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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2일 '다케시마의 날' 읽어보는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게시물ID : sisa_3648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손이작은아이
추천 : 1
조회수 : 22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2/22 17:52:16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거리는 꽈르릉 하고 무너지고
생각도 않던 곳에서
파란 하늘 같은 것이 보이곤 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주위의 사람이 많이 죽었다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도 없는 섬에서
나는 멋 부릴 실마리도 잃고 말았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아무도 다정한 선물을 주지 않았다.
남자들은 거수경례밖에 몰랐고
깨끗한 눈짓만을 남기고 떠나가 버렸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의 머리는 텅 비고
나의 마음은 무디었고
손발만이 밤색으로 빛났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의 나라는 전쟁에서 졌다
그런 엉터리 없는 일이 있느냐고
블라우스의 팔을 걷어 올리고 비굴한 거리를 쏘다녔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라디오에서는 재즈가 넘쳤다
담배 연기를 처음 마셨을 때처럼 어질어질하면서
나는 이국의 달콤한 음악을 마구 즐겼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아주 불행했고
나는 아주 얼빠졌었고
나는 무척 쓸쓸했다

때문에 결심했다 될수록이면 오래 살기로
나이 들어서 굉장히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불란서의 루오 할아버지 같이 그렇게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윤동주의 시를 좋아했던 이바라기 노리코(1926~2006)의 작품입니다.

 

작성자를 모르고 읽으면 한국인의 얘기라고 착각할 만큼, 일본인과 한국인은 비슷한 고통을 겪었습니다. 어찌 보면, 일본도 피해자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당시의 (일본 군부를 제외한) 일본인 개개인은 피해자입니다. 하지만, 그 개개인이 모인 일본이라는 국가는 피해자이기 이전에 가해자입니다. 무엇보다도, 죄없는 선량한 일본인들이 겪었을 고통도 고통이지만, 35년간 그들 밑에서 훨씬 더 고통스럽게 핍박받으며 살아야 했던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의 고통은요? 해방후 발발한 6.25로 인해 모든게 무너진 세상을 맨주먹으로 일궈온 어머니 아버지 세대의 고통은요?

 

 

일부 일본 우익을 제외하면 저는 개인으로서의 일본인에게는 아무런 악감정이 없습니다. 하지만,

시를 읽으며 느껴지는 안타까운 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직 일본이라는 나라를 좋아할 수 없습니다.

꽃같은 시절을 일제 강점과 전쟁으로 보냈던 제 할머니께도 과연 이 시를 읽어드릴 수 있을까요.

그 시대를 직접 겪으셨던 할머니께 차마 이 시를 쓴 사람의 이름은 알려드리진 못할 것 같습니다.

 

 

오늘, 2월 22일은 일본 시마네현에서 이른바 '다케시마의 날'이라고 멋대로 선포한 날입니다. 2005년 시마네현에서 1905년 2월 22일 독도의 시마네 현 편입 강탈을 기리며 지정한 기념일입니다. 장기 불황과 정치 불안을 경험한 일본은 2012년 12월 총선에서 우익 정치인 아베 신조의 자민당이 압승해 더욱 보수·우경화 되었습니다. 오늘 시마네현이 주최한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는 처음으로 일본 정부의 차관급 고위 인사가 참석했다고 합니다.

 

 

모든 일본인들이 이바라기 노리코만큼, 쿠사나기 쯔요시만큼, 사유리만큼

한국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과거를 청산하려는 노력을 보이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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