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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오년만에 드디어 고백했습니다.
게시물ID : gomin_3601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불효자Ω
추천 : 3
조회수 : 586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2/07/06 01:20:48
반말 죄송합니다.



우리 집안은 기독교집안이다.
아주 지독한 기독교집안이다.
어려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부모님에 이끌려 교회에 다녔다. 
주기도문, 사도신경을 외우라고 하기에 외웠더니 
문화상품권을 주더라...
단지 물질이 탐나서 거기에 담긴 의미가 무엇이고 말하고자 하는것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암기했다.
수련회를 가라고 해서 갔더니 다들 엉엉 울면서 기도를 하더라 
그래서 왠지 그러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 우는 척을 했다. 
그렇게 모태신앙으로 시작된 나의 기독교생활은 최근까지 계속되었다.
성가대, 학생회장, 단기선교, 청년회장, 찬양인도...........나는 언뜻보면 매우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그러나 십수년동안 교회를 다녔음에도 아무런 믿음이 생기지 않았다. 
기독교가 전파하는 사랑의 메세지는 이해 할 수 있었다. 
기독교는 종교로서의 매력을 가지고 있음을 경험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믿는 이유도 찾을 수 있었다.
나에게 과분하게 너무나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그러나
 
하나님이 아니면 다른것은 절대 안된다는 모습과 징그러울 정도로 '크리스차'만의 
신념에 빠져 다른것들을 너그럽게 보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은 거부감이 들었다.
종교활동과 하나님이 중심이 되기보다는 
인간이 가질 수 밖에 없는 나약함을 다스리기 위한 수단으로써 기독교를 믿고 있는 
심하게 기복신앙적인 신자들의 모습들 또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보이는 인간사회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보면서 
이곳이 과연 '사랑'을 믿고 실천하는 공동체가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사돈의 팔촌까지 뼛속까지 기독교인 집안에서 이단아가 되기싫어서
하나님이 전부인 부모님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기 싫어서
신실한 기독교인인척 열심히 교회에 다니는 척 했다.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머리가 커가면서부터 느낀 이 상황에 대한 부당함과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은 나의 청소년기와 20대를 통틀어 줄곧 나를 짓눌러왔다. 

더 이상 참을수가 없어서 부모님께 고백했다.
 
난 당신들이 믿는것을 믿지 않는다고...........
교회에는 다니겠지만 그 이상의 것을 기대하지말라고...
역시나 부모님은 많이 실망하신듯한 모습이셨다.
하나님이 전부인 당신들에게 또 다른면에서 당신들에게 전부인 아들이 그것을 부인하는것이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
 
십수년동안 언제 어떻게 어떤 단어와 문장으로 고백해야 할까 고민했다. 
마음속으로 수십번씩 되뇌이며 연습했다.
정말 죄송하지만 오늘이 드디어 그날이되었다....
 
부모님께 실망을 드려 너무 죄송하지만 
내 말이 모두 끝나고 날 가만히 안아주시는 부모님이 너무 감사했다. 
정말 날 사랑하시는구나..하고 느꼈다. 오늘은 정말 특별한 날이다.
 
마음 한켠은 약간 무겁지만 그보다 더 무거웠던,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오랜시간 
짊어왔던 짐을 드디어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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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를 비방하려는 의도는 절대 없습니다. 그저 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계신분들이 혹시나
계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글 올려봅니다.... 어머니 아버지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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