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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도의 군대 생활 적응기.
게시물ID : humorbest_3608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별의목소리
추천 : 42
조회수 : 6205회
댓글수 : 7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06/07 09:05:52
원본글 작성시간 : 2011/06/02 20:36:51
 컵라면용기를 포장하고 있던 비닐을 뜯어 후임에게 건네주었다
 “내 것도 부탁해.”
 순간 후임이 나를 어처구니없다는 눈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이 컵라면은 내가 산 것이고, 후임의 컵라면 또한 내가 산 것이기에 나는 나름 물주인 내 라면에 물을 타오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가하고 건네준 것이었는데 후임은 그게 아닌 듯싶었다.
 “아밀라아제는 2mg을 초과하지 않도록 해줘.”
 내 비꼬는 말투에 후임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아, 아닙니다. 제가 어떻게 하정훈 일병님의 라면에...”
 “오, 아밀라아제가 뭔지 알아?”
 “...저도 기본적인 건 압니다. 침 속에 들어 있는 거 아닙니까?”
 무시당한 게 기분 나쁜 듯 미간에 주름을 잡는 후임. 미쳐가지고.
 “그래도 아밀라아제 넣으면 소화가 더 잘 되지 않습니까? 침으로 미리 라면을 반 정도 소화시키는 겁니다. 왜, 새들도 새끼들한테 지렁이 먹일 때 다시 토하지 않습니까? 그거랑 같은 겁니다.”
 침도 모자라서 이번엔 위속에서 반쯤소화 된 라면을 나에게 먹이려는 거냐.
 나를 당황스럽게 한 후임은 실실 웃으며 라면스프를 뜯어 라면 속에 부었다.
 “그래도 아밀라아제는 36.5도에서 최고 효율을 내고. 라면 물은 거의 100도인데?”
 “저도 압니다. 36.5도.”
 우리는 서로를 바라본 체 킬킬 거리며 웃었고 나는 아무도 바라지 않는 보충 설명을 시작했다.
 “주 구성요소가 단백질인 효소는 36.5동서 최고 효율을 내고 그 이상에서는 형태가 바뀌어서 상태가 나빠지지, 그러니까 100도나 되는 물에 있으면 효소의 역할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밀라아제가 효소입니까?”
 너 지금까지 효소에 대해서 알고 말한 것 아니었냐?
 “~아제로 끝나잖아. 효소지.”
 “압니다. 저도.”
 우리는 다시 킬킬 거리며 라면스프를 찢었다.
 “아, 아무리 그래도 진짜 넣으면 안 돼.”
 “압니다. 저도.”
 후임은 씩 웃으며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결국 내가 물을 억지로 떠오게 만들었다.
 우리는 라면 하나씩을 뚝딱 비웠고 이내 후임이 담배 하나를 꺼내들었다.
 “식후땡 한 대 하시겠습니까?”
 “나 비흡연자야. 참고로 술도 안마시고.”
 “하아... 정말, 하정훈 일병님 볼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삶의 낙의 절반도 못 느끼고 사시는 것 같습니다.”
 “맞을래?”
 “엇, 내무 부조리입니다.”
 “진짜 내무 부조리가 뭔지 보여줄까?”
 “아, 아닙니다.”
 “실내에서, 그것도 행정반에서 담배 피게 되어 있습니까?”
 “아닙니다!”
 갑자기 긴장한 후임에게 나는 실실 웃으며 이내 긴장을 풀었다.
 “아냐, 지금 훈련 중이라 아무도 없으니까 펴도 돼. 군대에서는 안 걸리면 장땡이라네. 크크.”
 후임은 장단 맞추듯 함께 웃으며 이네 창가로 다가가 천장까지 이어져 있는 큰 창문을 열더니 담배에 불을 붙였다.
 후임은 담배를 몇 모금 빨더니 이내 짜증난다는 듯 자신의 얼굴로 돌아오는 연기를 손으로 휘저었다.
 “담배 연기 안 들어오게 하려고 창문열고 피는 건데 오히려 바깥공기가 들어옵니다. 후- 후―-”
 되돌아오는 담배연기를 핑퐁 하듯 입으로 불어 흩뿌리는 후임을 보며 킬킬거리며 이야기 했다.
 “이유를 말해줘?”
 “괜찮습니다.”
 “아니야, 말해줄게. 비가 와서 바깥공기가 실내공기보다 차갑거든. 대류라고 해서 건물 안의 따듯한 공기는 위층에서 빠져나가고, 지금우리가 있는 1층에서는 안으로 들어오지. 뭐, 초등학교때 다 배운 건데 알지?”
 후임은 내가 말한 내용을 이해하려 들었다가 1초 만에 포기한 얼굴을 지으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담배연기가 바깥으로 나가게 할 건데?”
 “행정반의 압력을 높입니까?”
 “아니, 일단 생활관 문을 닫아야지.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저 방금 눈으로 힐끔 본 게 그 뜻입니다.”
 당당하게 입구로 다가가 문을 닫는 후임을 보며 나는 재미있다는 듯이 다음질문을 꺼냈다.
 “그래서? 그 다음은?”
 내 질문에 후임은 다시 한 번 담배연기를 폐 속으로 들여보냈다가 창문을 향해 토해냈다. 그전 보다 약하긴 했지만 여전히 자신에게 돌아오는 담배연기를 피하며 불평했다.
 “...?담배연기가 계속 들어옵니다. “
 “행정반 안의 공기가 바깥보다 따듯한 건 여전해. 그러니까 창문의 아래쪽에서는 공기가 들어오지만 위쪽에서는 바깥으로 나가지.”
 내 말을 들은 후임은 그제야 옆에 잇던 의자를 끌고 그 위에 올라가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
 높은 곳에서 피운 담배연기는 예상대로 대류를 통해 바깥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역시 모든 건 예상대로지 말입니다.”
 담배연기가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걸 바라보며 후임은 씩 웃어보였다.
 “그래, 어련하시겠어.”
 오늘도 과학을 실용적으로 사용하는 과학도의 군대상활 이었다.
 “그런데 너 왜 내려오나.”
 “서서 피니까 다리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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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저런 대화 하나고요?

예, 저런 대화 하고 삽니다.

제가 혈뇨때문에 훈련 빠지고 남아있었을때 있던 일을 적어 나온 겁니다.

지금은 신장생검때문에 병가 휴가 나와서 입원중입니다.

살려줘요.

빨리 나아서 다시 군대 들어가라는... 그런 응원은 하지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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