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구 폭행 그 후’편, 꼬리 무는 의혹
이후 TV동물농장 제작진은 19일 방영분에서 ‘황구 폭행 그 후’편을 방영했다. 이날 방송은 미심쩍은 정황 전개와 편집으로 황구 폭행 편에서 제기됐던 자작 의혹을 의식했음인지 마을 주민의 증언을 통해 의혹으로 제기됐던 사후 설명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이 방송 역시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했다. ‘황구 폭행 그 후’편을 보고난 후 든 추가 의혹이다.
마을에 붙어있는 황구 폭행 수배자 전단.
*제작진은 범인, 혹은 범인의 단서라도 한시바삐 잡기 위해 찐자를 동물병원으로 후송한 직후 바로 범행 장소로 돌아왔다고 했는데 용의자 전단지가 마을 전봇대에 붙어있던 이유?
*프로그램 스태프가 한두 명이 아닐 텐데 현장에서 바로 범인을 잡지 못하고 출연한 수의사가 운영하는 병원까지 모두 갔다가 다시 전원이 현장으로 돌아온 정황?
*제보에 의하면 출연한 수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이 범행 장소에서 1시간이 넘는 거리라는 데 찐자가 죽어가는 그 급박한 상황에 인근 동물병원을 두고 굳이 먼 거리에 있는 병원에 개를 보낸 정황 등.
TV동물농장, 제작윤리보다 시청률이 먼저인가?
‘발로 뛰지 않고 앉아 쓰는 글이 기사냐’는 말을 듣던 차라 6월 25일 토요일 태풍 메아리를 뚫고 찐자 폭행이 벌어진 장소를 찾아갔다. 경기도 하남시 가미7동.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받은 첫 느낌은 ‘식용 개 사육마을’이란 것. 위성도시 외곽지역에서 흔히 마주치곤 했던 그 인상이다. 밭과 공장들과 폐가와 주거용 컨테이너와 수풀이 혼재한, 개똥 냄새와 비 맞은 수풀이 비릿한 냄새로 뒤섞인 마을.
범행이 벌어진 인근을 1km 정도 훑었다. 애초 범행 장소를 찾아가려고 마음먹었던 것은 ‘개 한 마리 살리자고 용의자로 몰려 사람 죽게 생긴, 억울한 우리 아버지’의 딸이라는 여성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수배 전단이 몇 군데 붙은 것을 보고 여성을 찾을 기대는 접었다. 수배자 전단에 그려진 몽타쥬가 여성의 아버지가 맞다면 더더욱 노출을 꺼릴 일이기 때문이었다.
태풍 온 주말, 마을은 전부 빈집, 빈 컨테이너, 빈 공장뿐이었다. 집집마다 문 두드려 딱 한명 노인(송순자, 74세)을 만났다. 찐자 후속편에 나와 증언했던 바로 그 마을 주민이었다. “수배 전단에 있는 용의자의 딸을 아시냐”는 질문에 송 할머니는 이번 일로 제일 억울한 사람은 자신이라며 눈물부터 보였다. 할머니가 털어놓은 TV동물농장에 대한 원성이다.
송순자 할머니네 집 입구. 사진 왼편이 할머니 집이다.
“아유, 내가 아무리 이래 없이 혼자 살아도 그렇지, 남한테 못들을 소리는 안 듣고 살았는데 그만 딱 죽고 싶어. 그 개 맞은 거 방송에 나가고 그 다음 주에 또 카메라 든 사람들이 몇 번이나 찾아왔어.
내가 박스도 줍고, 개들 먹이려고 식당 잔반 남은 것도 수레에 담아오는데 이 사람들이 뭘 좀 물어 보자고 그래. 그러라했더니 뭐 차비를 주네, 차를 태워주네 그러면서 “할머니, 말 한 마디만 해 주세요” 그러는 거야. 그래서 뭔 말? 그랬더니 “할머니, 이 마을에서 애완견도 잡는다면서요?” 그러더라고.”
