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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soju_36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131
추천 : 1
조회수 : 890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1/08/19 01:28:16
술마시고 뻘글 쓰는거에요 신경 안쓰셔도 되요


키도 작고, 몸짱도 아니고, 집도 부자가 아니고, 내가 모은 돈도 없고.
다만 어디 아픈 곳 없는 몸뚱이에 스물 두살 나이가 다인데.

전역하고 나니 왜이렇가 막막한지.
전역후 세달동안 모은 몇 푼 안되는 통장이 내가 가진 전부같다.
가족들은 항상 마음으로는 응원해주지만
그렇다고 물질적으로 기댈 수 있는 부분도 없고
내가 가진 통장마저도 복학하고 나면 내 밑천으로 야금야금 써먹어야되니
어디 융통할 부분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아쉬운 인생이다.

그렇다고 갈 길이 뚜렷하면 그 곳만 보고 달려가기라도 할텐데
막상 내 앞길은 불투명하다.
우리나라에 직업이 2만개라는 사실을 들어
어른들이 앞길을 철도처럼 비유하고, 탈선하지 말라고 말씀하실때에는,
그런 답답한 말이 어디있냐고, 인생이 무슨 좌회전 우회전 쉬는 것도 안되는 철도냐 생각했는데
막상 생각해보니
기차처럼 이미 앞에 있는 레일을 내 능력 닿는대로 전속력으로 달리기만 했으면
참 그렇기만 해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친구들은 행시니 취직이니 스펙이니 자기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데
나는 친구들이 다녔던 학교를 다니려고
새벽부터 밤까지 학비마련이나 하고 있고
이런 미래가 뻔히 눈에 보였던 모양인지
전 여친은 내가 좌경계총으로 전방에 있을 때
장문의 편지로 이별을 고했나보다.
몇 달 지나서 편지를 읽고
내 속내와 고민을 너무 많이 터놓은 탓일까
후회해도 너무나 늦기도 하고, 아무 쓸 데 없는 푸념이기도 하고.

밖에 나오기만을 바랐지만
나온다고 뾰족한 대책도 없고
하루하루 마시는 것은 술이고
날은 더운데 옆구리는 시베리아고

그저
그래, 니가 가는 길이 지금은 힘들어 보일지는 모르지만
틀린 길은 아냐. 그냥 그렇게 걸어가면 충분히 잘 하고 있는거야
그런 심정적 공감을 바라는 것이
대단한 사치일까. 스물 두살의 대한민국 남성에게는.


외롭고
따뜻한 날씨에 비해 지나치게 쓸쓸하고
가는 길이 어디인지 몰라 어지럽고 답답한 밤에는
벗할 이가 술밖에 없다는 것이 몹시 아쉽지만, 받아들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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