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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비가 갠 날 먼 길을 와주셨구려
장마가 유난히 오락가락 참 길었소
촌은 흙길뿐이라 여태 질었소만
볕에 진흙 굽는 냄새가 구수해서 공기가 더 마음에 들 것이오
우리 마을엔 산수유가 즐비하오
전엔 산수유나무 몇 그루면 자식을 대학에 보낸단 말도 있었지요
자 어귀에 들면 장맛비에 털린 낙과를 살펴 디뎌주시오
저 산 너머로 늪지가 새들의 세상이니
새 밥을 해치지 않으려 살금살금 걷는 게 지당하오
예 근방 새들은 대대손손 이웃으로 살아 염치를 배웠는가
성한 열매는 놔두고 땅에 떨어진 것부터 쪼니까 기특하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