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찾은 피씨방
자기 화면보다 재밌는
옆자리 기웃거리기
자리를 잡고 앉은 바로 옆자리엔
흰머리 희끗한 중년 너머, 노년 이전의 아저씨가 계셨다
평범한 체크남방 차림
조금 긴 머리
화면엔 스타크래프트
게임의 속도는 보통
매우 빠른 스타의 세계만 접하던 나는 시선이 뺏긴다
적진을 누벼야할 벌쳐
화려한 컨트롤이 있어야할 레이스는
보통이라는 느림에 맞춰 게을렀다
또는 느긋했다
멀티는 하나 뿐인데
자원은 3천 남짓
배틀크루저를 누르며
창엔 쇼미더머니가 뜬다
1만이 넘어가는 거대한 자원과
느릿느릿한 스타의 세계는 괴리감이 커서
훔쳐본다는 행위조차 잊은채 화면을 본다
나는 나에게 스타를 가르쳤던 아버지를 떠올린다
쇼미더머니를 떠올린다
그보다 느린 세상을 떠올린다
빠른 세상에서 잠시 느려진 황혼의 끝자락에
세상보다 조금 느린 레이스가 옆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