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잡지 <애플타운> 9월호에 실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인터뷰 기사. ⓒ 애플타운 김영삼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에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음이 뒤늦게 밝혀졌다.
YS는 노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23일 서거한 직후 김기수 비서실장을 통해 "매우 충격적이고 불행한 일"이라고 짧은 소회를 밝힌 뒤 같은 달 29일 영결식에서도 침묵을 지켰다. YS의 침묵은 노 전 대통령의 유족들 앞에서 오열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습과 대비되며 여러가지 해석을 낳았다.
노 전 대통령이 살아있을 때만 해도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사상적으로 공산주의와 가까운 정권"(계간 <시대정신> 2007년 겨울호 인터뷰), "노 전 대통령이 머지않아 형무소에 가게 될 것으로 믿는 국민이 전부"(4월9일)라고 맹비난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이라 장례식 참석... 헌화할 꽃 던져버리고 왔다"
▲ '노무현 국민장'에 대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발언을 옮긴 일본잡지 <애플타운> 기사. ⓒ 애플타운 김영삼
그 동안 별말이 없었던 YS는 일본잡지 <애플타운> 9월호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에 대해 언급했다.
YS를 인터뷰한 사람은 동 잡지의 발행인 모토야 도시오 회장으로, 그가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한일관계가 다소 안정됐지만, 노무현 정권 시절에는 양국 관계가 크게 흔들렸다"고 말하자 YS는 "노무현의 장례식을 국민장으로 치른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실수한 것이었다"고 잘라 말했다. YS는 "국민장이 아니라 가족장으로도 충분했다"고 덧붙였다.
YS도 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민장으로 치러서는 안된다고 주장한 김동길·변희재씨와 엇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잡지에 따르면, YS는 이어 "내가 발탁해서 국회의원이 되었으니 그는 내게 빚이 있는데, 이렇게 돼 버려서 조금 실망했다"며 "나도 전직 대통령으로서 장례식에 참석했지만, 헌화할 꽃을 그냥 던져버리고 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29일 경복궁 앞마당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영결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권우성 김영삼
YS의 거침없는 발언에 도시오 회장은 "일본 정치인들은 불쾌한 감정이 있어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데, 그런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니 참으로 대담하다"고 추켜세웠다.
도시오 회장은 YS에게 "일본어를 아주 잘 하시는데, 당신과 비교하면 노무현씨는 일본에 별로 친숙하지 못했다"고 두 사람을 대비시키기도 했다.
YS는 생전의 노 전 대통령에게 독설을 퍼붓다가 그의 사후에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있는데, 일본잡지 인터뷰는 그의 감정이 여전히 정리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YS가 극우 성향의 논조를 펼치는 잡지와 인터뷰한 것은 또 다른 논란거리다.
<애플타운>의 발행인 도시오 회장은 일본의 부동산·레저분야 대기업 APA그룹을 경영하고 있는데, 그는 일본의 극우성향 정치인과 자위대 간부들을 초청하는 좌담회를 연 뒤 <애플타운>에 기사를 게재하는 방식으로 극우세력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출처 : "노무현 국민장은 이명박의 실수"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