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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쓴 혼다케이스케와 일본축구의 상관관계
게시물ID : humorbest_3678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쉘든쿠퍼
추천 : 20
조회수 : 4415회
댓글수 : 6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07/03 22:44:59
원본글 작성시간 : 2011/06/29 15:10:36
한국 대 호주전이 열리던 바로 그 시각

지구의 반대편

네덜란드의 소도시 엔쉬데에서는 

네덜란드와 일본의 평가전이 열리고 있었다.


독일 국경과는 불과 수마일밖에 떨어지지 않은

FC 트벤테의 홈구장

낮 2시에 킥오프된 경기였다.


평소의 네덜란드의 평가전이라면

보통 아약스 암스테르담의 아레나에서 

주로 저녁시간에 열렸겠지만,


일본 방송국과 광고 스폰서들이

일본 시간으로 새벽 3~4시에 경기할 경우의 시청률에서

효과가 적을 것으로 판단,


상당한 뒷돈(?)을 찔러서 (그것이 얼마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일본 저녁 9시에 킥오프하는 것으로 

일정을 변경시켰다는 후문이 있다.



일단 경기를 간략히 요약하자면

전반전에는 일본이 짧은 패스와

강한 압박을 통해

내용상으로는 대등 내지는 약간 우세한 경기를 펼쳤으나


후반 중반이 되면서 체력이 저하..

70분 무렵부터 

반 페르시, 스네이더, 훈텔라르에게 차례로 연속골을 먹고

0-3의 완패를 당했다.


단지,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저 일본이 네덜란드에게 발린(?) 것이

통쾌하기 때문은 아니다.

(사실 조금은 ... 그런가 ;)


10년전의 꽤 먼 과거가 되기는 했지만,

98년 월드컵에서 당한 0-5의 패배는 

아직도 우리의 머릿속에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일본이 약간 측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내년 남아공에서 열리는 본선 경기이며

일본이 네덜란드에게 패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얻어야 할 것들도 분명히 있다.


바로 그 점에 대해 지금부터 얘기해보고자 한다.


일본이 내세운 스타팅 구성은 다음과 같았다.

------------오카자키--------------

-타마다--나카무라 켄고--- 슌스케----

---------하세베----엔도------------

-나가토모--툴리오--나카자와-우치다--

-------------카와시마---------------


보시다시피 오카자키를 원톱으로 내세우고

미들에 최대 5명이 배치되었다.

골키퍼에 주전 나라자키가 부상으로 명단에서 빠지고

카와사키 플론타레의 카와시마가 장갑을 낀 것 이외에는

일본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효과를 거두었던

그 포메이션 그대로의 구성과 배치였다.


사실 이 날 가장 기대되는 선수는

현재 네덜란드에서도 주가를 올리고 있는 혼다 케이스케였다.

그러나 오카다 감독은

우선 월드컵 예선을 통과한 멤버들이..

그 전형 그대로 네덜란드라는 강팀에게

얼마나 효과를 거둘수 있는지 확인하고픈 마음이 강했을 것이다.


실제로 전반전 동안 일본이 경기에서

미드필더의 볼 점유율에서 우세한 경기력을 보이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긴 오카다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타마다를 빼고

혼다를 투입하는 실험을 시도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결론적으로 혼다는 이 날 경기에서 전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실제 일본 언론에서도 경기전

해외파들 중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던

혼다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그 기대가 배신당하자, 

현재 일본 언론들은 대부분 혼다의 부진쪽에 

패전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특히 후반 중반 네덜란드 진영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 찬스에서

나카무라와 혼다가 서로 프리킥을 차려고 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언쟁이 있었고

주심은 그것을 지연행위로 파악했던지 

나카무라에게 옐로우 카드를 꺼내 들기도 했다.


시합이 끝나고 일본 기자들의 질문 추궁에

혼다는 "그 상황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라고 반응해, 의혹을 부풀리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실제로는 혼다가 

나카무라에게 가서 자신이 프리킥을 차겠다고 했으나

차갑게 거절당했다는 쪽이 유력하다.


