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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썰
게시물ID : gomin_4242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네다음솔로
추천 : 0
조회수 : 14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10/04 23:47:30

 

오유 눈팅족이 된 지도 6개월이 되어가지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고 싶어서 가입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가입안해도 글은 쓸 수 있다고? 이미 했다. 여튼

 

앤딩을 기대하면서 읽어보시라.

 

시작

 

대학교 1학년때 처음으로 사귄 친구가 있었다.

첫 수업이 끝나고 교재를 사러 서점엘 갔다가 다 팔렸다는 소리에 

아이스크림을 물고 터덜터덜 나오던 나에게

"저 안녕하세요? 그쪽도 책 사러 오셨어요?

아, 사실 아까 수업에서 뵜어요~ 저도 책사러 왔는데 책이 다 떨어졌대요.' 라며 그 친구가 말을 건넸었다.

당황하여 어버버 하는 나를 보면서 생긋 웃고는 '아 다음에 왔는데 또 다 떨어졌다고 하면 어쩌지?" 라고 하던

그 친구의 혼잣말이 아직 기억이 난다.

'그럼 다음에 제가 왔을 때 책 들어와 있으면 문자해 드릴게요, 연락처좀 주실래요?' 라는 말이 입에서 맴돌았지만

그걸 내뱉을 용기가 나에겐 없었다.

 

정말 내 마음을 읽었을까? 놀랍게도, 다음 순간 이 말은 그 친구로부터 나왔다.

"혹시 다음에 오셨는데 책 들어와 있으면 저한테 좀 알려주실래요?"

쿵..... 저 말 이후로는 잘 기억이 않는다.

누가 먼저 번호를 물어봤고, 알려주었는지...도 잘 기억이 안난다. 그때 그런건 하나도 내게 중요하지 않았고,

나는 쿵쿵거리는 가슴을 부여안고 집으로 향했다.

'만나서 반가웠어요. 담에 또 뵈요! 책 들어오면 연락 주시구요.'

라는 문자에 나는 함박웃음을 지었었다.

 

며칠 후 그 친구한테 다시 전화가 왔다.

 

저,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지금 혹시 시간 괜찮으세요?

저 서점인데요, 책 들어와있어요! 어? 근데 사람들이 막 사간다. 얼른 오세요!

 

나는 나는 듯이 서점으로 달려갔고, 그 날부터 우리는 말을 놓기 시작했다.

 

우리는 학교에서 정말 많이 붙어다녔었던 것 같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다 그 친구가 내 여자친구냐고 물었고

나는 그때마다 쑥스럽게 웃으면서도 괜시리 미안한 감정에 그건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했었다.

내 자신 스스로를 그 친구와 비교하여 조금 부끄러워했던 것 같다.

 

곧이어 화이트데이가 다가왔고 내 첫 번째 실수는 바로 이때 일어났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예쁜 사탕꾸러미를 사서 포장해두고는 고민에 빠졌다.

물론 이 때 좋아한다고 고백할 마음은 아니었지만

'이 친구가 이 사탕을 왜 이런걸 주냐며 거절하면 어쩌지?'

라는 고민을 왼종일 하며 지냈다.

 

고민 끝에 내가 내렸던 결론은 바보같지만 사탕을 하나 더 사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그날 그 친구도 알고 나도 아는 친구와 같이 만나서는 둘 다에게 웃으며 사탕을 건넸다.

그 때 그 친구의 표정이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날 헤어지면서 그 친구가 했던 말은 기억난다.

"OO야 넌 나한테 정말 특별한 친구야"

 

우린 정말 늘 같이 있었다.

심심하면 같이 걸었고, 배고프면 같이 먹었고, 아프면 같이 병원엘 갔다.

늦봄추위에 콜록거리던 나를 잡아끌고는 병원으로 데리고 갔던 날,

아파서 움츠러든 자그마한 나에게 그 친구는 말했었다.

"OO야, 넌 되게 커보인다."

그날 우린 손을 잡고는 약기운에 꾸벅거리며 졸면서 순환버스로 두 바퀴를 돌았다.

그녀는 내 여자친구는 아니었다. 친구였다.

