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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나라6
게시물ID : readers_37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F*any
추천 : 0
조회수 : 16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9/28 10:53:09

7

이건 명백히 문제가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오히려 우리가 위험해 질지도 모릅니다!”

젊은 남자가 다른 남자들을 향해 화를 내듯 소리쳤다. 그렇게라도 이목을 집중시키지 않으면,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목은 집중시켰지만 다른 남자들은 그가 말한 문제보다는 자신들을 향해 화를 냈다는 것에 화를 냈다. 그렇다고 그 문제가 뭔지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젊은 남자가 다시 문제에 대해 언급하자,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다. 문제가 뭔지를 묻는 다면 멍청한 위인이 되는 것 같아 차마 문제에 대해 젊은 남자에게 묻지 못했다. 몇 명은 애써 그럴 수도 있겠군, 중얼 거리며 고개를 끄떡였으나 모르는 눈치인 건 매 한가지였다. 마누 교수가 있었다면 솜씨 있게 그의 말을 받아쳤겠지만, 그는 객을 주도를 하느라 바빠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남자는 멍청한 이들을 눈앞에 두고 뭐하는 것인가 회의감에 빠졌다. 그는 눈을 감고 잠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설명하다 보면 화가 날것이 분명 했기에 그전에 가라앉히는 것은 필수였다. 남자가 가만히 있는 동안에도 다른 남자들은 여전히 문제를 생각하지 못했다.

프룬 객 말입니다. 너무 앞서 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남자는 지도에 놓인 말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제 사람들은 남자가 무엇에 대해 말하는지 알았지만 여전히 남자의 말을 온전히 알아듣지는 못하였다.

그게 뭐가? 문제란 말이냐.”

남자는 젊은 남자에게 말을 편히 하다가 회의장이란 것을 깨닫고 말을 급히 붙였다. 그래도 하대였지만, 자신의 절제력과 예의에 취해 가슴을 추켜올렸다. 다른 남자들도 남자의 말에 동의하여 같은 눈으로 남자를 보았다.

회의장에서 가장 젊은 남자 리빔은 이 일의 위험성을 알리고 싶었다. 그냥 그들의 지위나 명예가 실추되고 말면 속으로 욕이나 하고 입을 다물었을 터였다. 하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그녀들은 룹에게만 아니라 룸에게도 위협을 줄 수 있었다. 객이란 말 그대로 손님일 뿐이었다. 룸으로 찾아오도록 계획을 짰지만 그녀들은 나라에 대한 소속감이 없었다. 자신이 나고 자란 나라보다는 억울함이나 화 같은 개인의 감정이 그녀들을 움직이게 했고 그녀들의 방향성을 정했다. 그 대상을 룹으로 잡는 것은 쉬워 여태껏 문제가 없었지만, 룹이 사라진다면 그녀들이 어디로 갈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회의장의 누구도 이에 대한 대책은 하나도 세워 놓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프룬의 존재가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빨라도 너무 빨랐다. 이대로 라면 프룬은 3개월 안에 룹의 수도에 도달했다. 싸워온 경력이 있으니 룹이 쉽게 항복 할리 없지만 가능성은 있었다. 룹이 함락되거나, 항복하거나 시간에 기약이 없었다. 프룬을 멈추게 하기 위해선 늙은 남자들을 설득 할 필요가 있었다.

최근 룹에서 동물 수준까지 괴물들의 지능을 끌어 올렸다 합니다.”

객들 보다 강한가?”

객들 보다 강하다고 생각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 들을 필요조차 없지 않은가. 다음 말씀하실 분?”

리빔은 쓸데없이 진실한 자신의 입과 발언 장의 막힌 귀를 저주했다. 노인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거짓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손을 들고 의장이 그를 지목하기 전에 말을 시작했다.

생각해 보십쇼. 객들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고 괴물의 양은 병사들, 아니 나라의 사람 수보다 많습니다. 룹은 괴물들을 계속해서 진화 시키고 있습니다. 객들이 없는 곳으로 보다 더 강해진 것들이 쳐들어오면 룸의 어느 도시도 버티지 못합니다. 수도라고 예외는 아니지요. 그때 객을 불러들인다고 한들 모두 끝난 뒤 일겁니다. 괴물들은 병사들의 능력을 뛰어 넘은지 오랩니다. 지금 수도는 객의 생산 때문에 누구나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 속에서 객이 될 여자를 찾는 것도 어렵지만 첩자나 자객을 가려내는 일도 힘듭니다. 만약 첩자가 수도가 비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큰일입니다. 여러분들을 보호할 강력한 벽이 필요합니다.”