그러니까 전해지는 대충의 상황은 이렇다.

혼다: 저기..

슌스케: ..

혼다: 제가 좀 찼으면 합니다.

슌스케: 뭐?

혼다: 저도 잘 찰수 있거든요..

슌스케:...

혼다: 요번엔 제가 차겠습니다.

슌스케: 꺼져. ㅅㄲ 야.

혼다: .......네..


혼다에 대해 약간의 설명을 하자면,

박주영과 같은 세대로 청소년대회에서도 맞대결을 펼친적이 있으며

2년전 네덜란드의 VVV 펜로에 이적했으나

팀이 2부로 강등되는 바람에

한 시즌을 2부에서 경험하고 (2부에서 16골로 MVP)

에레디비지에 1부로 올 시즌 승격

최근 리그 5경기에서 5골 2어시스트의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선수이다.


기성용 선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1월에 PSV로 이적하기로 내정이 되었다는 소문이 있으나

아펠라이가 프리미어리그로 이적이 성사될 경우에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 가운데..

네덜란드 리그에서도 여러 모로 주목받는 선수중 하나이다.


좀 더 덧붙이자면

혼다 자신이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털어놓기를

네덜란드에 와서 자신이 그동안 갖고 있던 축구관이 변했다고 한다.


이전에는 자신도 패스를 중심으로 팀의 조직력을 살리는

유형의 축구를 했다면

네덜란드의 2부에서의 바닥 생활을 경험한 결과

자신이 좀더 이기적으로

주변에 양보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강하게 어필해야만 한다는

살아남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그러나 실제로 네덜란드 전에서 투입된 혼다는

주변과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소위 말해 꿔다 구석에 놓은 보릿자루 같았다.

왜 그랬던 것일까?


흔히 일본의 패스가 능숙하다고 말한다.

그것은 일본 선수들이 머리에 패스라는 한가지만 의식하기 때문이다.

오직 볼이 자신에게 왔을때

어디로 패스해야 할지..

어느 공간으로 이동해서 볼을 받아야 할지..

그것에만 생각을 집중하고..

어릴 적부터 거기에 중점을 둔 축구를 쭉 해왔기 때문에

패스를 통해 경기를 부드럽게 전개하는 능력은 뛰어나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골 결정력이다.

그 때문에 일본에서도 이번 경기를 통해

혼다에게 큰 기대를 걸었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일본 국대에서의 혼다의 미래 또한 불투명해졌다.


나카무라는 경기가 끝난후

"일본의 경우 조직력을 통해 패스가 이어지고

주위가 연동해야 힘을 발휘하는 팀이다.

교체 멤버가 들어온후, 전반에 원활하게 이어지던 패스의 흐름이

그 곳에서 끊어지는 듯 전개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라고 말하며, 명확히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혼다의 플레이를 비난하는 모습이었다.


여기서 일본 축구의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축구 만화에서 흔히 볼 수 있듯, 

그들은 경기를 지배하는 판타지스타를 기대하지만

역설적으로 일본을 둘러싼 축구환경은 특정 개인의 능력에 의존하기를

굉장히 꺼린다는 것이다.


이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호날두의 경우와 대비해보면

보다 극명하게 드러난다.

맨유의 경우 호날두가 다소간의 이기적인 플레이를 해도

다른 선수들이 각자의 몫을 조금씩 희생해서라도

그에게 최상의 플레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면,


일본은 어떤 특정 선수에게 기회를 몰아주고

주변 선수가 그에게 힘을 몰아주는 팀적 스타일에

익숙하지가 않다.


이는 각 팀이 선수들마다 포지션마다 

각자의 역할과 경계를 분명히 구분하고

서로 그 경계를 넘지도, 침해하지도 않는 축구를 하기 때문이다.


즉, 나카무라에게 있어서는 혼다가 프리킥을 차겠다는 제안은

자신의 역할에 대한 침해행위이요 월권행위이다.

쭉 자신이 맡아왔던 역할을 잃는 것은 

대표팀에서 자신의 존재가 부정되는 것이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코웃음을 칠지도 모르겠다.

