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쓸쓸히 부는 풍경은 가난해야 멋이라
앙상한 대로 분위기 있는 가로수였다
비에 절어 핏자국이 된 낙엽 길 지척지척 걷다가
남에게 안 비추는 투명한 피 흘리며 다닌 기억이 났다
맘은 얼룩져 있는데 몸은 바람에 표백된
그때의 피 냄새는 고독의 좋은 먹잇감이었다
낙엽은 가루가 되도록 부서져 바람이 된다
불어오는 바람에 부서지고 싶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