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 생김새는, 통로보다 조금 높게 설득 자들이 앉아있고, 포로는 왼편에서 들어와서 바른편으로 빠지게 돼 있다. 네 사람의 애니계 장교와, 내 또래의동료 덕후가 한 사람, 합쳐서 다섯 명.그들 앞에 가서, 걸음을 멈춘다. 앞에 앉은장교가,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한다.
"동무, 앉으시오."
명준은 움직이지 않았다.
"동무는 최애캐가 어떻게 되시오?"
"아리."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 앉으라고 하던 장교가,윗몸을 테이블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동무, 아리도, 마찬가지 동무가 그렇도록 싫어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캐릭터 중 하나요. 초딩들과 트롤러들 속에서 최애캐를 정하다니 어쩌자는 거요?”
"아리."
"다시 한 번 생각하시오.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요. 자랑스러운 권리를 왜 포기하는 거요?"
"아리."
이번에는, 그 옆에 앉은 장교가 나앉는다.
"동무, 지금 애니계는, 우리 오덕들을 위해 연말 스퍼트를 가하고 있소, 동무는 누구보다도 새로운 애캐를 가지게 될것이며, 성공한 덕후로 존경받을 것이오. 전체 덕후들은 동무가 애니메이션에서최애캐를 가지기를 기다리고 있소. 곰플레이어도 DVD도 BD도 동무의 개선을 반길 거요."
"아리."
그들은 머리를 모으고 소곤소곤 상의를 한다.
처음에 말하던 장교가, 다시 입을 연다.
"동무의 심정도 잘 알겠소. 오랜 덕후 생활에서, 처음으로 연을 맻은 캐릭터가 애착이 간 나머지 애니메이션을 봐도 최애캐가 생기지 않는다는 변명 역시 용서할 수 있소. 그런 염려는 하지 마시오. 애니계는 동무의 하찮은잘못을 탓하기보다도, 동무가 BD와 피규어에게 바칠 지름을 더 높이 평가하오.일체의 무리한 영업 및 강요는 없을 것을 약속하오. 동무는……”
"아리."
일본인 대표가, 날카롭게 무어라 외쳤다.설득하던 장교는, 증오에 찬 눈초리로 명준을 노려보면서, 내뱉었다.
"좋아."
눈길을, 방금 도어를 열고 들어서는 다음 포로에게 옮겨버렸다.
아까부터 그는 설득 자들에게 간단한 한마디만을 되풀이 대꾸하면서, 지금 다른 천막에세 동시에 진행되고 있을 광경을 그려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도 자기를세워 보고 있었다.
"자넨 어디 사는가?"
"……"
"음, 한국이 아니라 영어권이군. 그것도 미국이 아니닌 호주라..."
설득 자는, 앞에 놓인 서류를 뒤적이면서,
"서양권 회사의 게임이라지만 막연한 얘기요. 일본산 굿즈보다 나은 데가 어디 있겠어요. 영어권 사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지만,영어권 게임이라봐야 일본산 굿즈가 양도 질도 뛰어나다는걸 안다구 하잖아요? 당신이지금 가슴에 품은 사랑과 열정은 나도 압니다. 일본 애니가 점점 뽕빨물이 되어 가는 것을 누가 부인합니까?그러나 일본에는 자유가 있습니다. 인간은 무엇보다도 자유가 소중한 것입니다.당신은 게임의 포로 생활과 굿즈의 부족속에서 이중으로 그걸 느꼈을 겁니다. 인간은……”
"아리."
"허허허,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다만 굳이 2.5개국어로 덕질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영어권 게임의 수많은 캐릭터중 하나에 빠져서, 동족으로써 어찌 한마디 참고되는 이야길 안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이곳에 덕후 2천만 동포의 부탁을 받고 온 것입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건져서, 굿즈들의 품으로 데려오라는……"
"아리."
"당신은 고등교육까지 받은 지식인입니다. 애니계는 지금 당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위기에 처한 애니계를 버리고 떠나 버리렵니까?"
"아리."
"지식인일수록 불만이 많은 법입니다. 그러나,그렇다고 제 몸을 없애 버리겠습니까? 종기가 났다고 말이지요. 당신 한 사람을 잃는 건, 무식한 사람 열을 잃은 것보다 더 큰 동족의 손실입니다.당신은 아직 젊습니다. 우리 덕후들에게는 할 일이 태산 같습니다. 나는 당신보다 나이를 약간 더 먹었다는 의미에서, 친구로서 충고하고 싶습니다. 애니의 품으로 돌아와서, 굿즈를 삶으로써 애니계를 재건하는 일꾼이 돼주십시오.낯선 영어권 게임을 파며 고생하느니, 그쪽이 당신 개인으로서도 행복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나는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대단히 인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뭐 어떻게 생각지 마십시오. 나는 동생처럼 여겨졌다는 말입니다.만일 애니계에 오는 경우에, 개인적인 조력을 제공할 용의가 있습니다.어떻습니까?"
AHRI따움은 고개를 쳐들고, 반듯하게 된 천막 천장을 올려다본다. 한층 가락을 낮춘 목소리로 혼잣말 외듯 나직이 말할 것이다.
"아리."
설득 자는, 손에 들었던 연필 꼭지로, 테이블을 툭 치면서, 곁에 앉은 미군을 돌아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