"웃기고 있네. 프리킥 한번 차는 거 갖고 뭐가 그렇게 거창해."

그렇다.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상황에 따라 기성용이 찰수도 있고

박주영이 찰 수도 있고, 혹은 김치우가 찰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일본 문화의 특징이기도 하다.

혹시 일본에서 살아보신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깊이 공감하시리라 생각하지만

일본은 자신이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에 대해

그 영역과 경계가 매우 엄격하고 명확하다.


즉, 자신이 그것을 넘어서는 일도 철저히 자제하며

그만큼이나 남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도 철저히 배척한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엔도의 경우 일본의 수비형 미드필더이다.

다만 플레이 할때 딱 수비형 미드필더만의 움직임만 한다.

그 이상의 플레이는 하지 않는다.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경기에서 윙어로도 뛰려고 하고

공격도 하려고 한다면

그건 그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다른 선수들의 영역을

침해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자신의 역할에 한정해서 만큼은

최고의 플레이를 하려고 애쓴다.

또 그 영역에 한해서 자신의 실수가 있거나 부진할때는 

철저하게 책임을 감수한다. 

스포츠 언론도 그 경우 책임 추궁은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엄격하다.


엔도라는 예를 들었지만, 일본 팀의 경우 

각 포지션마다 이런 논리가 정확히 통용된다.

수비수는 수비수의 역할,

스트라이커는 딱 스트라이커로서의 움직임만 한다.


물론 각자가 모두 자신의 역할을 완벽히 소화한다면

전체의 합도 최대로 수렴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마치 퍼즐 조각을 끼워 맞추는 일과도 같다.


반면 혼다의 경우 

VVV 펜로 클럽의 주장이자

자신이 모든 공격의 중심으로

팀 자체가 혼다가 모든 공격 루트에 관여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실제로 그것이 리그 경기에서 효과를 거두어 왔다.

프리킥도 혼다가 모두 차고

세트 피스시에도 혼다가 헤딩공격에 나서며

중거리 슛 찬스에서도 혼다가 마음껏 차도록 허락한다.

그러나 일본 대표팀에서는?


결국 혼다는 일본 대표팀에 어울리지 않는 선수라는 결론이

도출되고 마는 것이다.

혼다는 자신이 배워왔던 일본 축구의 소심함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이겨나가는 정글의 법칙을 배웠고

네덜란드 리그에서 스타로 성장했지만

어느 의미로 일본 대표팀에는

가장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존재로 진화한 것이다.

그렇다, 어느 의미로는 일본 축구계의 이단아이다.


아마 9월 9일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혼다에게 한 번 정도 기회가 더 주어질 수도 있겠지만

거기서도 효과가 없다면

혼다는 향후 네덜란드 리그에서의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대표팀 명단에서는 제외될지도 모른다.


즉, 일본의 축구팬들과 스포츠 언론들은

축구계에 영웅이 나타나기를 절실히 고대하지만,

각자의 역할이 철저히 분담된 포지션 전문화의 축구

선수 개개인이 팀전체를 위한 도구적 역할에만 한정되는 일본 축구의 풍토상..

한편으로는 축구 영웅이 나타날 수가 없는 구조이기도 한 것이다.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혼다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으로 하고

다시 게임으로 돌아가서 내용에 대해 살펴보겠다.


후반에 혼다가 왼쪽에 투입되자

네덜란드도 최근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혼다에 대해서는 다소 경계를 했음인지..

네덜 선수들이 다소 왼쪽 측면에 치우치게 되었고


이로 인해 반대편의 우측 공간이 넓게 비워졌으며

우측 윙백인 우치다의 오버레핑 횟수도 점점 늘어났다.

문제는 네덜란드가 우치다의 오버레핑에

수동적으로 수비로 대응하지 않고

FC 트벤테를 지난 시즌 2위로 끌어올린 일등 공신이자

이날 첫 국가대표 데뷔전을 가진

왼쪽 날개 엘리아를 이용,

우치다가 빠진 뒷공간을 오히려 적극 공략하였으며

결국 여기에서 일본이 실점에 이르게 된다.