 

나는 마음을 표현할 줄 몰랐다.

내 떨리는, 설레는 마음을 간단한 말로라도 표현할 줄 몰랐었다.

내 입은 늘 미소짓는 데만 쓰였고,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도 표현이라며 나는 스스로를 위안했다.

하지만 난 정말 행복했다.

 

그런데 언제인가

그 친구가 다른 여자아이와 함께 나를 만나러 왔다.

그날 그 친구는 그랬다.

"너희 둘다 내가 정말 아끼는 친구들이니까 나는 너희가 친해졌으면 좋겠어..."

나는 여전히 마음을 표현할 줄 몰랐고,

스스로를 눈치백단이라 여겼던 교만한 내 마음은 슬프게도 아둔했다.

 

어느 화창한 날 우린 호수에 놀러갔었다.

호수도, 그 친구도 참 예뻤다.

다음에 다시 호수에 올때는 기타도 가져와서

노래부르면서 놀자고 했었고, 그 친구는 우와,정말? 이러면서 환하게 웃었다.

 

한 일주일이 지났을까?

그 친구가 나에게 할 말이 있다고 했다.

멋있는 사람을 발견했다며, 내 생각은 어떤지 듣고 싶어했다.

난 어떤 점이 멋있는 지 물어봤었고, 그녀는 당당하고 남자다운것 같아서 좋다며 웃었다.

나도 '니가 좋으면 나는 좋아' 라며 웃었다.

난 착하고 순한 사람이고 싶었다.

 

그래도 여전히 우린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친구가 자신의 남자친구를 나에게 소개했다.

가장 친한 친구인 너에게 제일 먼저 알려 주고 싶었다면서..

 

그 남자친구분은 당당하고 멋있는 사람이었다.

그날 나는 멍하니 하루를 보냈다.

알수 없는 - 어쩌면 너무나도 명백한- 상실감에 내 맘은 텅 비어 있었다.

늘 내가 되뇌이던 대로 여전히 그녀는 나의 친구였는데도...

 

내 인생 최악의 실수는 이 다음에 일어났다.

그 친구와의 여러가지 추억이 가십거리가 될 만큼 내 마음이 초조할 즈음

고등학교 친구와 오랜만에 이런저런 문자를 하다가

대학도 들어갔는데 잘 되가는 사람 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난 염치없게도 그녀와의 추억을 팔아서 문자를 이어갔다. 그리고 결정적인 실수를 했다.

 

난 호수에 놀러갔던 걸 이야기하면서, 약간의 거짓을 섞어서 이렇게 문자를 썼다.

"응 걔 근데 호수에 놀러갈 때부터 (남자친구가) 있었어, 순진한 OO(본인 이름)  버림받은 거지"

 

공감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아날로그 폰이던 시절 가끔 어떤 사람을 생각하면서 문자를 하다가 보면

보내는 사람에 그 사람 이름을 적는 경우가 있는데 이 날이 딱 그랬다.

난 이 문자를 그녀에게 전송했다.

 

2분이 채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 문자가 왔다.

"OO야, 이게 무슨말이야?"

나는 당황해서 보낸문자함을 열어보았고, 하늘이 노래지는 경험을 했다.

 

(사실 이 다음 대목이 최악인데,)

난 솔직한 사실 - 내가 널 좋아했었고, 지금도 좋아하는 것 같아,

난 없는 머리를 짜내어 말도 안되는 변명거리를 만들어냈고,

그날 그 친구의 마지막 문자에서 묻어나는 차가움을 나는 느꼈다.

후회는 항상 늦는다고, 그날 난 그걸 뼈저리게 느꼈다.

그렇게 내 첫사랑 및 첫번째 친구는 나를 떠났다.

 

 

-----------

 

아,  나에겐 새드엔딩지만 여러분에겐 해피엔딩..? 나와함께 슬퍼해주오.

사실 최근에 올라온 자음프로필을 보고 괜히 맘이 울렁거려서 이 밤에 끄적이게 됬어.

 

뭐 가입했으니 한동안 안생기겠지만

그래도 나 무시하지마라

마음만은 탈영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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