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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법복제에 대한 새로운 변명이 생겨났더군요.
게시물ID : gametalk_359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생을즐
추천 : 4
조회수 : 724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2/10/09 00:30:57

'외국도 불법복제가 존재하는데 우리나라만 왜 유독 불법복제에 대해 더 민감하게 구느냐'는 논리가 나오던데요,

얼핏 타당해 보이는 논리라 생각될지 모르나 하나하나 따지고 들어보면 말도 안되는 변명일 뿐입니다.


외국에서도 물론 불법복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시장 존폐를 좌우할만큼 큰 문제는 아니니까 그정도로 놔두는 겁니다.

시장 규모 자체도 우리랑 비교가 안되게 크기도 하고, 그러기에 불법복제가 어느정도 돌더라도 정품구매자들로 인해 시장이 유지되니까요.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컨텐츠 제작자들은 불법복제와 치열한 싸움을 벌입니다. 다만 그 싸움이 '사활을 건' 필사적인 수준이 아닌 이유는 불법복제가 그네들 나라에선 어느정도 판친다고 해봐야 시장 자체가 위협받는 수준은 아니라서 그정도 단속만으로 그치는거죠.


한국은 내수시장이 무척 좁습니다. 인구도 적을 뿐더러 아직까지 급속한 산업화의 여파에서 덜 벗어난 상태라 여가생활에 금전적 투자를 하는 것에 무척 인색한 사회 인식을 가지고 있죠. 따라서 아직까지는 가뜩이나 문화 컨텐츠 산업으로 돈을 벌기가 힘든 구조인데, 여기에 불법복제가 끼어들어 소비자들로 하여금 '공짜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에 컨텐츠 산업 시장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겁니다.


문화 컨텐츠에 대한 정당한 비용지불을 어느정도 당연시 여기고, 타인의 저작권에 대해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의 보편적인 통념으로 자리잡은 다른 '문화적 선진국'들과 우리나라의 사정은 다르다는 거죠. 그런 나라들이야 어느정도 불법 복제품을 사용하는 범법자들이 생겨난다고 한들 사회 전체의 보편적 통념은 여전히 '컨텐츠는 당연히 돈 내고 사는 것'이라는 기준에서 벗어나질 않습니다. 시장 규모도 큰데다 소비자들의 일반적 인식 자체가 이미 올바르게 형성되어 있다보니 불법복제가 어느정도 돌아다닌다 해도 컨텐츠 시장의 '생존'까지 위협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아직 그런 인식이 사회 전반에 보편적으로 퍼지지 못한 상황에서 불법 복제가 퍼지게 되면 소비자들 사이의 일반적 인식이 '얼마든지 돈 안내고 뒷구멍으로 즐겨도 된다'로 잘못 굳어지게 된다는 거죠. 시장도 작은데다 이런 잘못된 인식이 퍼져 소비자들 사이에 '컨텐츠는 돈내고 사는게 아니다'란 풍조가 생기게 되면 컨텐츠 산업이 살아남을 수가 없게 됩니다. 결국 이로 인해 국내 컨텐츠 개발자들이 돈을 벌지 못하고 망해가면서 양질의 국산 컨텐츠가 나오지 못하는 꼴이 되고 만 겁니다.


'양질의 컨텐츠가 없어서 불법으로 공짜 이용을 한다'는 앞뒤가 바뀐 말입니다. 불법복제가 판을 치며 양질의 컨텐츠 생산을 할 수 있는 기반 자체를 날려 버린 상황에서 무슨수로 양질의 컨텐츠가 나오겠습니까??


물론 정부의 잘못된 정책(IMF로 인해 늘어나는 강제적 자영업자들이 먹고 살 활로를 열어준답시고 만화 대여점을 밀어줬다던지, 저작권을 보장해주기는 커녕 엉터리 규제로 패키지 게임산업을 완전 말아먹게 방조했다던지 등등) 탓도 크긴 하지만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가 컨텐츠 산업을 직접적으로 죽였다기 보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잘못 물들인 탓으로 컨텐츠 산업이 자리잡을 기반 자체를 날려먹었다는 겁니다.


간단히 비유하자면,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가 불법복제에 대해 더 민감하게 구는(것 처럼 보이는) 이유는 이겁니다.

이미 국민들이 마약이 나쁘다는걸 다 알고 있는 나라에서는 '마약이 나쁘다'라는 캠페인보다 마약 단속에 더 많은 투자를 쏟아부어도 됩니다. 암암리에 마약사범들이 존재한다고 한들 국민 대다수 머릿속의 '마약은 나쁜 것이다'라는 인식 자체가 흔들리지는 않을테니까요.

