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20대 후반 때, 힘든 날들이 있었다.
솔직히 지금 돌이켜보면 뭐가 그리 힘들었나 싶다.
근데 그땐 힘들었다. 뭐였는지 자세히는 얘기 안하련다.
스스로가 너무 못나보였고, 난 왜 이렇게 되었을까 매일 자책했다.
아는 사람 마주치는게 싫어서 어딜가든 모자를 푹 눌러쓰고 다녔고
가족들 마주치는 것도 싫어서, 다들 잠들기를 기다려 새벽 2-3시에 집에 들어가곤 했다.
죽는걸 생각했다.
매일밤 실행에 옮기려다가 포기하곤 했다. 자꾸 가족이 눈에 밟혔다.
어떻게해야 가족들 안슬프게 죽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와 언쟁이 있었다.
내 처지, 어머니라고 모르시겠는가.
사는게 사는게 아닌 꼬라지로 지내는 아들이 얼마나 속상하셨을까. 얼마나 참으셨을까.
딱 봐도 생기라곤 전혀 없는 아들 놈이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당신 가슴은 얼마나 찢어졌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상하셨을게다.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없으셨을게다.
그래서 내게 화를 내신 걸텐데... 난 받아줄 여유가 없었다.
"안그래도 죽고 싶은데 그만 좀 해요!"
라고... 나도 모르게 쏘아붙이고 방에 들어왔다.
어머니가 따라들어오셨다.
울고 계셨다.
울면서 내게 애원하셨다.
"XX야, 죽지마.... 너 죽지마... "
아셨던거다. 죽고 싶다는 나의 말이 그저 농담이 아니었다는걸.
어머니 붙잡고 마구 울었다.
그날 이후로 죽음 같은거 생각 안했다. 나름 열심히 살았다.
열심히 살다보니, 살만하다.
나도 살았으니 너희도 살아라 그런 얘기 하는게 아니다.
내가 실제로 목을 매다는 등 죽으려고 시도를 해본 것도 아니고.
또 나보다 훨씬 더 힘든, 정말 답 없는 상황에 처한 사람들도 있을테니.
그냥, 난 그랬다는걸 말해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