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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humorstory_364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검사Kei★
추천 : 15
조회수 : 64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3/12/05 16:10:21
*이성찬님의 글입니다.
[1] 빅맨
치킨시체에서 내장을 파내고 피를 뽑아내는 무시무시한 작업을 한지 한달!
이젠 진급을 해서 파란캡을 쓰게 된 병구씨가 나를 불렀다.
병구 : 리앨씨도 이젠 빅맨으로 바꿀때가 된거 같아요.
리앨 : 그...글쎄요. 전 트라이가 더 좋던데..^_^;
병구 : 으음...-_-;
빅맨은 후렌치 후라이(감자튀김)를 만들고 서빙에다 갖다주는, 롯데리아 최고의
경지에 이른 메이트를 말한다.
롯데리아에서는 후렌치 후라이를 '빅'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빅맨이라고 하는것인데
롯데리아에 가서 감자 퍼주는 이런 빅맨을 보면 짬밥이 무지 먹은 직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파란캡은 제외하고...!
병구씨는 나에게 빅맨의 근무요령을 갈켜 주었다.
냉동감자를 기름에 튀겨서 시간이 되면 꺼내어 기름을 떨어내고 빅 시즈닝가루를
적당히 친 뒤 주문이 들어오면 서빙에 갖다주는 역할인데, 단순작업이라 머리
쓸일도 없고, 힘든일도 아닌데다, 무엇보다도 미스들이 일하는 서빙에 갈수있기에
수시로 미스들과 잡담을 나눌수가 있어 마치 천국에서 일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 미스가 함부로 그릴로 갈수없고, 미스터도 함부로 서빙으로 올수 없게 되어있다 )
' 아-! 내가 드디어 '빅맨'이 되다니... 움화화화홧...'
원래도 SMALL MAN은 아니었지만(-_-) 인고의 세월을 거쳐 드디어 빅맨이 된 나는
정말 감회가 새로왔다.
하지만 내가 처음 빅맨을 맡은날은 하필 무척 바쁜 토요일이었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바로 앞에 은아극장에서 새로운 영화 '두목'이 개봉을 하는 날인데다
그 영화의 주인공인 나한일씨가 싸인회를 갖고 있었기에 손님들이 장난이 아니라
우리들은 정신없이 일해야만 했다.
암만 쉬운 단순작업이라지만 처음 해보는 나는 당연히 헤맬수밖에...
미스 : 빅 하나 안 퍼주고 뭐해요?
리앨 : 빅 안시켰잖아요?
미스 : 세트 시켰으니깐 당연히 빅 들어가잖아요. 얼른 퍼줘요.
리앨 : 아..글쿠나. 자...빅 2개..!
미스 : 왜 2개에요?
리앨 : 세트 2개 시키지 않았어요?
미스 : 치킨세트에 빅이 들어가요? -_-;
빅을 퍼가야할 때를 아는것도 헷갈렸지만 한손에 여러개의 빅을 단번에 잡아서
가져가야하는 묘기도 상당히 어려웠다. 맥주 500cc는 자신있는데...
그렇게 들고가다가 단 몇 개라도 땅에 흘리면 손님들은 엄청난 손해를 봤다는 듯이
나를 째려보곤 하는 것이다. -_-++
게다가 빅의 양은 정해져 있는데 내가 빅을 펄때마다 여자손님들은 어울리지도
않는 애교를 마구 떨어댄다.
손님들 : 거기 잘생긴 아저씨...감자 많~~~~이 주세요. *^_^*
리앨 : ' 정량이라 어쩔수 없다우, 못생긴 아가씨..-_-; '
이렇게 정신 없이 일하고 있는데 앞에 은아극장에서 드디어 나한일이 싸인회를
마치고 극장을 나서는게 보였다.
리앨 : 휴우... 이제 숨 좀 돌리겠구나..
나한일 : 으음..롯데리아에서 팥빙수나 먹어볼까?
스탭진 : 그러죠 나한일씨...!
리앨 : -_-;;;
그때부터 손님들이 더더욱 엄청나게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한일의 인기가 지금의 호트와 거의 맞먹을정도였다. (호트 = HOT -_-;)
당시만 해도 부산에선 연예인 보기가 매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퇴근시간인 오후 5시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꾹 참고 열심히 일했다.
땡..땡..땡..땡..땡..!
