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공익근무요원입니다.
철도 공익입니다.
제 주 업무는 유실물 처리와 장애인 도우미입니다.
사실 유실물이야 진상고객이 너무 많아서 잘 모르겠고 장애인 도우미하면서 종종 보람을 느낍니다.
대단한건 아니고 그냥 뭔가 안전하게 열차를 태우거나 택시를 태워보내면 뿌듯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예외도 있죠.
바로 방금전 있던 일입니다.
처음 보는 장애인분이(보통 이 역은 이용하시던 장애인분만 이용하십니다.) 케텍스 타고 오셨습니다. 오늘은 비가 윽시로 왔습죠.
택시를 태워달라는데 역 앞에는 온통 장거리만 받겠다는 양택(양아치 택시기사)들이 불법주차로 진을 치고 있어서 2~3분정도 거리를 걸어야 택시를 탈 수 있습니다. 이런 날이면 양택들 진짜 카파라치 해서 전부 경찰서로 줄줄이 비엔나 해버리고 싶습니다.
비가 윽시로 오는데 3분 거리를 우산이 없는 관계로 비를 맞으면서 걸었습니다.
비오는 날이라 택시의 인기는 동네 팬사인회하는 개콘 개그맨 정도였습니다. 한참뒤에 줄을 서면서 추운 온도 속에서 십분정도를 넘게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면서 한 생각은 하나 뿐입니다.
"내가 없으면 이 분은 어떻게 택시를 타겠는가?"
그렇게 기다렸습니다. 당연한 일이고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게 공익이 할 진짜 일이지. 맨날 벽에 못질하고 나무 심는고 등상해서 산에 플랜카드 다는게 아니라.
그렇게 태워보내고 언제나 처럼 맨트를 쳤습니다.
"조심히 가십시오."
무시당했습니다. 그 장애인분은 아무 말도 없이 그냥 택시를 냉큼 타시고 가버렸습니다.
2~3분 정도 거리를 혼자 비를 맞으면서 걷는데 괜히 화가 납디다.
뭐 '고맙다.'라는 인사를 바란건 아니지만 몸짓으로라도 가라는 제스쳐정도는 해줘야하는거 아닐까요?
비도 맞고 짜증도 나는데 그게 겹쳐서 화가난 것 같습니다.
그분도 도움 받고 싶어서 받은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받은건데 말이죠.
잠깐 화냈던게 미안해집니다.
아까 택시타고 가신 장애인님께 이 글을 바치고 싶습니다.
저 원래 그런놈 아닌데...여튼 죄송합니다.
PS 근데 저도 비맞는거 졸라 싫어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