첫 번째 골은 엘리아의 크로스에 이은 반 페르시의 왼발슛,

세번째 골도 엘리아의 롱 크로스를 훈텔라르가 골 네트 상단으로

정확하게 꽂아넣으며 게임은 일본의 0-3 완패로 끝난다.

(자세한 이 경기 하이라이트는 유투브에 올려져 있다.)


네덜란드 수비수 마타이센이

"일본 축구는 골문앞 20미터까지는 괜찮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실점할거 같은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라는 발언에서부터..

훈텔라르가 벤치에 돌아와서

"일본의 슛은 너무 서투르다." 라며 웃었다는 

현지 기자의 증언까지..

네덜란드 측의 반응은 지문 길이상 더 늘어놓지는 않겠다.


다만 한국도 실전을 대비해

이런 높은 레벨의 강팀과의 원정 경기를 경험해봤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11월 유럽 조 예선 1위팀과 2차례 평가전을 가진다고

축구협회가 발표했으나

현재까지 이미 확정된 평가전 일정만으로도

이미 상당수의 강팀은 11월 일정이 확정된 상태이다.


정말 제대로 강팀과의 평가전이 실현될지가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이제는 홈에서의 승리라는 결과보다

원정에서 패배를 감수하고서라도

우리의 과제가 무엇인지 얻는 것이 중요한 만큼..


한편으로는 저런 진통을 겪어가면서도 무언가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 대표팀의 입장이

그들의 비참한 패배에도 불구하고

약간은 부러워지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또한 일본의 이 경기를 통한 반성 중에서 주목할 것은

이제서야.. 피지컬이 축구경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만큼

커다란 것인지를 그들 스스로 실감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선수들의 체력 안배에서 미스를 범한 

(70분 이후 일본 선수들의 움직임은 현저히 감소되었다.)

오카다의 전술적 미스를 통렬하게 비판함과 동시에

2006월드컵에서

직전의 평가전에서 독일에게 2-0으로 앞서다가

2-2로 따라잡힌 경기

월드컵 첫 경기에서 호주에게 종료 7분전까지 

1-0으로 앞서다가 1-3으로 역전패한 경기 등을 예로 들면서


이번 네덜란드 전의 패배가 그때의 교훈에 대해 

전혀 반성이 없는 결과라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 그것이다.


특히 일본 언론에서는 그동안 

히딩크의 축구를 피지컬만 강조하는 아름답지 못한 폭력축구쯤으로

평가절하하려던 경향이 강했지만..

더 이상 미들에서의 패스 과정만 강조하는 것이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점에

이 경기를 통해 눈을 뜬 모습이다.


그 점에서 러시아의 유로 4강을 이끄는데도 도움을 준

히딩크의 체력 담당 피지컬 트레이너 베르하이옌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는 모습이다.

(2002 한일 월드컵때 한국 대표팀의 체력 담당 트레이너 이기도 

했고, 일명 공포의 삑삑이로 유명한 분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한국의 4강 진출의 숨은 공로자이기도 하다.)


러시아가 8강전에서 2일간의 휴식이었고

상대 네덜란드는 3일간의 휴식기간을 가졌지만

정작 대결에서 러시아측이 네덜란드를 운동량에서도

압도하면서 승리를 차지했던 것을

베르하이엔 피지컬 트레이너의 숨은 공로 덕택이었다는 분석이 그것인데,


한국의 경우도 이점은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데 

특히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올해의 경우 월드컵 시즌인 점을 감안

다른 때보다 유럽 리그도 일찍 개막했고

프리미어리그 일정도 5월 초순 쯤에 일찍 마무리 된다는 것을 감안할때


월드컵 본선기간이 임박해서

5월의 한 달간의 합숙기간동안..

피지컬 트레이너의 단기 고용을 통해서라도

2002월드컵처럼 

대회 직전에 선수들의 체력을 높이는 훈련과정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는 점이다.


일본의 피지컬 문제는

유럽을 상대로 하는 우리나라에도

똑같이 해당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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