하지만 국민들 대다수가 마약이 뭔지도 모르고 있는 나라에 마약이 스물스물 퍼지기 시작한다면, 단속도 단속이지만 '마약은 나쁜거다, 존나 나쁜거니까 제발 좀 손대지 마라'라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홍보해야 합니다. 안그러다간 순식간에 국민들 대다수가 '나라에서 단속은 하는 모양인데 도대체 마약이 뭐가 나쁜거지? 왜 나쁜거 란거야 요렇게 기분 뿅가고 좋은데' 이렇게 인식해버리는 사태가 나니까요.


왜 우리나라만 유독 불법복제에 민감하고 모든걸 불법복제 탓으로 돌리느냐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 있습니다.

위의 마약의 예를 들었듯이, 어느 커뮤니티에 가던 불법복제 논쟁이 벌어지면 이 얘기가 항상 나옵니다. '불법 복제가 뭐가 나쁘단거야? 왜 나쁜거야? 요렇게 기분 뿅가고 좋은데' 우리나라 수준이 이렇습니다. 이미 마약이 왜 나쁜건지도 이해 못하는 수준의 심각한 수준에 떨어져 있다는 거죠. 따라서 단속도 단속이지만 이미 소비자들 머릿속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저 잘못된 인식을 뜯어고치기 위해서라도 대대적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는 겁니다.


두번째 이유는 이겁니다. 문화 선진국에선 불법 복제가 좀 돈다고 해도 컨텐츠 제작자가 일부 금전적 손실은 입을지언정 사업 자체를 다 말아먹을 크리티컬한 피해를 입지는 않습니다. 시장 자체가 크기 때문이고, 사회 전반의 보편적 인식 자체가 '컨텐츠는 돈내고 사는거'란 인식이 있기에 그만큼 훨씬 많은 수의 정품 유저들이 그들을 먹여 살리기 때문이죠. 하지만 한국에선 불법 복제는 '이익을 얼마나 더 얻고 못 얻느냐'의 수준이 아니라 '사업을 접느냐 마느냐'의 생존의 문제로 직결됩니다. 시장이 워낙 작아 정품 유저들에게 판매 하는 매출만으로도 큰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판국인데 '컨텐츠를 돈내고 사는 것'이란 인식도 부족하고, 심지어 불법 복제로 다들 그것을 훔쳐다 쓰는걸 당연시 하는 판국이니까요. 결국 국산 컨텐츠 제작업계는 내수시장의 뒷받침을 못받으니 성장하지를 못하고 다 말라 죽고, 외국 양질의 컨텐츠들도 한국 시장에 별 흥미를 느끼질 못합니다. 그냥 대충 들여다가 조금 팔아먹고 말 시장일 뿐 시장 규모도 작은 주제에 불법복제 비율이 어마어마해서 수익이 안 나니까요. 게임의 경우 더빙은 커녕 자막 한글화 수준의 로컬화도 부담스러워 하는 판국이죠.


이러니 결국 컨텐츠 산업이 성장하는건 더더욱 더뎌지고, 그러니 양질의 컨텐츠 따위 기대하기도 힘들어지고, 악순환이 계속 되는 거죠.

왜 국내 컨텐츠 산업의 몰락을 모두 다 불법복제 탓으로만 돌리느냐는 어리석은 질문에 대한 답은, 국내 컨텐츠 산업을 몰락시킨 장본인이 불법복제가 맞기 때문입니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자, 가장 직접적이고 크리티컬한 원인이니까 그렇습니다.


컨텐츠 질이 떨어져서 불법복제 쓴다는건 비겁한 변명에 불과합니다. 거꾸로 묻겠습니다. 그럼 누가봐도 잘 만든 걸작 컨텐츠라 불리우는 모던워페어, 보더랜드, 포탈, 크라이시스 뭐 이런것들은 우리나라 유저들의 불법 복제율이 떨어지던가요? 제작사에서 온갖 꾀를 내어 불법복제 방지 장치를 해놓지 않는 이상(심지어 그런다 해도 뚫리기 바쁘게 크랙부터 찾아 까는 사람들이..) 어차피 양질의 컨텐츠가 나와도 어떻게든 불법으로 사용할 방법만 찾아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들이 그 변명이랍시고 '양질의 컨텐츠가 없어서'란 얘길 하는건 넌센스입니다. 국산 양질의 컨텐츠를 다 말아먹은게 바로 불법복제가 원인이었는데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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