중간에 의장이 그의 말을 멈추려 하였지만 그는 무시하고 할 말을 빠르게 내뱉었다. 무시하던 사람들은 그가 풀어서 얘기하자 조금은 알아들은 듯 반응이 있었다. 그는 말하지 않은 내용을 생각했다. 괴물들의 지능이 올라가면서 그것들을 길들이고 훈련시키는 데 시간이 걸린 다는 것, 그 수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을. 결국 그는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 뿐이지 거짓을 말하지는 못했다. 그는 자신의 위치를 생각 했다. 첩자의 장 신분으로 교육하고, 파견하고, 정보를 정리하고, 룹의 첩자를 색출하고, 직접 활동을 하고 이 모든 게 그가 하는 일이었다. 어느 누구보다 거짓말에 익숙해져 있지만, 첩자로 활동하지 않을 때의 그는 거짓말을 하기 힘들어 했다. 보고에 진실성이 없다면 첩자도 무엇도 아니 게 되어 버린다. 부정확한 말을 한 순간 그는 룹의 첩자가 된 기분이었다. 그 기분은 실로 더러웠다. 그는 의석에서 떨어진 자리에 앉아있는 여왕을 보았다. 룸뿐만 아니라 룹까지 땅위의 일이라면 모든 것을 알고, 알려주었었다. 하지만 여왕이 직접 지시를 내리던 때는 그가 태어나기도 전에 일이었다. 객이 없던 시절, 정보는 룸이 버틸 수 있는 최대의 힘이었다. 여왕이 말하지 않게 되자 룸은 직접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고 첩자의 장은 회의에서 언제나 최우선의 발언권을 가질 수 있었다. 어찌 보면 말하지 않는 여왕이 있었기에 지금의 그가 있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객을 끌어들인 후로, 지금 의석에 앉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될 정도로 추락했다. 그는 여왕의 전철을 밟고 있었다. 누가 자초한 일이었던 간에 누군가 추락함으로서 누군가 상승했다. 이는 다행인가, 불행인가.

회의가 파하고 그는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왔다. 보고되지 않는 보고서는 쓰레기와 다르지 않다. 그가 객을 끌어들일 방법을 찾고 나서 읽혀지지 않는 보고서들이 늘어났다. 그는 부하들이 보내온 보고서들을 쓰레기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사소한 것이라도 쟁여두고 시간이 날 때마다 직접 보고 정리했다. 지난번 회의에서 쓰레기통에 버려진 구겨지고 찢겨진 보고서를 깨끗한 종이에 필사하면서 그는 룹으로 전향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고민도 해봤다. 첩자들의 수장을 맡고 있었으니 신용을 얻기 힘들겠지만, 무시 받지 못할 정도의 힘은 줄 수 있었다. 하지만 룹은 객들을 이길 수 없었다.

 

8

프룬은 힘을 가지게 된 이유가, 그녀 자신에게 단지 작은 소동이 일어났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정신 사나운 것이지만 언제든지 가라 앉아 버릴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자리를 비우는 데에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자신이 사라지면 병사들 사이에서 소동이 일겠지만, 그건 금방 끝날 것이었다. 프룬은 병사들이 자는 사이에 수도로 돌아왔다. 그녀는 이미, 폭풍을 머금은 구름처럼 원하는 곳은 얼마든지 갈 수 있었다. 이대로 전쟁을 끝내버리기 전에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탑은 멀리서 보면 성과 함께 있는 것 같지만, 성은 탑의 그림자도 닿지 못할 정도로 떨어져 있었다. 추위 속에 사는 수도의 사람들은 보다 추운 탑 근처에 올 이유가 없었다. 덕분에 그녀는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고 탑에 가까이 갈 수 있었다. 프룬은 돌을 때리는 빗물처럼 집요하게 탑을 두드렸다. 어느 순간 탑의 검은 빛이 그녀 주변을 가득 채웠다. 탑 속은 겉보다 추웠다. 옷이 얼다가 떨어져 나가는 곳도 있었다. 그녀는 팔을 쓸어 내렸다. 그 뿐이었다. 그녀에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올리고 말했다.

