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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토콘드리아 이브
게시물ID : history_36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맨담
추천 : 1
조회수 : 138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2/02/27 23:27:31
드디어 삼라만상이 찬란하게 기지개를 편다. 온 누리에 녹음방초, 짙푸른 푸나무들이 길길이 자라 활짝 핀 이파리를 가득 매달았고, 탐스러운 꽃송이를 머리에 인 예쁜 풀들이 아우러져 대자연은 풍요로움 그 자체다. 거기에다 새소리, 벌레소리까지 더하여 웅장한 교향곡이 울려 퍼지고….그런데 저 우렁찬 생명의 에너지와 짙은 연두색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에너지의 대명사인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와 녹색을 품은 광합성의 본체인 엽록체는 긴긴 세월 동안 세포가 바뀌어 온 탓이다. 전인미답의 시절, 약 15억 년 전에 애당초 독립해서 살던 원핵(原核, 핵이 없는)호기성세균이 숙주인 진핵(眞核, 핵이 있는)세포에 꼽살이 끼어들어 함께 살게 되었으니 그것이 미토콘드리아이고, 그런 원시세포에 엽록소와 남조소를 가지고 있는 광합성을 하는 단세포 남조류(cyanobacteria)가 쳐들어갔으니(원시숙주세포가 ‘먹었다’고 표현하기도 함) 그것이 엽록체로 이제는 둘 다 빼도 박도 못하게 되었다. 게워내도 못하고, 같이 살아야지 외따로 살지 못하는 운명 말이다. 호기성세균과 광합성세균이 떡하니 세포소기관으로 바뀌었단 말이 아닌가? 당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오랜 세월 세포도 여러 곡절을 거쳐 내처 바뀐 터라 이를 세포진화설(細胞進化說,hypothesis of cell evolution), 또는 세포내공생설(細胞內共生說,theory of endosymbiosis)이라 한다. 정말로 가만히 멈춰있는 것은 없구나. 헌데, 왜서 이런 과학 글에까지 기분 잡치게 한자와 영어투성일까? 그렇다, 현대과학의 뿌리가 서양인데다 일본을 통해 그것을 받아썼기에 그런 것이니 너무 불쾌하지 말 것이다. 과학도 확산(擴散, diffusion)한다! 영어를 힘들여 익혀야하는 까닭이 여기에도 있으니… 보라! 태권도에서는 ‘차렷!’하고 우리말을 쓰지 않던가? 암튼 세포내공생설이 하도 뜬금없어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로 들리겠지만, 다음 여러 예들이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가 세균을 닮았다는 증거다. 이런 것을 채근하느라 얼마나 많은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날밤을 새웠는지 모른다. ①진핵의 DNA는 길쭉하고 선상(linear)인데 비해 미토콘드리아의 DNA는 세균의 것처럼 한 개의 고리모양(circular)을 하고 있고, ②그것을 분리하여 시험관에 넣어두면 상당 기간동안 DNA, RNA와 단백질을 합성하고, ③테트라사이클린(tetracycline)과 같은 세균에 치명적인 항생제를 처리하면 미토콘드리아(엽록체도)는 해를 입으며, ④세균과 똑같이 세포질이 밖에서 안으로 잘려 들어가면서 나눠지며(이분법) 분열하고, ⑤단백질합성 부위인 리보솜의 구성이 세균인 대장균의 것과 똑 빼 닮았다. 즉, 미토콘드리아는 핵의 분열과 관계없이 자체적으로 번식하고 독자적인 유전물질인 DNA를 가지고 있어서 단백질을 합성 할 수가 있고, 미토콘드리아DNA(mitochondrial DNA, mtDNA)는 핵DNA(nuclear DNA, nDNA) 양의 0.5% 밖에 되지 않지만 스스로 분열도 한다. 애시 당초에는 완전 독립체였으나 핵에 많은 기능을 이양해버려 ‘속국’ 상태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는 미토콘드리온(mitochondrion)의 복수형이며, ‘mito’는 ‘실’, ‘chodrion’은 ‘알갱이’란 뜻이며, 그것은 핵(核)보다 훨씬 작고, 세포 하나에 여러 개가 들었으며, 생리기능이 아주 활발한 조직이나 기관의 세포에 더 많으니 간 세포 하나에는 무려 2,000∼3,000개나 들어있다(간세포의 25%를 차지함). 그런데 몸 움직임(운동)이 심폐기능, 근육의 탄력성, 적혈구 수의 증가뿐만 아니라 미토콘드리아에까지 영향을 미치니, 운동을 열심히 하면 그 수가 다섯 배 내지 열 배까지 증가한다고 한다. ‘용?불용설(use, disuse theory)’이 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엽록체야 식물세포에만 있지만 미토콘드리아는 동식물세포 모두에 있다. 식물에는 보통 세포 하나에 미토콘드리아는 100~200개, 엽록체는 잎 세포 하나에 50∼200여개가 들었다. 