리앨 : 헉헉헉....드디어 퇴근할 시간이다.
점장님 : 병구가 출근을 못한다더군. 리앨이 마칠때까지 좀 일해라.
리앨 : 꾸에에액....!
다른곳도 그렇겠지만 롯데리아는 한명이 갑자기 출근을 못하면 대신 일을 해야한다.
예고없이 일어나는 일이라 최고로 짜증나는일이라고 할 수 있다.
리앨 : 점장님...T_T
점장님 : 어쩔수가 없어. 다른녀석들은 짬밥이 모자라 저녁근무를 할줄 몰라.
리앨 : 저 이번달에 하루도 못쉬었어요. -_-
한달에 하루를 쉴수 있는데 이것마저 바빠서 못 찾아먹을때가 많은 실정이었다.
점장님 : 그럼 쉬는날을 정해. 이번엔 꼭 쉬게 해줄게.
리앨 : 에이..참.. 그럼 다음달 12일날 쉴께요.
점장님 : 그래. 내가 처리해놓을게.
이 때문에 마칠때까지 계속 일 해야만 했다.
일을 마치자 마자 나는 재빨리 휴게실로 뛰어갔다.
남자메이트가 먼저 자리를 잡아야 그때부터 남자들만 들어와서 옷을 갈아입을수
있게 되고 먼저 퇴근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피곤하게 일한날일수록 빨리빨리 퇴근하고 싶어 먼저 탈의실 자리를 잡는건
미스와 미스터들 사이에 공공연한 대결이 되곤했다.
휴게실을 향해서 뛰어가는데 수희씨가 휴게실로 마구 뛰어가고 있다.
한바탕 결전을 펼친후 우린 동시에 휴게실안에 들어설수있었다.
수희 : 자..성찬씨. 그냥 미스들에게 탈의실을 양보하시죠.
리앨 : 안돼죠... 후후. 어서 나가요. 옷갈아입게..
그때 밖에서 미스와 미스터가 노크를 한다.
미스 미스터 : 안에 사람있어요? 누구에요?
리앨 : 응...나야. 미스터만 들어와요.
수희 : 아녀요..미스만 들어와요..
리앨 : 미스터..얼른 들어오라니깐요.
신입미스터와 미향이란 미스가 동시에 문을 열고 들어왔다.
리앨 : 자꾸 이러다가 시간만 흘러가잖아. 미스들은 어서 나가.
수희 : 칫! 그럼 그냥 같이 갈아입어요. 등 맞대고서..
리앨 : 오옷....-_-;;;;
이래서 남녀는 한자리에 너무 오래 같이 있으면 안돼. -_-
오랫동안 같이 일해서 스스럼이 없어진데다 몸이 너무나 피곤해서 판단력을 잃은
우리는 수희씨의 제안에 의해 서로 등을 맞대고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_-
여자들이야 치마밑으로 바지를 갈아입을수 있다지만 우린 홀라당 벗어야 하는데 이
무슨 미친짓거리였는지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또 하고 싶은 생각이 절로..-_-;
미스 : 뒤돌아보면 안돼요.
미스터 : 그럼 앞의 거울로 보면 되죠? -_-
옷을 다 갈아입고 나가는데 점장님이 우리들에게 한마디 하신다.
점장 : 모두 기뻐해라.... 오늘 매출량이 매우 높아. 후후후
리앨 : 얼마나 되는데요?
점장 : 놀라지 마....700만원이 조금 넘어. 후후후...
리앨 : 내가 오늘 번건 9천원이 조금 넘는데...-_-;
[2] 메이트들의 실수.
이번에는 롯데리아 직원들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 10가지를 살펴보자.
① 출근카드 안치기
메이트들이 출근을 하면 포스(출근카드)를 찍어야 하는데 이를 까먹고 그냥
일하는 경우가 있다. 돈에 환장한 나로서는 이해가 안가는 실수다. -_-;
② 신고실수
. .
출근해서 신고한는데 '리앨 근무들어갑니다. 메이트 여러분 수고하세요!'라고
엉뚱한 신고를 해버린다. 마음은 벌써 콩밭에 가있기 때문이다. -_-
③ 패티태우기
고기를 굽다가 도중에 다른 작업을 하면 실수로 고기를 태워버린다.
