지금 이대로 국경을 유지 해 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어. 밀고 나가야 되는 거야. 자네가 여자라 잘 모르나 본데 전쟁을 한다는 건 말이지. 둘 중 하나가 없어지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아니면 애초 시작하지도 않았겠지. 데무아를 보게 얼마나 열심히 인가. 국가를 위해 슬픔을 딛고 일어서지 않았는가. 국경이 얼마나 넓은지 데무아나 다른 사람만으론 힘이 부족해, 자넨 언제 까지 탑 위에서…….”

짹짹. 교수의 코트 속의 새들이 일제히 일어나 떠드는 것 같았다. 교수는 말은 말을 하느라 힘이든지 연신 물을 먹었다. 입속에 머금어 졌다가 식도를 타고 위에 고이는 물이 그녀 자신이라도 되는 양 기분이 불쾌해 졌다.

당신이 버린 게 식욕.. 이라고 하셨나요?”

그래, 그렇지.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희생이 따르는 법이야. 나는 이 나라를 위해 가족과 혀를 버렸어. 자네는 나를 보고 무언 가를 느껴야만 되…….”

교수는 뜬금없는 그녀의 질문에 기분 나빠하다가 다시 자신의 이야기로 빠져들었다. 그녀는 교수의 말을 멈출 수 있는 말을 두 가지 알고 있었다. 하나는 하기 싫은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말해봤자 얻을 것이 없는 것이었다. ‘당신은 잃어버린 것은 아니잖아.’ 이 말을 그녀는 재잘대는 교수의 입에 쑤셔 넣고 싶었다.

 

새가 한 마리 쪽지를 전해 주었다. 간결한 글씨는 급하다 말하고 있었다. 무엇을 위해 움직여야 하는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필요한 것은 이제 없는데, 원하는 것도 없는데. 무릎위에 앉아 있는 새를 보았다. 넌 원하는 게 있니. 그녀는 속으로 물었다. 새에게 직접적으로 물어 봤자 교수에게 질문하는 꼴이었기 때문에 소리 내지는 않았다. 그녀는 새를 돌려보내고 일어났다. 멀리 같은 일을 하는 새들이 보였다. 움직일 이유를 모른다면 다른 이의 움직임대로 움직이는 것도 나을 것 같았다.

프룬이 도착하자 북소리가 일어났다. 싸움에서 진 아이가 형을 불러놓고 너 이제 큰일 났다.’ 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오래전, 동네 아이에게 맞고 온 막내가 첫째에게 이르던 생각이 났다. 그러다 첫째마저 맞고 와 결국 자신에게 이르던 생각까지 났다. 그녀는 앞으로 나서기 전에 웃음부터 터뜨렸다. 병사들은 웃는 그녀를 무서워하거나, 기대를 하고, 안도를 하는 등 다양하게 느꼈다. 그녀는 하나인데 사람마다 웃는 그녀의 모습이 달라졌다.

룹 쪽에서도 북소리를 들었는지 반응을 했다. 성문이 열리고 온갖 괴기한 것들이 나왔다. 그 것들은 성문 앞에서 정렬을 한다고 하지만 서로가 크기도 움직임도 달라 저희들끼리 부딪히고 어지럽게만 보였다. 남이 보여주는 우스꽝스런 상황에서 그녀는 웃음을 그쳤다.

바람이 불었고, 비가 내렸다. 단지 그뿐이었는데 괴물들은 물속에 설탕과 소금처럼 녹아내렸다. 괴물들이 있던 자리에는 물웅덩이만이 고였다. 마치 원래 사탕으로 만들어 졌던 것처럼 허무하게 괴물들은 사라져 갔고 그날의 전투가 끝났다. 그래서 그녀를 보는 눈들은 각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모습을 취했다. 그녀는 뒤에 서 있는 병사들을 똑같이 만들어 버리면 어떨까 생각하다 억지웃음을 거두듯이 관두었다.

그녀는 남쪽으로 내려갔다. 가는 곳 마다 괴물들은 제 힘도 못쓰고 사라져 갔다. 좋아하던 병사도 곧 그녀를 무서워하게 되었다. 물을 마시지 못해 탈진을 하거나, 전투와 함께 내리는 비에 울다가 미치다가 결국 자살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그럴 거면 왜 따라 다니는지 한심하게 생각했으나 그녀는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한 달쯤을 그녀는 걸었다. 한 달이 더 지났을 수도 있고, 모자랐을 수도 있었다. 그녀는 굳이 날짜를 세지 않았고, 병사들은 세지 못했다. 한 병사가 프룬에게 멈춰 달라 청원하고 용기의 보답을 받은 것이 그쯤이었다. 프룬으로서는 병사들의 상황을 봐줄 필요가 전혀 없었지만 요구를 들어주었고 병사들은 그대로 잠에 취해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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