부연하면, 미토콘드리아는 진핵세포의 세포질에 존재하는 세포소기관으로 세균에는 물론 없다. 그것의 보통 크기는 0.5~1 ㎛(1 ㎛는 1/1000 mm)로 세균의 판박이다. 세포마다 생명의 길이가 갖가지라, 적혈구는 120일, 상피세포가 약 7일이고 미토콘드리아는 10일이다. 이렇게 세포들은 죄다 나날이 생멸(生滅)을 반복한다. 그리고 미토콘드리아는 모양이 일정하다기보다는 여러 가지 모양으로 꼴(態)을 바꾸고 아예 운동(이동)도 활발하며, 세포에 따라 달라서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거의가 길쭉한 막대나 강낭콩, 소시지모양을 하지만 정자의 것은 나선형으로 꼬리(편모)를 돌돌 감싸고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우리가 애써 먹은 음식이 소화되어 흡수된 양분과 적혈구가 가지고 온 산소(O2)가 결합(산화)하여 에너지와 열을 내니 이를 세포호흡이라한다. 에너지는 에이티피(ATP)라는 배터리(battery)에 저장하고 열은 체온유지에 쓴다. 이처럼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를 만들기에 ‘세포의 발전소’, 열을 내는 탓에 ‘세포의 난로’라 부른다. 다음은 어머니를 닮는 내림, ‘모계성유전(母系性遺傳,maternal inheritance)’이야기다. 그런데 흔히 말하는 유전이란 핵의 염색체(유전자, DNA)가 대물림하는 핵유전(核遺傳,nuclear inheritance)을 말하는데, 이들 내림물질(유전자,gene) 탓에 어느 자식이나 어머니와 아버지를 반반씩 닮는다. 헌데, 미토콘드리아나 엽록체는 핵이 아닌 세포질에 들어있어서 다음대로 이어지니 이를 세포질유전(細胞質遺傳,(cytoplasmic inheritance)이라 한다. 세포질유전(모계성유전) 설명을 조금 보탠다. 0.1 mm 크기의 난자에는 세포막과 세포질(세포소기관)을 다 가지고 있지만 0.06 mm 밖에 안 되는 정자는 정핵(精核,머리)과 몇 개 안 되는 미토콘드리아가 붙어있는 꼬리(편모)만 있어서 도통 세포질이 없는 괴이한 세포이다(처음 정모 세포는 세포질을 가졌음). 어찌하였거나 난자에는 30만개의 미토콘드리아를, 정자는 유전정보가 담긴 머리와 헤엄칠 꼬리 사이에 고작 150개를 가지고 있고, 수정하면 정자가 가지고 들어온 미토콘드리아를 난자가 거부반응을 일으켜 송두리째 부숴버린다고 한다. 결국 수정란 속에는 아버지의 미토콘드리아는 하나 없고 고스란히 어머니의 것만 들었다! 이것이 바로 미토콘드리아의 모계성유전, 또는 세포질유전이다. 너와 나, 우리의 미토콘드리아는 단연코 어머니의 것! 그런데 이런 유전은 사람만이 아니다. 양성생식(兩性生殖)을 하는 모든 생물들은 미토콘드리아나 엽록체를 모계(母系)에서 받는다. 그렇다면 어머니는 누구에게서 그것을 넘겨 받았을까? 맞다! 외할머니에서 받았다. 결국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죄다 외조모의 것이 어머니에게로, 어머니의 것이 내게로 내려온 것이로다! ‘외갓집’의 의미를 되새겨 볼 것이다. 질문이다, 이모(姨母)의 미토콘드리아와 나의 것은 같은가, 다른가. 이종사촌의 것과 나의 것은? 이제 알았다. 범죄사건 해결에 ‘핵산 지문’인 DNA가 한 몫 하는 탓에, 모계성인 mtDNA뿐만 아니라 부계를 따라 흐르는 Y염색체(그 속에 든 DNA)를 찾는 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Y염색체는 할아버지에서 아버지, 아들, 손자로 내려가는 부계성(父系性)유전을 하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인류의 조상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소위 말하는 ‘미토콘드리아 이브(Mitochondrial Eve)’라는 것인데, 미토콘드리아 이브는 오늘날 살아가는 모든 인류의 공통조상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모계의 유전물질(mtDNA)을 아득히 먼 옛날로 거슬러 찾아 따라 올라가면 그 뿌리가 보인다. 그것은 약 20만 년 전 아프리카 대륙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하여 ‘아프리카 이브(African Eve)’라고도 부른다. 어쨌든 진화의 유물이요 흔적인 그녀의 mtDNA가 모조리, 잇달아 우리에게도 전해온다. 검은 할머니의 그것이! 이를테면 생명의 본산지인 미토콘드리아에서 끝없이 사무치는 모정을 찾아도 좋을 듯. 품안에 포실하게 보듬어 주시던 어머니를 어른거리게 하는 미토콘드리아여! 당신은 가셨지만 당신의 미토콘드리아는 내 몸에 오롯하게 남아 있나이다! 글 권오길 / 강원대학교 생물학과 명예교수 한줄요약 현대 인류는 전부 20만년전 어느 한 여인의 후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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