당신 여기 있지요.”

있지요.”

프룬의 목소리는 한 번 크게 울리다가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사라졌다. 그러다 메아리처럼 자신의 옅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메아리가 아님을 알 수 있었던 것은 소리가 그녀의 뒤, 조금 아래에서 들려왔기 때문이다. 소리가 난 곳에는, 여왕을 작게 만든 것 같은 아이가 있었다. 검은 것들 속에서 아이는 하얗게 빛나 보였다. 색이 있는 것은 아이밖에 없어 프룬은 아이를 똑바로 볼 수 있었다. 아이는 스스로 빛을 내지도 않았고 흰색 같은 빛은 옅은 회색이었다. 이 아이 하나만으로는 아직, 여왕이 그녀에게 무엇을 바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여왕 맞죠?”

제가· 아니에요성안에· 있어요.”

아이의 목소리는 어색했다. 부서진 돌들을 하나씩 붙여 놓은 것 같았다. ‘제가는 청년의 목소리였고, ‘성안에는 노인, ‘아니에요.’있어요.’는 여자아이의 목소리였다. 목소리들은 희미해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인형보고 여왕이라 할 생각은 없는데.”

인형·이 여왕이라· 잖아요.”

다른 단어들은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처음 자신의 존재를 말했을 때처럼 인형’, ‘여왕이라부분은 프룬의 목소리였다. 프룬의 목소리는 다른 단어들 보다 선명하게 들렸다. 아이는 여왕이 인형임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여기서 뭘 하고 있었어?”

사람·· 봐요.”

나를 보고 있었니?”

아니·.”

프룬은 계속해서 몇 가지를 더 물었다. 하지만 아이의 말은 갈수록 쪼개어져 듣기 힘들어지고, 짧게 대답에도 모순되는 말이 많았다. 아이는 연회 때의 여왕과 같은 눈으로 프룬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젠가 알아줄 거라 믿고 소리 없는 박수를 치던 여왕의 눈이었다. 그 눈에서 프룬은 아이가 따로 하고 싶은 말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 전쟁을 하는 거지?”

연인이 있어요.”

아이는 처음으로 하나의 목소리로 말했다. 오랫동안 묵혀 두었는지 소리는 더 없이 약했지만, 탑 속에는 아이의 소리를 방해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연인, 그렇게 부르는 게 좋을 거예요. 우리는 오랫동안 함께 있었어요. 하지만 함께한 날들이 그렇게 즐겁지는 않았어요. 우리는 매일 싸웠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많은 것을 바라기 때문은 아니에요. 저희는 필요한 게 없으니 바라는 것도 없었어요. 그런데 같이 있으면 싸우게 되요. 그래서 저희는 반대편을 향해 등을 돌렸어요. 저는 북쪽, 그 아이는 남쪽으로요. 그런데 안 보이니까 보고 싶어졌어요. 옛날에는 다시 가면 됐어요. 그런데 다른 것들이 살기 시작했어요. 우리는 너무 차갑고 뜨거워요. 옛날처럼 만나러 가면 다른 것들이 힘들어져요. 그래서 비켜 달라 부탁했죠. 다른 것들 중에 움직일 수 있는 것들은 쉽게 비켜 주었어요. 금방 살아날 수 있는 것들은 지나가도 상관없다고 하였죠. 하지만 인간만은 비켜주지 않았어요. 인간들은 대신 도와달라고 했어요. 그것 때문인 것 같아요.

프룬은 아이를 보던 눈을 감았다. 아이는 열심히 말해 주었지만 그녀가 원하던 대답은 아니었다. 단지 힘을 가졌단 이유 하나만으로 이렇게 긴 전쟁을 시작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전쟁은 혼자서는 이해하지 못한 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모두가 원하는, 전쟁을 끝내는 것이 답이리라 마음먹었다. 그렇게 결심하고 나가려는 그녀를 아이가 붙잡았다. 아이 손에 잡힌 옷이 떨어져 나갔다. 아이의 힘은 그녀를 방해하지 못했지만 그녀는 멈추고 마지막으로 아이의 얼굴을 보았다.

만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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