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시반,
어둠만이 깔린 골목길,
간간히 들려오는 고양이의 울음소리만이
이 곳이 살아있는 도시임을 알려준다.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걷고 있는 여자 하나가 보인다.
구두를 신었음에도 터벅터벅 힘 빠진 듯 걷는 폼이
오늘 하루가 꽤나 고된 하루였음을 알려주고 있다.
뒷모습만으로도 늘씬한 몸매에 얼굴마저 아름다울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여자다.
거기다 남자들이 그리도 찬양하는 긴 생머리의 소유자였다.
한 걸음을 뗄 때마다 찰랑거리는 그녀의 머릿결은 바람대로 흔들리는 반들거리는 천 같았다.
여자는 무슨 소리라도 들은 듯 멈춰 뒤를 돌아본다.
아무도 없다.
여자는 안도한 듯 눈썹을 들썩거린다.입가엔 잔잔하게 미소를 띈다.
걸음을 떼고 열발자국도 못가 그녀는 다시 뒤를 돌아본다.
뭔가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이다.
하지만 아무도 없다.
여자는 불안한듯 두리번거리다 오른쪽으로 난 사잇길로 들어선다.
체격 좋은 남자 둘은 나란히 들어서기도 힘들어 보이는 길인데다
설상가상으로 여자의 앞으로 몇 미터 앞에는
어느 2층 주택의 초록색 대문만이 마주하고 있다.
길이 없다.
그리고 그녀가 뒤로 돌아선다.
역시나 어둠만이 가득한 공간에 그녀가 있다.
이번엔 앉아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긴 머리때문에 그녀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잠이라도 든듯 가만히 있지만 간혹 들썩이는 어깨만이
그녀가 깨어있음을 알려준다.
거친 쇳소리와 함께 무겁게 쾅하고 닫히는 문소리.
몇분이 지났을까.
큰 결심이라도 한듯 고개를 두어번 흔들어보인 그녀는 고개를 들어 앞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본다.
"저한테...왜...왜...이러시는거죠?"
"정말 몰라서 물어?"
"전 아무것도 몰라요,사..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
"하..시간 별로 없다."
그녀 앞에 우뚝 서 있던 남자는 그녀 앞으로 걸어간다.
175 정도의 작지도 크지도 않은 키에 까만 점퍼를 입고 있는 남자는
얼굴마저 까맣고 날카롭게 생긴 인상이다.
그는 그녀앞으로 더 나아가 서로의 코가 닿을듯이 얼굴을 들이민다.
후욱하고 올라오는 찌든내와 담배냄새에 그녀는 얼굴을 찡그린다.
그리곤 포기한듯 고개를 떨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