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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갤문학] 클럽 저지 먼트 下 (부제 : 신의 판결) (完)
게시물ID : thegenius_366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프차크크
추천 : 16
조회수 : 775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4/01/21 22:21:48

8. 데스매치 (1)


이상민은 우승을 확정지었고 진호와 요환을 제외한 참가자들은 상민을 축하해 주었다.

그때 홀에서 다시 한 번 부저가 울렸다. 진호와 요환은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다.


“이제 곧 데스매치가 진행되겠습니다.”

딜러가 참가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아니, 데.. 데스매치라니? 그게 무슨 말이오?”

요환이 딜러에게 물었다.


“아 이번에 새로 참가하신 분들이라 잘 모르시겠군요. 저희 클럽 Judgement는 2층에서

이루어지는 게임에서 플레이어 모두에게 참가비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에서 최하위를 기록하신 분과 그 분이 지정하신 분이 벌이는 게임을 통해 최종 탈락자를 선정하고 그 분에게 모든 플레이어 분들의 

참가비를 받고 있습니다. 승자 독식처럼 참가비도 최하위 분이 모두 감당 하는 것이죠.“


“참가비라니.. 그런 말은 듣지 못했소.”

요환이 딜러에게 따져 물었다.


“2층에 출입할 때 나누어드린 명패 뒷면에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습니다만.”


요환은 자신의 명패 뒷 면을 확인했다. 그곳에는 빼곡한 글씨로 많은 조항들이 적혀있었다. 하지만 너무 작은 글씨로 쓰여 있어 

그것을 확인한 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 했다.


“그럼 이번 게임 최하위를 기록한 은지원씨가 데스매치 상대를 지못하시면 되겠습니다.”


“제가 꼴지인가요? 하하.”

지원은 유쾌하게 웃으며 딜러의 말에 대답했다. 도무지 데스매치를 치루어야 할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참가비는 얼마요.”

가만히 있던 진호가 딜러에게 물었다.


“1인당 10가넷, 7인 70 가넷입니다.”

딜러가 환하게 웃으며 진호의 물음에 답했다.


“아니, 70 가넷이라니. 그런 돈을 개인이 어떻게.”

애초에 지불이 불가능한 금액이 확실했다. 자산가 유정현이라 해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참가비.


“그럼, 돈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지불한다는 거요.”

진호가 다시 딜러에게 물었다.


“그건 저희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다 회수를 하고 있습니다.”


그때 3층으로 올라가는 문이 열리고 그 곳에서 소총으로 무장한 일본 헌병대가 등장했다.

진호와 요환은 놀란 두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은지원씨, 데스매치 상대를 선택해 주십시오.”


딜러는 환하게 웃으며 은지원에게 되물었다.


“저는 콩, 아니 홍진호 씨를 지목하고 싶군요.”


진호는 귀를 의심했다. 지금 지원이 자신의 이름을 부른 것인가. 진호는 계단 위에서 내려오는 헌병대를 바라보던 눈을 거두어 지원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진호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홍진호, 우리가 자넬 모를 거라 생각했나?”


가만히 있던 이상민이 입을 열었다. 그리곤 진호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며 말했다.


“사실 말이야, 우린 애초에 자넬 잡을 수 있었다네. 홍진호 개인의 목숨? 그런건 일도 아니지. 하지만 말이야 자네가 우리에게 암살당한다? 

그래선 안돼. 자네가 그렇게 죽었다간

조선인들이 들고 일어날게 뻔하지 않은가? 그건 피곤한 일이거든.“

이상민은 진호가 쓰고 있던 가면을 벗겨내고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말이야, 독립투사 홍진호가 클럽 judgement에서 공정한 게임을 하다 지고 데스매치에 지목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어마어마한 

빚을 지게 되었고 감옥에 가게 된다. 어때? 괜찮지 않나? 아니면 어마어마한 빚을 사채로 쓰고 그 빚을 갚지 못해서 어딘가로 팔려간다거나 말이야?”


“아니 그럼.. 애초에. 어떻게 그런.”

진호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상민을 바라보았다.


“임요환군, 자네는 이번 도박 참가자들에 대해서 누구에게 들었지?”

이상민의 물음에 요환은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자네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우린 많은 일을 할 수 있지. 뭐.. 그래도 너무 억울해 하지

말라고 데스매치에서 진호군이 이길지도 모르지 않나?“


이상민은 허리를 뒤로 젖힌채 유쾌하게 웃었다.



9. 데스매치 (2)


홀은 이제 일본 헌병대로 가득했다. 수십 명의 헌병이 테이블 주위를 둘러싼 채 서있었고 테이블을 사이에 둔 채 

홍진호와 은지원이 마주보고 있다.


“이번 데스매치는 인디언 포커입니다.”

딜러가 입을 열었다.


“오! 인디언 포커? 재밌겠다.”