“‘주인이 밥 안 줘서 개를 때렸다’고 말 좀 해주세요”
“나도 혼자 살아 외로우니까 개를 키우지만 요 앞집 털보 아저씨 네는 가든(식당)도 하고 개 농장도 해. 그러니까 주문이 들어오면 개를 잡아주기도 하거든? 그래서 그 얘길 해줬지.
그랬더니 애완견도 잡는다는 얘길 해달라는 거야. 애완견을 5마리 잡는 걸 봤다고 말해달래. 그리고 맞은 개는 주인이 밥을 안 줘서(방치한 개이니까?) 때렸다고 말해 달라는 거야. 안 본 일을 말할 수가 있어?
안 봤다고 대답하다 보니까 한쪽에선 연방 카메라를 돌리고 있어.
그래서 막 신경질을 냈지. 찍지 말라고. 난 암말도 안했어. 찍지 말라고 소리쳤지.
아 그런데 털보네고 동네 남자들이 모두 날더러 “할망구가 쓸데없는 소리를 해서 마을 사람들 모두 먹고살기 힘들어졌다”고, 나 때문에 전부 경찰서 가서 조사받았다고 나한테 와서 소리 지르고 원망을 하니 살 수가 있어야지.
나, 억울하고 분해서 전화번호 겨우겨우 찾아서 방송국에 전화했거든. 근데 귀가 어두워서 갸들이 뭔 말을 하는지 알아먹을 수 있어야지. 다른 방송국에 고발한다고, 그 말만 했어”
TV방송으로 쑥대밭이 된 마을
송 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TV방송 하나로 그야말로 서로 얼굴 안 붉히고 살던 마을 전체가 몹쓸 마을이 됐다. 마을 주민들은 순식간에 용의자가 되어 경찰서에 불려 다니고, 삶의 터전은 영업을 못하게 되었으며, 서로를 의심하고 미워하는 마을로 변한 것이다.
송순자 할머니는 기초수급자다. 혼자 먹고살기도 빠듯한 형편이지만 남들이 못 키우고 버린 황구 3마리와 유기 애완견 1마리를 거둬 먹인다. 외로워서다. 송 할머니를 비난하는 마을 주민은 담장을 사이에 두고 개농장을 하던 이웃(털보네)과 15미터 거리에 사는 남성. 이 남성은 외모가 수배전단의 몽타쥬와 닮아 경찰조사를 받았다. 털보네는 현재 농장의 개를 모두 철수한 상태.
TV동물농장 ‘황구 폭행, 그 후’편이 더 의혹
현장을 직접 보니 의혹은 더 커졌다.
주인 잃은 개집. 찐자는 새끼 때 이집으로 와 2년 여를 살았다.
*황구가 폭행당한 장소엔 주인 잃은 빈 개집이 아직 있다. 개집과 주인집의 거리는 그야말로 지척. 주인이 자신의 앞마당에 개를 묶어놓았던 것. 주인집 사정을 잘 아는 용의자이건, 개주인을 모르는 용의자이건 간에, 남의 집 마당에 묶인 남의 개를 향해 치명적인 몽둥이질을 할 인두껍이 과연 있을까?
*찐자집과 주인집의 거리는 바로 코앞이다. 무생물도 아니고, 산 생명이 “나 죽는다”고 울부짖었을 텐데, 그 비명을 귓등으로 흘리며 무자비한 폭행을, 과연 남의 집 마당에서 저지를 수가 있을까?
오른 편 나무 뒤, 하얀 부분이 개집 지붕이고 우측 프로판가스 놓인 곳이 방 두칸, 부엌이 있는 주인집니다. 좌측에 잇는 청색 지붕은 주인이 창고로 쓰고 있는 장소로 집에서 8m정도 떨어져 있다.
