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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의 수다꾼들
게시물ID : humorstory_3181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아침뱃살
추천 : 2
조회수 : 23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10/07 19:47:38
주말 저녁쯤은 밖에서 먹고싶은데 같이먹을 사람이 없음 밥먹고 커피마시는 게 좋은데 친구 불러내면 술마시러 가야하니 걍 혼자 수유역 KFC에서 트위스터 오물거림 세상에 남자인간 혼자 밥먹을 데가 별로 없음 최대한 궁상스러운 모습 덜 보이고 쌍썅이들 안보게 자리는 이층 창가쪽이 지정석 이 가게는 장사가 좀 덜되는 지점이라 좋은데 문제는 말소리가 쩌렁쩌렁 울림 쾌활한 여자인간 셋이면 구석자리에서도 인페르노행 포탈이 열림 아니나 다를까 한창 트위스터의 닁닁함을 즐기고 있는데 뒤에서 끼룩끼룩 갈매기 웃음폭탄이... 어찌 사람이 저리 웃나 싶었음 이후로도 저작운동에 좀 매진할라 치면 끼룩끼룩 도저히 집중불가 대체 누군가 싶어 창에 비친 뒤의 매장 손님들 스캔 일곱시방향에 갈매기 여덟기가 다시 끼룩스톰 시전중 아따 나이도 마흔 넘게 드셔보이는 아짐씨들 주말 드라마도 아니보시고 재미가 좋으시오 근데 왜 미처 깨닫지 못했을까 우스운 얘기는 하나도 없이 계속 끼룩 소리만 들렸다는 걸 일분정도 멍하니 아짐씨들을 바라보다 깨달았음 저 과장된 손동작은 리액션의 발로가 아니었다는걸 여덟사람이 저렇게 조용하게 수다를 떨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음 가끔 누군가 빵 터트렸을 때만 끼룩끼룩 낯설은 웃음소리만 남 여덟사람이 수다떨면 이 사람 저 사람 서로 떠들어 정신이 하나도 없기 마련인데 이 분들은 한 명이 말하면 모두 는 마주치고 경청함 지방방송 말끊기 껒! 여긴 그냥 토크 매너의 성지임 슬랩스틱의 달인들도 아닌데 말한마디 없이 손짓만으로 빵빵 터트려댐 누가 말하는데 핸폰액정 바라본다거나 딴청 피우는 사람 없음 세상에 저렇게 성실하게 수다떠는 사람들 처음 봤음 수화가 그냥 말로 떠드는 것보다 나은 점도 있구나 나의 수다와 저들의 수다는 우열이 아니라 다름의 관계라는 걸 나는 서른 먹도록 한동네 사는 '다른' 사람들을 정말 못 만나보고 살았구나 싶었음 하긴 저 앞 보도블럭의 일센치도 안되는 요철때문에 내가 수유역 번화가에서는 평생 마주치기 힘든 이웃도 있을거임 이 나이에 이런 광경이 너무 낯설었다는 것 자체가 놀랍고 부끄러워 폰으로 투타타탁 올림 Posted @ 오유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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