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도를 아십니까'는 이제 얼굴이랑 복장만 봐도 구분이 돼서 누가 말 걸면 그냥 생까고 지나갑니다.
근데 이 와중에도 독종들이 있어서 길을 막는다던지 옷을 잡는 경우가 있죠.
1) 옷을 잡는 경우
- 일단 제가 체격이 좀 큰 편입니다(188/100).
그래서 누가 옷을 잡으면 대단히 짜증스럽다는 듯 확 뿌리치죠.
그리고 째려봅니다.
그냥 갑니다.
2) 길막 하는 경우
- 평택역 앞에서 되게 독하게 길막 하는 양반을 만났는데요.
몇 번 비켜서 생까고 가려고 했는데 독하게 길막을 하길래 비키라는 식으로 가슴팍을 슬쩍 밀었습니다.
어느 정도냐면 여닫이 문 조심스럽게 여는 정도였죠.
근데 이 분, 거의 튕겨나가다시피 "어이쿠"하면서 쓰러지는겁니다.
그러더니 일행도 놀래서 넘어진 사람한테 가네요.
저는 뭐 누가 봐도 당당했기 때문에 역시 째려봤습니다.
그냥 갑니다.
3) '도를 아십니까'에 잡힌 여학생 구해준 썰
- 이건 오래전 이야기인데요.
군대 전역하고 집에서 놀다가 추석 명절을 맞아 농협에서 단기 알바를 했습니다.
농산물 팔고 일당 받는건데요.
농협 앞에서 팔았죠.
근데 저쪽에서 대학 새내기쯤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2명의 아재, 아줌마에게 둘러싸여 뭔 이야기를 듣고 있는겁니다.
'도를 아십니까'로 보이지만 남의 일에 신경 안 쓰는 성격 때문에 가만 있었죠.
근데 일하다가 다시 보니 이야기가 길어지고 있는겁니다(한 20분 넘게 이야기한 듯).
누가 봐도 잡혀갈 각이었죠.
옆에 대리님한테 이야기했습니다. 저거 도를 아십니까 같지 않냐고...
대리님도 그렇게 보였나봐요.
한 사람 인생 구하는 셈 치고 그 여학생에게 갔죠.
물론 확실함을 기하기 위해 잠시 못 본 척 슥 지나가며 대화를 엿들었습니다.
뭐 공양이 어쩌고, 40만원이 어쩌고 하고 있네요.
"100%다" 싶었죠.
다시 여학생에게 갑니다. 아는 척을 시전했죠.
"마!, 왔으면 일할 준비를 해야지. 여기서 뭐해?"
여학생, 놀란 토끼눈으로 절 쳐다보며 "예?" 이럽니다.
저는 그 아재와 아줌마를 슥 보더니 "아..뭐 말씀 중이가? 나중에 올래?"라고 물었죠.
아재와 아줌마들이 "예 말씀 중..."이라고 하는데 여학생이 "아니요, 지금 들어갈게요. 가요."라며 제 옷자락을 잡고 갑니다.
아재와 아줌마는 포기하고 길을 떠났죠.
두 사람 떠난 걸 보고 저는 상황설명을 했습니다.
혹시나 이게 인연으로 뭔 썸이라도 타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여학생, 감사의 인사를 남기고
그냥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