이고기로 만든 햄버거는 메이트들의 식사가 된다. -_-;
④ 빵 떨어뜨리기
빵을 땅에 떨어뜨리는 경우도 많다. 햄버거 먹을 때 흙을 잘 털어서 먹자. -_-
⑤ 엉뚱한 햄버거 만들기
안의 내용물을 엉뚱하게 넣는 경우다. 독특한 햄버거의 맛을 즐겨보자. -_-
⑥ 랩핑 잘 못하기
제대로 만들었는데 엉뚱한 포장을 하는경우도 있다.
데리버거가 불고기버거로 단숨에 변신한다. 모른체 하고 그냥 먹자. -_-
⑦ 치킨 피 안따기
언급했다시피 치킨의 피주머니를 안따는 실수다.
불쌍한 치킨을 두 번이나 피흘리게 만드는 잔인한 실수다.-_-
피나오는 부분만 제외하고 거의 다 먹고나서는 비명을 지르자
⑧ 후렌치 후라이 케챱안넣기
감자를 포장해서 가는 손님이 있는데 실수로 케찹을 안넣어주는 실수는 빅맨이
거의 매일 하는 실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담에 와서 케챱값을 환불받아라.
⑨ 타 매장에서 전문용어 나오기
항상 전문용어만 쓰다보니 손님으로 다른 롯데리아에 갔을 때 자신도 모르게
전문용어가 나온다. " 빅하나 선데스트로 하나 테이크아웃해주세요 "
말하고나서야 실수를 깨닫고 쪽팔림의 극치를 느낀다. -_-
⑩ 퇴근하는 직원보고 인사하기
옷을 갈아입고 퇴근하는 직원을 손님으로 착각하고 모두들 땡고함을 지른다.
" 감사합니다. 또 이용해주세요 !"
퇴근하는 직원 뒷통수에 흐르는 땀이 선연하다. -_-
[3] 신입 미스터 길들이기.
새로 들어온 신입 남자 메이트가 2명 있었는데 그중 1명이 문제였다.
얼마나 괴짜인지 야단을 쳐도 듣는둥 마는둥, 암기사항은 5일이 지나도 엉터리였다
신고캔슬을 몇번해도 기가 죽지 않고 싱글벙글이었으며 머리에 쓴 캡밑으로는
수퍼맨처럼 머리가 한가닥 나와있지 않으면 일이 안되는 녀석이었다.
( 롯데리아에서는 음식물에 들어갈까봐 캡밑으로 머리카락을 못내민다. )
신입이 이러자 짬밥먹은 메이트들이 어떻게 다룰지를 몰라 한숨만 푹푹 쉬며
고민을 하더니 내게 하소연하는것이었다.
물론 나는 그만둘때가 다 된 왕고참에 속했으니...!
리앨 : 신 미스터! 일루 와봐요.
신입 : 예..
리앨 : 이 빵을 뭐라고 하죠?
신입 : 빤스요...
리앨 : 빤스라 아나라 번스에요. -_-; 이 기계의 이름은?
신입 : 압착 파트라슈요.
리앨 : 압착 스파츄라에요. -_-;
신입 : 그게 뭐 중요한가요? 헤헤..
리앨 : 으음..일한지 얼마나 되었죠?
신입 : 5일째인데요..
리앨 : 됐어요. 마저 굽던 패티나 보세요.
나는 쇼크요법을 쓰기로 하고는 구석에 가서 카스저울에 어니언을 정확히 4.0g을
재어 덜어낸 뒤 오른손에 쥐었다. -_-; 그리고는 녀석에게 다가갔다.
리앨 : 미스터.. 지금 대체 뭘 하는겁니까?
신입 : 뭘요?
리앨 : 장난치는것도 아니고.. 어니언을 그렇게 많이 넣으면 어떡해요? -_-
여기는 3.8g밖에 안되고, 여기는 무려 4.1g은 족히 되겠네요.
일하기 싫어요? -_-
신입 : 하하하... 그걸 일일이 어떻게 정확히 맞춥니까?
요때다 싶어 나는 녀석을 잠시 째려본 뒤 조용히 셉떱홱?
리앨 : 말 한번 잘했어요. 카스 전자 저울 가져와봐요.
신입 : 예.
녀석이 카스저울을 가져오자 나는 어니언통에 오른손을 집어넣어 어니언을 약간
꺼내는척 하며 손에 쥐고있던 어니언을 저울위에 올렸다.
