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목요일에 너를 보러 올라갈 생각이야. 그 전까지 일부러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았어. 헤어졌으니까. 헤어졌는데도 너의 카톡 프로필에는 우리의 기념일이 남아있는게 안쓰럽고 착잡하더라. 많이 바쁘지? 많이 바쁜데 나도 신경써야해서 많이 힘들었지? 미안해. 네가 최대한 나를 신경쓰지 않게 했어야 했는데. 내가 무얼 잘못했는지 참 많이 생각했어. 네가 바쁜데 아프다고 한거? 네 연락이 없다고 나도 연락을 거의 하지 않은 거? 내가 학생이라 돈이 없어서 네가 많이 부담하는 거? 내가 먼저 사진찍자고 안하는거? 일 마치고 힘든데 목소리 듣고 싶다고 전화하자고 조른거? 그냥 네가 게임하는 게 싫어서 칭얼거린거?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거? 헤어지자고 막 말하고 자살한다고 상처를 준거? 만나서 할 것을 항상 너만 생각하게 한거? 방학이 끝나고 바로 너를 보러가지 않은거? 네가 싫어하는 레모네이드만 먹는거? 참 많다. 그지? 분명 더 있을 거야. 내가 떠올리지 못하거나 인식 못하는 수 많은 것글이. 나는 이렇게 너에게 제대로 해주질 못했네.
나는 너에게 해주지 못한 것들을 갚고 싶은데, 나도 졸업하고 돈 많이 벌어서 너에게 맛있는 걸 많이 먹여주고 싶고, 너랑 결혼해서 살고 싶었는데. 내가 학교에 다니게 된건 모두 네 덕인데. 공부 열심히 해서 성적 잘 받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다 너를 위해서 였는데. 이제 그게 아니게 되면 난 어쩌면 좋을까. 몸에서 중심에 있는 톱니가 빠진 기분이야. 내가 하는 거의 모든 일들은 네가 있기 때문이었다는 걸 너는 알까? 하나 더, 너한테 제대로 말 못한게 있는데, 장난감을 사기 위한게 내 꿈이라고 했던 거 기억나? 그거 말이야, 그냥 삶의 목표가 생겼다는 말이었어. 너로 인해 생긴 새로운 삶의 목표. 그래서 그 이야기를 꺼냈을 때, 네가 축하해주길 바랬는데. 내가 어지간히 말을 못해버려서 그냥 나는 장난감이 좋아라는 말이 되어버렸지만. 사실 이게 다 너랑 나랑 친구 같아서 일어난 일이 아닐까. 사실 난 다른 연인관계라는 건 잘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건 정말 친한 친구 관계였는데. 이게 이제는 잘못된 거같은 생각도 들어. 우리가 좀 다르게 사귀었다면 좀 달랐을까.
요전에 그랬지? 네가 힘들때 헤어지자고 하면 붙잡아 달라고. 그래서 서울로 올라가는 거야. 네 얼굴을 보고 너를 붙잡기 위해서. 그래서 네 앞에서 울고불고 할거야. 네가 나를 두 번이나 잡아주었듯이 나도 너를 잡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