*TV동물농장 ‘황구 폭행’편에 나온 방향에서 범행지점을 바라보았다. 골목과 담장 없는 찐자네 앞마당은 거리가 불과 5m정도다. 너무 잘 보이는 거리다.
*또한 ‘황구 폭행’편에 나온 카메라는 총 2대(혹은 3대)라는 점. 방송을 꼼꼼히 보니 남천 초등학교 방향 골목과 반대편 카메라가 각각 찍은 사진을 편집했다. 그 인원이면 카메라를 내리고 황구를 내려치는 범인을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후속 편에서 ‘황구 폭행’ 범인을 찾기 위해 제작진이 직접 몽둥이를 찾는 장면을 내보냈다. 사건 발생 당일 되돌아 와 물증을 찾았다면서, 개집 바로 옆에도 이런 몽둥이가 있는데 왜 제작진은 왜 피묻은 몽둥이를 찾지 못했을까.
황구 주인집에서 바라본 인근 전경. 찐자 폭행 당시 폐차처럼 있던 차량은 검정색 콩고드였다.
찐자 주인을 만나려고 했으나 문이 잠겼다. 이왕 나선 길, 저녁을 사먹은 동네 중국집과 그 옆에 있는 사철탕 집에도 물어봤다. “이런 사실, 이런 사람, 혹은 그 딸 이야기 혹 들은 게 있느냐”고. 모르는 사실이라고 한다.
믿고 싶지 않은, 불편한 TV동물농장의 진실
끝으로 수배전단에 적힌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보았다. 관할 경찰서를 찾아가 수사진행상황이나 듣고 가겠다는 바램이었다. 전화를 받은 형사는 자신이 전담자가 아니라며 다른 번호를 알려준다. 경찰서로 갔다. 제작진이 아주 잠깐 보았을 뿐인 용의자의 몽타쥬가 나온 정황부터 물어 보았다. 이하 경찰서에서 당직자에게 들은 대답이다.
비에 젖어 떨어져 뒹구는 전단지.
-경찰청에서 파견 나온 몽타쥬 전문가가 제작진 2명의 최면에서 각각 얻은 스케치인데 인상착의가 유사했다.
-전국적인 관심이 쏠린 사건이라 범인 수색에 총력을 쏟고 있다. 그런 까닭에 의심 가는 마을 주민은 조사할 수밖에 없다.
-황구네 집 길 건너편 컨테이너 거주자가 몽타쥬와 인상착의가 유사해 조사를 집중적으로 했다. 그러나 이 사람은 직업도 그렇거니와 개와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인물이다.
-딸이라며 네이버에 올린 제보도 조사하는 중이다. 그런데 포털은 본인이 삭제한 게시물은 아무 근거 자료를 남기지 않는다. 그래서 그 게시물이 올라온 시간대에 해당 지역을 포괄한 인근지역까지 네이버에 로그인한 아이피를 전부 조사하고 있다.
-경찰도 이번 사건이 안쓰럽기는 마찬가지다. 최대한 노력해서 황구 폭행 범인을 꼭 구속할 것이다.
그리고…
일어서는 엉슝이네 일행에게 던지듯 건넨 담당형사의 한 마디.
“조사하니까 방송에서 몽둥이 패는듯한 장면은 자기들이 한 거라고 하더군요.”
귀를 믿을 수 없어 재차 물어보았다.
“제작진이요? 연출했다구요?”
“네.”
황구폭행방송 시작 부분 차 안에서 긴박하게 카메라를 찾고, 쫒아가서 카메라에 잡힌 희미한 폭행용의자 모습이 사실이 실은 연출이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방송분만을 본다면 절대 제작진은 용의자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찐자다. 사람만 보면 주저앉아버린다.
엉슝이네는 조금치의 가감 없이 본대로, 들은 대로 이 글을 썼다. 판단은 독자 몫이다.
출처 : http://blog.donga.com/sjdhksk/archives/17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