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열고 음 내다봐요
저 높은 곳에 우뚝 걸린 깃발 펄럭이며
당신의 텅빈 가슴으로 불어오는
더운 열기의 세찬 바람
살며시 눈 감고 들어봐요
먼 대지 위를 달리는 사나운 말처럼
당신의 고요한 가슴으로 닥쳐오는
숨가쁜 벗들의 말 발굽소리
누가 내게 손수건 한장 던져 주리오
내 작은 가슴에 얹어 주리오
누가 내게 탈춤의 장단을 쳐 주리오
그 장단에 춤추게 하리오
나는 고독의 친구 방황의 친구
상념 끊기지 않는 번민의 시인이라도 좋겠오
나는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 가는
고행의 방랑자처럼
하늘에 비낀 노을 바라보며
시인의 마을에 밤이 오는 소릴 들을테요
우산을 접고 비맞아 봐요
하늘은 더욱 가까운 곳으로 다가와서
당신의 그늘진 마음에 비뿌리는
젖은 대기의 애틋한 우수
누가 내게 다가와서 말건네 주리오
내 작은 손 잡아 주리오
누가 내 운명의 길 동무 되어 주리오
어린 시인의 벗 되어 주리오
===
생일 축하드립니다. 정태춘 할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