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을 지지하지 말기. 정치에 관심 갖지 말기. 사회 현안에 관심 갖지 말기. 투표하지 말기. 노무현을 좋아하지 말기. 전두환을 싫어하지 말기.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말기. 시민이 아니라 신민으로 살기. 왕정이나 독재 정부를 옹호하기. 산에 들어가서 살기. 지구를 떠나기.
유럽은 뚜렷한 정치색을 띨 것을 요구함. 오히려 애매모호하게 왔다갔다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색깔을 분명히 보이라고 말함. 스스로의 신념에 대해 책임을 지라는 것임. 그런데 이 나라는 어떻게 된 건지 정치색을 안 띠는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듯. 아는 것도 없고, 그런데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은 지기 싫고, 그래서 정치색이 '없는' 중립이랑 중도란 말은 참 좋아보이고, 그래서 다들 '나는 정치색 없는 순수고결한 시민!'이 된거지. 그게 백치라는 말과 동의어인지도 모르고 말이야.
더욱 놀라운 것은 조중동이나 할 법한 주장을 나름 깨어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하고 있다는 거.
광우병 정국에서 조중동과 정부가 가장 많이 했던 말 기억하는 사람 손? '정치색에 물든 깃돌이'와 '순수한 의도로 참가한 시민'을 분리했음. 그리고 깃돌이를 열심히 공격했지. 순수한 집회를 정치색에 물들게 하고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하며 사회 질서를 파괴하는 정치 배후 세력!하면서 말임ㅇㅇ 많이 들어본 문구일 것이라고 생각됨. 촛불집회 내내 조중동이랑 한나라당에서 열심히 떠벌떠벌거린 말이니카. 그 결과 집회는 사분오열되어버리고 추진력은 급격히 약해졌음. 정치색에 물든 순결치 못한 것들 vs 머리도 순결한 한심한 백치들 요래되었거든. 역시 조중동이라 할 법한 논리 & 발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