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막걸리 세계화 명분으로 26일 영문 애칭을 ‘드렁큰 라이스(Drunken rice)’로 결정하자, 네티즌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술에 취한 쌀’이라는 우스꽝스런 표현 때문에 한식 세계화라는 당초 취지에 역행하고, 결국 국제적 망신거리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농식수산식품부와 농수산물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26일 정부 발표 직후, 각각의 홈페이지에는 막걸리 영문 애칭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들이 수십 건씩 게재됐다.
‘영어권에서 15년 살다 왔다’는 한 네티즌은 “‘drunken’은 술 주정뱅이를 뜻하고 음주운전(drunken driving), 술에 취한 술고래(drunken bum) 등 나쁜 의미로 쓰인다”며 “잘못된 애칭을 고수하면 국제적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외국인이 ‘막걸리’를 발음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별명을 만든 것 자체가 한식의 세계화를 포기한 처사”라며 “한국 술의 고유명사나 다름없는 ‘막걸리’를 지키고 더 알리는 노력이 아쉽다”고 적었다.
이번 애칭이 농식품부가 추진하는 한식 세계화 사업에도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정부는 표기법이 제각각 이라는 이유로 김밥이나 칼국수 등 120여 가지의 한식 메뉴는 표기법을 통일시켜 놓고, 막걸리에 대해서는 이상한 이름을 하나 더 붙였다”며 “정부 정책의 방향성을 종잡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려했던 일이긴 하지만 기발한 별명으로 본래 대상이 더 유명세를 타는 경우도 있지 않냐”며 “막걸리에 대한 관심을 촉진시키는 계기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