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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서울시의 재정 상태가 크게 악화되었다. 이는 최근의 경제위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이전부터 부채는 크게 증가했고, 경제위기는 내재해 있던 문제가 드러나는 계기일 뿐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의 재정문제는 이랬다. 첫째, 부채가 급증했다. 2010년 결산 기준으로 보면 서울시와 서울시 투자기관의 부채는 8년간 3배 증가했다. 고건 시장 시절인 2002년 8조원이었던 부채는, 2006년 13조원, 2010년 25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서울시민 1인당 부채는 244만원에 이른다. 이자가 약 1조원(9875억원)이다. 하루 이자만 15억원에 달했다.
오세훈 전 시장의 방만한 재정운용
둘째, 방만한 재정운용이다. 서울시는 2009년부터 재정적자로 접어들었다. 서울시 재정사업이 가장 확대된 2009년 서울시 적자는 일반회계 기준으로 2145억원에 이르고 2010년에는 3129억원으로 증가했다. 적자 확대는 필연적으로 부채를 증가시키게 된다. 2009년은 2010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해였고, 재선을 위한 예산은 '서울시를 위한 미래투자'라는 명목 아래 무리하게 추진됐다. 이명박 시장부터 추진되어온 사업들이 오세훈 시장 재임 시절에 더욱 확대되었다.
2010년 지방선거 결과 서울시의회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의석을 야당인 민주당이 장악하게 되었다. 한나라당 중심의 의회구성 때문에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던 서울시에 대한 비판과 견제가 가능해졌다.
특히 오세훈 시장 재선 때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재정파탄 문제와, 무상급식 등 복지 증대 요구에 대한 재원마련 문제가 선거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되었다. 민주당 중심의 서울시의회는 원 구성을 마치자마자 의장 직속으로 '재정분석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그해 9월 말 < 서울시 재정구조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전략과 추진방향 > 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런 정치적 상황 속에서 서울시의회는 2011년 예산안을 짤 때 4000억여 원에 이르는 감액과 무상급식 예산 편성을 압박했다. 이에 맞서 서울시는 예산안 집행을 전면 보류했고, 오세훈 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는 결국 서울시장 보궐선거로까지 이어진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복지 확대와 부채 축소라는 상호 모순된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임기를 시작했다. 문제는 재정 상황을 규정하는 외부 환경이 매우 나쁘다는 점이다. 경제위기의 일상화와 저성장으로 재정의 여유가 없어졌고 경직된 지출구조는 재정을 압박한다. 따라서 재정지출구조 조정은 증세보다 더 힘든 과제일 수도 있다.
재정을 수반하는 정책을 구상할 때는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는 바람직한가, 둘째는 실현 가능한가, 셋째는 지속 가능한가 여부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정책은 오히려 다른 부분의 재정 여력을 감소시켜 전체적인 공공성을 저해할 수 있다.
고용 안정과 재정 개혁 동시에 이뤄
복지 확대와 채무 감소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에서 박원순 시장은 일단 절반의 성공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한 마리 토끼인 복지 분야는 2011년 4조6000억원(시 예산의 22.9%)에서 2013년 6조4000억원(27.4%)으로 예산이 2년 사이 38% 증액되었다. 전체 예산이 그 사이 11% 증액된 것에 비추어 매우 큰 변화다. 중복을 제외한 순계 규모로는 30%에 가깝다. 복지의 핵심 중 하나인 임대주택 8만 호도 소형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목표량을 거의 달성했다. 따라서 당초 공약이었던 30% 복지재정은 2014년도에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재정의 지출구조를 복지 위주로 조정하기 위해 서울시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해 5월에는 '시·사업부서 공동 낭비성 사업예산검토회의'가 열려 3500여 건의 사업 중 342건의 지적 사업에 대해 검토했다. 시의회에 예산안을 제출하기에 앞서 '예산안 시장보고회'를 나흘간 개최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낭비성 사업 예산을 대폭 줄였고 이를 복지 재원으로 돌릴 수 있었다. 또한 서울시의 비정규직 7285명을 직접 고용 및 정규직화하면서 청소 분야에서만 53억원의 재원을 절감했다. 고용 안정과 재정 개혁을 동시에 이룬 것이다.
여기에 더해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수천 명이 참여한 가운데 추첨으로 선정된 시민들이 전체 예산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고, 시민제안 사업에 배당된 예산 500억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쓸 것인지 함께 논의하고 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실험이었는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또 한 마리 토끼인 채무 축소는 아직 답보 상태다. 임기 시작 직후인 2011년 10월 19조9873억원이었던 채무는 두 달 후에 18조6662억원으로 줄었다. 두 달 동안 감축액이 1조원을 훌쩍 넘었다. 하지만 그 뒤에는 마곡지구 매각 지연 등으로 인해 뚜렷한 성과가 없다. 전 세계적으로 지방정부 재정위기를 극복한 사례를 찾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일단은 부채가 단기간에 감소추세로 돌아선 것만으로도 긍정적이기는 하다.
슘페터는 "예산을 읽고 이해하는 자만이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박원순 시장은 재정문제와 관련해 절반의 임기 동안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나머지 절반은 아직은 물음표이다. 홍수 등의 안전문제 때문에 토목 예산이 여전히 줄지 않았고, 경제성 논란이 있는 경전철을 정치적 이유로 본격 추진한다는 대목은 서울시 재정 운용에 여전히 불안 요인이 많다는 점을 보여준다. 남은 기간 박 시장이 서울시 재정 부문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가 그를 평가하는 또 다른 잣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