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상징성이란 정치 개혁과 중도적 이미지인데, 본래 이런 이념을 추구한 것은 친노와 노통이었고, 이들이 대체적으로 추구한 가치는 합리주의였다. 즉 90년대 후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분 탈 이데올로기, 탈 이념의 영향을 받은 자유주의 성향의 중도 개혁 세력이 한국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근데 왜 실패했나? 노통과 친노들은? 본질적으로 보면 이 탈 이념과 탈 이데올로기가 갖는 한계, 모순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는 주관적으로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영역이다. 이 테제가 맞다면, 모든 걸 객관적으로 보려는 시도는 틀림없이 실패를 하게 되어 있다는 것과 같다. 바로 이 모순에 의해서 참여정부는 시장(객관성)과 국가의 역할(주관성) 사이에서 갈등했으며, 그 때문에 부동산 폭등을 제대로 잡지 못한 원인이 된 것이다.
정치는 주관성이 영역이 더 크고, 관념성의 영역이 더 큰 부분이다. 오늘보니 김종훈 내정자가 스스로 장관직을 사임했다고 하는데, 이런 게 바로 과학식 합리주의에 길 들여진 사람들이 겪는 모순이다. 그는 아마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 정치적 대립에 회의를 느꼈을지 싶은데, 즉 모든 게 효율적이었으면 싶은 것일텐데, 그거야 말로 종종 과학이 지배하는 디스토피아 소설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미래 파시즘 사회의 이상이 아닌가? 민주주의는 합의의 과정이고, 각 주관성이 대립되어 완성되는 과정이다. 물론 현재의 민주당이 잘하고 있다라고 할 계제는 아니지만, 중요한 건 것은 그것이 정치라는 걸 인정하는 것일테다.
그렇다면 안철수는 뭔가? 그는 개혁 세력이 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로 봤을 때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는 주관적 선택이라는 영역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하고 있으며, 또한 정치라는 것이 적대와 대립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시장논리에 휘둘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빠지는데, 시장논리야 말로 합리주의자의 근본적인 환상 영역이기 때문이다. 모피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들은 효율과 합리 아니겠는가? 또 적대와 대립이라는 문제를 정치의 본질로 보지 않는다면 뻘짓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결국 노통도 이 문제를 고민하다 한나라당과 대연정을 주장하게 되었는데, 적대와 대립을 부정하면 이와같은 변태적 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고, 적대와 대립을 인정한 상태에서 고통스럽지만 최대한 그것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게 만드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근데 그는 그러고 있나? 전혀.. 안철수는 사유를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