리앨 : 이게 몇그램이나 될거 같아요?
신입 : 후후... 뭐 약 4g정도 되겠죠.
리앨 : 약 4g인지 정확히 4g인지 한번 켜보세요.
이윽고 액정이 켜지며 테스트하는 카스저울.
1....2....3....4....5....6....7....8....9....10....
드디어 무게가 표시되었다. ' 0.40g '
녀석은 눈이 휘둥그래지며 엄청 놀라는 눈치다.
신입 : 이..럴...수...가
그런녀석에게 나는 한바탕 연설을 해주었다.
리앨 : 롯데리아에서 만드는 햄버거는 최고의 기술진들이 수년간에 걸쳐 연구하고
......잉? 어딜 가는거에요? -_-;
한동안 입이 떨어지지 않던 녀석이 어디론가 황급히 사라졌다.
리앨 : 아니...저 미스터가?
그러더니 녀석은 같이 들어온 신입메이트를 데리고 오는것이었다
친구 : 에이...아무렴...그럴리가....우연의 일치겠지..
신입 : 아 진짜라니깐.. 나도 믿어지지가 않어. 니가 직접봐.
리앨 : -_-;
신입 : 자....딱 한번만 더 보여주실래요? 이 녀석이 도통 믿지를 않아요.
리앨 : 난 리...리바이벌은 안해요 -_-;
신입 : 녀석이 자꾸 의심을 한다니깐요. 믿을수 있도록 한번만 보여주세요
리앨 : ...보...보지 않고 믿는 사람들에게 더 큰 복이 있나니...
나는 괘씸한(-_-;)녀석을 뒤로한채 뒷짐을 지고 조용히 창고쪽으로 사라졌다.
[4] 나의 마지막 근무날.
경훈 : 드디어 내일이 리앨씨의 마지막날이군요. 후후후..-_-++
나의 영원한 라이벌 경훈씨.. -_-+
내가 마지막 근무를 하는날 하루종일 고기를 굽게 하고 신고할때도 무지 갈굴
심산이 분명했다. 다른사람들도 나를 볼때마다 한마디씩 한다.
정화 : 군 입대때문에 그만두는거라면서? 몸조심해서 잘 다녀와.
성경 : 오빠..내일 마지막날이네? 선물 뭘로 해줄까?
영심 : 오빠. 나랑 같이 일했다는걸 꼭 기억해줘.
병구 : 리앨씨..내일은 마치고 술 한잔 합시다.
신입 : 그 유니폼은 저에게 물려주고 가십시오. -_-
리앨 : -_-;
드디어 운명의 다음날!
롯데리아 메이트들이 모여 조심스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정화 : 거참...이상하네. 리앨오빠가 출근을 아직도 안하다니.
영심 : 마지막날이라고 이럴수가 있나.
병구 : 이거 점장님이 알면 큰일인데...집에 전화하니 나갔데..
신입 : 그럴수도 있죠 뭐. 차를 잘못탄게 아닐까요?
제일 당황한건 경훈씨였다.
경훈 : 이럴수가 있나. 출근하기만 해봐랏... -_-++
그때 갑자기 점장님이 나타났다.
점장 : 무슨일들이지?
병구 : 으음...저.....저 그게..
점장 : 뭐야? 말해봐.
경훈 : 어서 말씀드려요. 병구씨..-_-+ 숨겨서 될일이 아니잖아요.
점장 : 어서 말하라니깐..-_-+
할수없이 털어놓는 병구씨.
병구 : 저어..리앨씨가 아직도 출근을 안했어요. 집에선 아침에 나갔다고 하던데.
난리가 날줄 알았던 점장님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내뱉는 한마디는 메이트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점장 : 아! 오늘 7월 12일이잖어. 오늘 리앨 비번이야.
메이트들 : 꾸....엑....
이로인해 나는 하루종일 패티굽기나 마지막신고갈굼은 커녕 마지막 인사마저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
반년만의 나의 롯데리아 아르바이트는 이렇게해서 끝이 난다.
같이 일한 메이트들에게 심한 배신감과 실망감을 안겨다 준것에 대해서는 매우
미안하지만, 웬지 눈물을 보이거나 쓸쓸한 뒷모습을 보여주기가 무척이나
싫었던 나로서는 어쩔수가 없었던 것이다. 모두 이해해주시길..^_T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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