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에 보리수가 질펀하게 널브려 내실을 물씬 풍긴다
엄마인 나무가 보는 데서 아이들 밟고 지나는 기분이었다
톡 하고 부르튼 과즙이 유언처럼 코끝에 간곡하다
손톱만 한 열매들이 내 키보다 큰 향기로 아우성치는 길
보리수나무 한 그루 아래를 아주 오래 걸은 거 같아
가까스로 벗어났을 때 뒤돌던 이유는 기억하고 싶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