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문에 서울로 상경해 10년 넘게 살다가 (학교가 이사가서 분당쪽에 잠시 살긴 했지만..)
사람들에 치이고 숨막혀(강남역, 신도림역 같은곳에서 부대끼면 정말..) 아무 연고도 없는
강원도 촌구석(그래도 군까진 아니고 시)에 내려와 2년 정도 가게를 운영하게되었는데 아무런
연고가 없는 곳인것도 있고 하루종일 매장에 있다보니 누굴 만날 시간도 없어 친한 사람들이 없네요.
유흥비가 거의 없으니 적금 넣고 남은걸로 세탁기 사고 냉장고 사고..;; 뭐하는건지 ㅡㅡ;
울쩍한 날에 드라이브나 해볼까 해서 1년 적금 탄걸로 차를 샀는데 결국 마트 장볼때 '실외용' 오토메틱 카트로 전락하고
(장보고 요리하는걸 좋아해서 일주일에 한번씩은 마트에 가는데 그때마다 카트 가득 고기며 야채며 잔뜩
담아서 계산하니 친해진 마트 아주머니가 혼자사는 총각이 뭘 이렇게 많이 사냐며 항상 놀라시네요 ㅎ)
결국 이쁘게 생긴 픽시 자전거 한대 더 사서 저녁에 퇴근한 후 씐나게 타다가 지쳐서 잠들고
아침에 알람 소리에 깨는 생활이 무한 반복되고 있네요.
술이라도 좋아하면 아무대라도 억지로 끼겠는데 잘 마시지도 못하고 술을 즐기는것도 아니라 그것도 힘드네요
(어릴땐 달랐는데 한살 한살 먹어갈수록 조용한 곳에서 좋은술 하나 시켜놓고 마음 통하는 몇몇 사람이랑 천천히
이야기 많이 하는 술자리가 좋아지고 그런 자리만 하게되더군요. 일반적으로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폭음하는거랑 술값도 별로 차이 안나고.)
설날에 장가 구박 피하기 위해 가게 핑계대고 안내려 가니 이번에는 올라오신다네요!!
(정말 그 전화 받았을땐 "어머니 명절 용돈 200% 인상해드릴테니 그걸로 퉁칩시다!!" 라고 소리 칠뻔한..)
남친있는 동생까지 삼중주로 볶아대면 이번 추석 참 재미지겠네요.ㅡㅡ 매장으로 피신해있어야 하나...
친구들하고 페북질은 늘상 하고 있고, 가게 특성상 사람들도 많이 상대하지만(2~30대를 뺀 나머지 연령층이 주고객 ㅡㅡ!)
퇴근할땐 쓸쓸하기도 하고 넓은 집에 혼자 있기 싫어 일부러 먼길 돌아가기도 하고 그럴때 마다 왜 사나 싶기도 하네요.
여자들이 많은 곳에서 대학생활 하고 여자 친구도 틈틈히 있어 별로 이런 생각을 안하고 살았는데 환경이 바뀌고
적응이 되니 우울한 감정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네요.
유일하게 느는건 아주머니들과의 수다떨기 스킬이네요. 첨에는 진짜 적응이 안ㅤㄷㅚㅆ는데 이젠 그냥 저냥 맞장구도
치고 먼저 화두를 던지기도 합니다. 오늘도 당면 찰지게(?) 삶는 방법을 시작으로 한 30분은 수다떨었네요 ㅡㅡ;
(사람은 참 적응력이 좋은 동물입니다.ㅎ)
내년 설까진 바라지도 않고 내년 추석에는 꼭 공포의 삼중주 대신 화목한 명절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럴려면 일단 여자사람 먼저 찾아봐야겠지만..ㅡㅡ;
아, 그리고 촌에 살지만 마음만은 턱별시.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