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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에서 만난 첫사랑
게시물ID : gomin_4305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X클렘aTION
추천 : 2
조회수 : 32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2/10/09 01:16:51


내 첫사랑은 재수생시절에 있었다.

홍대앞의 미술학원 ㅇㅇㅎㅁㅅ....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그곳에서 나는 그녀를 만났다. 

ㅇㅎㅇ..


그 바글바글거리던 여자애들과 남자애들 사이에서, 그 아이는 홀로 빛이 나던 아이였다.


출석부르는 시간이면 온몸의 감각이 그 아이의 목소리를 기다리는 것에 집중했다.

"ㅇㅎㅇ~"

"네~"

이 단 한마디를 듣기 위해...




쭈뼛쭈뼛 그 아이의 반 주변을 얼쩡거리면서

낯을 익히고

그 아이의 주변에 자주 보이던 누나와 괜히 먼저 친해져서

그 아이와도 말을 트게 되고

그 이후 그 아이와 나는 꽤 친해져서 그럭저럭 이야기정도는 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자신에 대한 나의 감정을 그 아이도 대충 눈치를 챘었던 걸까..

학원밖으로 날 불러내더니 

"나 원래 다니던 학원으로 돌아갈꺼야. 잘 있어"

이 한마디 하고 쪼르르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아름다운 목소리로 그런 치명적인 말을 하다니..


그 독은 바로 나를 중독시켰고,

그날부터 내리 사흘동안 나는 학원에서 그림을 단 한장도 그리지 못했다.




그 아이에게 걸어갔다.

내 표정이 많이 굳어있었나 보다.

주변의 누나와 다른 여자애들이 나를 보고 좀 놀라하던 기억이 난다.


"나가서 나랑 이야기 좀 하자."


그 당시 홍대앞의 놀이터는 지금과 많이 달랐다.

어두컴컴하고 조금 미로같은 음침한 분위기..

그런 식으로 고백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런 식으로 떠밀리듯 고백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널 좋아해. 

가지마.

이곳에, 내 곁에 있어줘..


당황해하며 아무말 못하고 어쩔 줄 몰라해하는 네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고마워..

응..

있을께..




그날 홍대앞 지구대에 미친듯이 웃으며 뛰어다니는 한 미친 놈이 목격됬다고 신고 많이들 했을지도 모른다.

세상을 다 가진것도 그 보다 기쁘지 않을 것이다.

가슴이 기쁨으로 터져나갈거 같아서 소리라도 지르지 않고서는,

미친듯이 뛰지라도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

얼마를 뛰었는지 모른다.

엄청 뛰었다.

미친놈소리 듣기 딱 좋을 만큼 광소를 내질렀다.

그런데도 숨이 차지가 않았다.

눈을 뜨고 있는데도 내 앞에서 발그래해진 얼굴로 수줍게 대답해주는 그 아이의 모습만 보였다.

내 귀엔 그 아이의 기어들어갈듯 작은 목소리만 계속 울렸다.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다음날, 학원에서 마주친 그 아이에게 난 인사조차 못했다.

눈을 볼 수가 없었다.

마주쳐도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랐다.


뭐라도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은데 아무런 말이 나오지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어제에서 세상에서 가장 바보같은 놈이 된 다음날이었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도.....

나는 나의 고백에 대한 책임을 하나도 지지 못했다....

나의 고백을 수락한 그 아이에 대해 책임을 전혀 지지 못했다...


하루하루씩 흘러가는 시간은

한덩어리씩 내 어깨와 가슴을 짓누르는 고민이 되었다...





결국 그 아이는...

원래 가려고 했던 학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리고 그제사 나는 그 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안해...

내가 너무 바보같았어....


아니야..괜찮아..

열심히해..






나를 그렇게 저주해본적이 없었다.









그러고 시간이.. 아주 많이 흘렀다..

오늘 오후에 전철을 탔다.

평소처럼 타블랫을 꺼내놓고 이북을 보고 있었다.

목이 뻐근하여 고개를 들고 전철안을 둘러보다가

문에 기대어 서 있는 한 여자를 보고 나는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저 모습은.....

ㅎㅇ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그 여자에게 걸어갔어야 했다.

그 아이가 맞는지, 확인했어야 했다.


내가 놀란 가슴을 부등켜안고 자리에 엉덩이를 뭉게고 앉아서 어리버리 해 하는 동안

그 여자는 내렸다.





지금


나는


그 옛날의 그 날처럼


나를


저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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