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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지만 공허한 20대 청춘. 가을이 왔다.
게시물ID : gomin_4242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그렇게살아가
추천 : 5
조회수 : 15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0/05 00:02:47

가을이다.

 

오늘따라 특히 나는 가을을 느낀다.

그러다 보니 글을 쓰고 싶다.

페이스북에 쓰자니 나의 정체가 드러나, 마음 속의 모든 말을 쑥쑥 털어내기가 힘들 거 같고,

그렇다고 혼자 일기에 쓰자니 청승맞기도 하고,

누군가는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익명'이라는 것의 좋은 장점을 이용하여 오유에 허세글을 남기고자 한다.

 

나이 26살. 현재 XX대학교 4학년. 막학기. 대학원을 가기 위해 연구실에 미리 들어가 실험에 몰두하는 상태.

 

수업은 수업대로. 공강에는 무조건 실험실.

월~금 밤 10시까지. 토 오후 5시까지.

과외는 토요일 저녁과 일요일날 랜덤으로.

어쨌거나, 저쨌거나 참.. "내 시간"은 오로지 일요일 뿐.

 

이 바쁜생활에 돌입한지, 고작 2개월. 나는 석/박사 통합과정에 들어가려 한다.

앞으로 최소,최소 5년은 이생활을 해야하는데, 벌써 나약해지는 기분이다. 왜냐하면 오늘이 가을이기 때문이다.....

 

대학원 입학을 위해 지원서류를 준비해야 했다. 성적증명서와 졸업예정증명서를 뗐다.

 

무심하게 쳐다본 내 성적증명서. ....'한심하군.'

 

성적이 말이 아니다. 특히나 저조한 2학기와 3학기 성적.

이 성적표는 그 당시 내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성적표와 함께 내 과거시절이 떠오른다.

 

당찬 고3생활을 끝내고, 나름 좋은 대학교에 들어왔다.

나는 '에헴'거렸고, 소위 모든 고등학생들이 원하는 '자유'를 얻었다. 즐거웠다.

1학년 1학기는 그럭저럭 괜찮은 성적이 나왔다. 공부도 생각만큼 많이 한건 아닌데 이정도면 뭐. (3.1/4.3)

 

여전히 나는 '에헴'거렸다. 나는 내가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러다 나는 1학년 2학기 2.09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으며 좌절을 시작한다.

그 이후로 갑자기 '자유'라는 것이 무서워졌다.

선생님들의 간섭이 없어지면서 '체계'가 사라졌고, 야자를 통한 '보이는 경쟁'이 사라지면서 '자극'을 잃었다.

 

자유가 아니라 방종이었다. 책임없는 자유가 무섭다는 것을 그 때 처음 알았다.

마음을 다잡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뭐, 그렇다고 탈선을 한건 아니지만.

 

그리고 2학년 1학기, 2.01의 성적표를 받으며 자신감을 잃는다. 계속 계속 나는 작아졌다.

어떠한 과제가 주어져도 "내가 할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앞섰다..

 

뭐.

그렇다고, 그 시절을 사실 후회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 핑계지만- 그 시절 나는 공부를 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빴기 때문이다. "노느라" 바빴다.

하지만 많이 "놀아서" 그 시절을 후회하지 않는다.

1. 동아리 활동을 했다. - 가톨릭동아리였다. 일주일에 한번씩 모임을 가지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졌다.

                                     여름에는 농활을 열흘 갔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우리끼리의 프로그램을 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너무나 소중했던. 너무 고마웠던 시간.

2. 밴드도 했다. - 드럼을 쳤다. 즐거웠다. 혼자 이어폰을 들으며 치던 순간, 모두와 합주하던 순간, 단독공연을 하던 순간,

                          박수소리, 함성소리. 뭉클했었다. 길거리를 오가며 듣는 모든 음악을 들으며 항상 생각했다.

                           ' 이 곡, 합주해도 재밌겠는데?'.. 음악은 그 당시 나에게 전부였다.

 

3. 주말에는 편의점 알바를 했다. - 당시에는 담배도 피지 않던 시절인데 모든 담배를 외웠다. 재밌었다.

                                                  하루 지나 폐기한 삼각김밥을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 좁은 공간에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갔다.

4. 또, 주말에 교리교사를 했다.

5. 연애도 했다.

....

 

하- 정말 바빴던 시절이다. 그래도 요즘 너무 공부만 하는 1,2학년들을 돌아보면 그저 불쌍해보인다. 갑갑해 보인다.

유일하게 다양하게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20대 초반일 텐데 라는 생각과.

 

-------------------------

 

3학기까지 망치고, 군대에 갔다.

제대를 하니, 집안이 어려웠다. 등록금도 많이 올랐다.

4학기를 진학하지 못하고, 한학기 휴학을 했다.

집 근처 종합병원에서 일을 했다. 경비업체에서 일을 했다.

나는 '아르바이트'라고 하는 일이지만, 그 곳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직장'이었다.

나는 순식간에 '직장인'이 되었다.

 그 시절 삶은 고통스러웠다. 주-야간 교대 근무에, 늘 서있어야 하고, 사람이 모자라 쉬는 날에도 일을 했다.

군대보다 더 힘들었던 시절이다. 중간에 말도 없이 그만두는 사람들이 수두룩 했고, 그 곳의 주임들은 그런 모습들이 익숙한 듯 "개새끼"한마디 털어내며 무심하게 근무를 계속했다. 

 죽고 싶은 날들이었다. 선배들의 온갖 욕설이 무전기를 통해 들리고, 하루하루가 스트레스였다.

'그만둘까'라는 생각을 하루에 수십번 하며, 매일 출근하는 아버지의 고통을 10분 이해하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빡시게 일하고 한달에 130만원 정도를 받았다. 5달을 일하니, 생활비를 제외하고 600만원을 모았다. ..

놀라운 사실은, 그곳의 8년차 주임의 월급이 나와 고작 100만원도 채 차이가 나지 않았다.

내가 복학을 위해 그만두던 날, 주임이 내게 이야기했다. "공부 열심히해."

....찡했다. 사회는 생각보다 냉혹했다..

 

 

그리고 복학을 하여 4학기부터 7학기까지 쉼없이 달리며, 지금 8학기를 맞고 있다..

어찌보면, 평범한 삶을 살아왔지만- 이렇게 차근차근 돌이켜보니 은근히 재미난 일들이 많았다.

 

 

.

..

.

가을이다. 외롭다.

연애하던 시절도 떠오른다. 연애의 일상도 나열하고 싶지만, 너무 길어질 것 같다...

괜시리 혼자 글쓰고, 혼자 우울해 질 것도 같다.

 

쨌든. 좋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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