지원은 장난스럽게 딜러의 말에 대꾸했다.


진호는 지원은 장난스럽고 가벼운 행동이 의아했지만 이내 수긍이 갔다. 애초에 지원에게 이 게임은 데스매치가 아니었다. 지더라도 상민과 

정현이 감당할 수준이었고 참가비로 낸 가넷 역시 클럽에서 수거해 가는 것이기 때문에 같은 편인 그들이 부담해야 할 위험은 애초에 없었다.


“인디언 포커란 서로가 상대방의 카드를 확인하고 베팅을 하는 게임입니다.”


진호는 이 게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과거 김구라 와의 경기를 몇 번 겪으며 승리한 경험도 있었기 때문에 게임만이라면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지원과 진호의 심리적 부담감의 차이. 진호는 말 그대로 자신의 목숨을 걸고 진행해야 하는 게임이었다. 70가넷 만큼의 돈은 

부담할 수도 없을뿐더러 그 회수 방식도 알 수 없다. 법적으로 따진다면 자신을 감옥에 넣는 것 역시 너무 손쉬운 상황이다.


“두 분 모두 게임 룰을 숙지하고 계신 듯 하니 바로 게임을 진행하겠습니다.”


딜러는 카들을 셔플한 후 진호와 지원에게 한 장씩 카드를 나누어 주었다. 테이블에 펼쳐진 카드는 1과 10. 그리고 지원이 자신의 이마에 들고 있는 

카드는 2였다. 계산대로라면 이번 판은 진호의 확실한 승리 최소한은 무승부였다. 어떻게 할까 진호가 생각을 하던 그때 지원이 입을 열었다.


“올인”

진호는 생각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지원을 바라보았다.


‘올인 이라니, 아무리 부담이 없다고 해도 올인 이라니 이게 무슨.’


진호가 다시 한 번 머릿속으로 계산을 해보았지만 이건 자신에게 너무나 유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런 진호를 붙잡는 알 수 없는 기운. 

그것은 진호의 본능과도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진호는 애써 그런 느낌을 지우려했다.


‘내가 너무 심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이건 누가 봐도 응해야 되는 상황이야. 내 카드가 1이라고 해도 나는 투페어로 승리. 하지만 그랬다면

 지원이 올인하지 않았겠지. 아마 내 카드는 3이나 2. 하지만 처음에 2라는 숫자가 나올 동시에 나올 확률이 그렇게 높단 말인가. 

이건 블러핑일지 몰라.’


진호의 머리가 복잡했다. 단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기회. 그리고 절대로 지지는 않는다. 최소한 무승부. 진호는 눈을 한 번 감았다 

뜨고는 입을 연다.


“올인”


“그럼 두 분 카드를 오픈하겠습니다.”


진호와 지원이 동시에 카드를 내렸다. 두 사람의 카드는 2. 2층에서 카드 2가 2장이 동시에 나왔다. 222.


“아...” 진호는 짧게 탄성을 내었다.


이게 무슨 신의 장난이란 말인가. 진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는 더 이상 자신의 능력이 아니다. 말 그대로 천운에 따른 승부를 벌여야 한다. 

승부는 이제 자신의 손을 떠났다.


활시위는 당겨졌고 날아가는 화살은 눈으로 쫒을 수 있을 뿐 결코 손으로 잡지 못한다.


딜러는 다시 카드를 진호와 지원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젠 카드를 바로 뒤집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


“6이다!” 진호의 카드를 뒤집자 지켜보던 요환이 외쳤다.

나쁘지 않은 숫자였다. 요환은 간절한 눈으로 지원의 카드를 쳐다보았다.


“6이다!” 지원의 카드를 뒤집자 지켜보던 상민이 외쳤다.

상민은 도박 때문인지, 진호를 잡았다는 쾌감 때문인지 엄청나게 상기된 표정이다.


“2층에서 2로 무승부를 하고 다시 2번째 무승부라니. 222라니..”

요환은 작게 중얼거렸다.


마지막 운명의 카드가 딜러에게서 나누어지고.



진호는 패배했다.



10. 신의 판결 (1)


“진호, 이 클럽의 이름이 Judgement 인걸 알고 있나? 난 그 이름이 참 좋아. 응?

판결이라.. 누가 누군가를 판결한다. 그건 절대적 우위에서 이루어지는 것 아니겠나?

자 이제 난 자네를 절대적으로 판결할 수 있지. 그것도 합법적으로 말이야. 하하하하.”

이상민은 홀이 떠나가라 크게 웃었다.


“자네와의 싸움은 참 길었어. 누군가는 그러더군? 자네에게 승부욕을 불태우는 내 모습이

자격지심에서 그런 것 아니냐고. 이번 도박에 자네를 끌어들일 때도 많은 사람들이 날 말렸어. 그냥 암살해도 되는데. 아니지, 

굳이 도박이 아니라도 자네를 법이라는 이름하에 무너뜨리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지. 하지만 난 그러지 않았어. 

