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적으로 부끄럽지 않을 정도가 되자라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녀옆에 없는 그를보면서 여자는 그것이 그렇게 쉽지않은일인것을 알았다.
여자는 지쳐갔다.
그를 포기하는것이 행복해지는것보다 훨씬 쉬운 일처럼 느껴졌다.
그는 눈이 컸다. 가끔씩 그가 그녀를 불러냈을때 그의 그 커다란 눈은 항상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지만 그녀는 그런 그의 눈을 바라보는 것조차 쉬운일이 아니었다.
그녀의 마음을 보는듯한 그의 눈,
그럼에도 받아주지않는 그의 야속한 커다란 눈.
나 잠못잤어 눈 빨갛지 하고 천진하게 물어오는 그의 말에도 흘깃한번 봐주고는 담배나 물어버리는것이 그녀가 할수있는 전부였다
왜안돼 내가 너랑 결혼을 하자고 했니 날 책임을 지라고 했니 그냥 오늘 하루만 같이 있어줘
여자는 하고싶은 말 쏟아내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았다. 그에게 잘 보이고 싶어 붙인 속눈썹이 그의 차가운 눈을 피할때 쓰여지는것이 너무나도 서글픈 일이었지만 그는 그녀의 마음에서 벗어나려는듯 서둘러 그녀를 남겨놓고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고 그자리를 벗어났다. 그녀에겐 아무것도 남은것이 없었다. 그녀가 가져왔던 우산마저 그가 가지고 떠난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비참했다.
비참하다는 말이 가장 적당한말이었다.
그녀는 그를 가진적이 없었으므로ㅡ 시작조차 한적이 없었으므로ㅡ 끝났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것도 여자에겐 과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