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역을 올라오니 익숙한 뒷모습이 보인다.
우습다.
사람 많기로 유명한 이 곳에서도 그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니.
우린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닌데,
"준아."
그의 이름을 부르자 뒤돌아선다.
그의 외자 이름을 난 좋아했다.
준아-라고 부르면
그 사람과 나만이 부르는 이름인것만 같았다.
실제로 그의 이름은 준,외자지만 말이다.
"오랜만이네."
명치 끝에서부터 뭔가 벅차오름을 느끼지만
덤덤하게 그에게 말을 건다.
그와 나는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다.
"그러게.근데 너 뭔가 바뀐거 같다,야."
예전의 우리 사이로 돌아간듯 반갑다는 듯이 내 손을 쥐어보이는 준이.
자연스럽게 빼내야 하는데..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그의 손에 이끌려 걷는다.
이 사람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무덤덤하게 언제나 내 옆에 있었던 사람인것 처럼,
항상 우리는 사랑했던 사이였던것처럼 굴어대곤 한다.
"너 여기 좋아했잖아,오랜만에 가자."
고개를 들어보니 2층짜리 앤틱한 분위기의 카페가 보인다.
웃음이 났다.
그래,나 여기 좋아했지.
너랑 헤어지고나선 한번도 안왔지.
나 이제 이 곳 싫어해.
"술을 먹어야는데,시간이 애매하네.들어가자."
"그래."
애써 웃어보이며 그의 뒤를 따른다.
오늘까지만 보면 된다.
오늘이 지나면 난 그를 잊고 새롭게 시작할 것이다.
그의 손이 유난히도 따뜻하게 느껴진다.
마지막이겠지,이 따뜻함도.
우리는 예전처럼 한 쇼파에 같이 앉아 홍차를 시켰다.
홍차를 좋아하지 않았던 내가
이 카페 홍차를 맛있다며 좋아라하자 준이가 웃었던 기억이 난다.
다행이라고,
하나의 즐거움이라도 더 알려주게 되서 뿌듯하다고,웃어보이던 준이.
평범한 일상 얘기들로 대화를 하던 우리는
두어시간이 지난뒤에야
서로의 눈을 마주보았고,
준이는 내 무릎언저리에 손을 얹는 것으로 질문을 한다.
그런 준이의 손을 잡아보이며 싱긋이 웃어보이는 것으로
그의 질문에 대답한다.
난 이미 준비가 되었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