사람들이 공평하다 생각하는 어떤 상황적 배경 속에서 자네를 무너뜨리고 싶었거든. 완벽한 승리 말이야. 하하하하!!“


상민은 춤추는듯한 걸음으로 진호에게 다가가 귀에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물론 주사위가 분리되는 건 좀 알고 있었지. 내가 기획한 게임이라서 말이야.”


상민은 키득키득 거리며 웃었다.

진호는 고개를 들어 상민을 노려보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봐 진호, 어떤 방법이 좋을까? 빚을 지고 감옥에 갇히는 것? 아니면 빚을 갚기 위해 저기 아프리카 노예로 팔려가는 것? 내가 말이야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이런 방법이 좋을 것 같아. 빚을 진 홍진호는 배가 항구에 도착할 때까지 클럽 3층에 갇혀 있다 

몰래 탈출을 시도 하는 거지. 하지만 탈출할 유일한 방법은 구명보트 뿐. 홍진호는 어렵사리 구명보트를 타고 바다로 향하지만 

그만 육지로 돌아가지 못하고 구명보트 위에서 사망한다. 어때? 몇 개월 혹은 몇 년 뒤에 시체가 실린 구명보트가 육지로 

돌아오게 될지도 모르지. 하지만 조선은 아닐꺼야. 지금 이 배가 떠있는 곳에서는 해류를 타고 조선으로 돌아 갈수는 없거든.”

이상민은 눈물이 날 정도로 크게 웃었다. 그렇게 한참을 웃던 이상민은 헌병대를 향해 손짓을 한다.


“여기 진호씨를 배까지 안내해주게. 아 물론 홍진호씨는 탈출을 시도하다 겨우 구명보트에 올라탄 거니까. 어디 다리나 

팔에 총상 한 두발은 있어야 겠지?”


그렇게 말하고 상민은 또 크게 웃는다. 홀 내부에 상민의 웃음소리가 반복되며 울린다.




11. 최종화 - 신의 판결 (2)


진호는 오른쪽 다리와 왼쪽 팔에 총상을 입은 채 가쁜 숨을 내쉬고 있다. 진호가 타고 있는 구명보트는 파도에 일렁거리고 

진호는 보트 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여기까지 인가.’

진호는 밤 하늘의 별들을 보면 떠나간 사람들을 떠올린다.


‘임윤선, 가버낫, 두희.. 다들 그립다. 한 번만 더 볼수 있다면..’

때로는 다투기도 했지만, 그래도 독립을 위해 힘을 모아주었던 사람들.


‘요환은 배에서 고초를 당하지는 않을까? 내가 조금만 신경 썼다면 요환만큼은 배에 승선 시키지 않았을텐데..’

진호는 마지막까지 배에 남은 요환이 걱정되었다.


‘그래 이렇게 파도를 따라 어딘가로 흘러가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그래. 가자.’







- 2주 뒤 -

oo신문 1면

클럽 저짓먼트(Judgement)가 있던 유람선 ‘더 지니어스’호가 실종 된지 2주 만에 그 흔적이 발견되었다. 유람선 ‘더 지니어스’는 

항구로 돌아오던 중 갑작스러운 태풍을 만나 좌초 되었으며 유람선에 타고 있던 승객 대부분은 익사한 것으로 보인다. 부서진 

배의 파편을 타고 살아남은 승객은 극히 일부이다. 출입 인원이 정확히 파악되진 않은 이유로 피해 정도는 확인되지 않으나 

통상적인 인원을 가정해 생존자 비율을 확인해 본 결과 생존률은 0.5%로 예측된다.


“쯧쯧쯧. 이게 무슨 일이야.”

신문을 읽던 청년이 혀를 차며 말했다.


“뭔데 그래?”

옆에 있던 청년의 친구가 물었다.


“이번에 있었던 유람선 사고. 사람이 많이 죽었구만. 안타까운 일이야.”


“안타깝긴 뭘.”


“아니, 그게 무슨 말인가.”


“자네 못 들었나? 그날 초청된 사람들이 대부분 친일계 인사들이고 oo서 헌병대, 헌병대 가족 친구들이 단체로 승선했다고 하던데? 

특히 친일파 놈들도 엄청 배에 탔다고 그러더라구.”


“정말인가? 아니 어떻게.”


“모르지, 들리는 소문에는 무슨 큰 작전 같은 것이 있었다고는 하더군.”


“그럼 속시원한 일이구만.”


“그렇지! 사람들이 이번 사건을 그렇게 부른다고 하지 않나.”


“뭐라고 말인가??”


“신의 판결. 신의 판결이라고 한다고 그러더구만.”


“신의 판결이라...”





- 신의 판결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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