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기엔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데, 이런 사람이랑 결혼하면 좋겠다 싶은 사람 있지 않으세요?
10년도 훨씬 전에 알게 된 친구인데... 작년에 10년만에 만나게 되면서 제가 확 빠져버렸어요.
어렸을 땐 그저 나한테 잘해주는 남사친일 뿐이었는데
10년이라는 세월동안 이 남사친이 (제 기준에)아주 괜찮은 남자가 되어 나타났지 뭐에요.
담배, 술 입에 안대요. 직업상 완전 FM적인 생활을 하고, 예의바르고, 절대 말을 함부로 내뱉는 경우가 없어요.
욕하는 것도 거의 못들어봤고, 길거리에 침뱉고 하는것 없고... 바른 생활 사나이죠 ㅎㅎㅎㅎ
근데 제가 이런 사람을 항상 원해왔어요. 특히 예의범절.. 어느 누구한테 카드를 내밀어도 두손으로 공손히..
그럴일은 없을 것 같지만 (눈물) 만약 이 사람과 연애하게 된다면
막 눈에서 꿀이 떨어진다던가 저를 좋아하는 마음을 넘치게 표현한다던가 하는 건 못볼 것 같아요.
연락도 단답형이 많고, 카톡이나 전화로 시시콜콜 수다떠는거 안좋아하는 것 같고요.
그런데 그런 느낌은 있어요.
뜨겁게 활활 타오르는 사람은 아니지만 미지근하게 오래갈 것 같은...
엄청난 이벤트를 해주진 않겠지만 일상에서 모든 면이 다 배려일 것 같은...
그냥 친구관계일 뿐인데도 이 친구는 제가 이거 하자면 해주고 어디 가자면 가주고,
식사 메뉴 정하는 것도 무조건 내가 먹고싶은 것.
모든 만남의 끝은 집앞까지 운전해서 데려다주기. 내가 지하철 타고 가겠다고 해도 항상 그래요.
며칠 잠도 제대로 못자고 출장 다녀온 후라 힘들텐데도 근처에 있는 저 픽업해서 식사하고 차까지 마시러 가고
집앞까지 데려다주고... 고맙고 미안하고 짠하고 그래요.
결혼하면 술 담배 도박 여자 문제로 속썩일 것 같지 않은 사람.
월급은 적은데 연금보장 되어있는 사람. (본인은 부인이 집에서 살림을 전담해주기를 바란다고 어머니께 얘기했다가
쥐꼬리만큼 벌면서 부인이 전업주부하길 바라냐고 욕먹었다던 ㅎㅎㅎㅎㅎ)
결혼에 대한 생각도 비슷하고 (저는 결혼식 예물 예단 등등 다 생략하길 원해요.
결혼 앨범도 그냥 사진 몇 장으로 퉁치고, 반지도 평생 끼고 다닐 단순한 디자인이면 충분..)
제가 바라던 남편감 리스트에서 몇가지 빼고 다 들어맞았지만
정작 그 친구는 저를 여자로 생각이나 할런지.
얼른 들뜬 마음이 가라앉길....
몇년만에 찾아온 감정이라 낯서네요.
비오는 밤 잠은 안오고 감기기운으로 정신없는 와중에 감성 터져서 이렇게 글 쓰고 갑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