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쪽이 강압적으로 한 것이 아닌 서로 사랑해서 관계를 맺었습니다. 그 사람을 볼 때 절 사랑한다는 것을 느꼈고 그 사람도 그렇다 했습니다.
긴 시간동안 서로 열렬히 사랑했어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느끼며 지내왔으니까요. 결혼을 약속했어요. 부모님들도 안면이 있습니다. 정말 날짜만 안 잡았지 그사람과 같은 길을 함께 걸어갈 수 있다는 것에 한치의 의심도 없었어요.
삼일전. 그러니까 토요일. 임신사실을 다른 지역에 잠깐 나간 남자친구에게 전화로 알렸습니다. 당황하는 기색이 목소리에 역력하게 느껴졌습니다. 일요일 저녁 걱정하지 말라며 화요일에 찾아온다고 함께 병원을 가자하고 짧은 통화를 끝으로 지금까지 휴대폰이 꺼져있습니다.
집이 아니니까 배터리를 충전못시켜서 그런가?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있어서 그런가? 애써 합리화를 시켜보려하지만 어거지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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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가정형편차이가 너무 심하게 나서 마음이 많이 불편했었어요. 저는 넉넉하진 않지만 배 곯지 않고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정도 그러니까 평범합니다. 그런데 남자친구쪽은 정말 잘 살아요. 사랑하면 그런 것 문제되지 않으리라 생각했어요. 연애할 땐 몰랐는데 결혼생각을 하고 만나니까 조금씩 부담이 되더라구요. 남자친구부모님들을 만났을 때 그걸 새삼 체감하게 되더라구요.
무엇보다 저희 부모님이 기가 죽을까봐 못난 저때문에 부모님들이 마음 한켠에 짐 하나를 얹으실까봐 그게 너무 마음에 걸렸어요. 그게 바로 두리뭉실 결혼을 끝도없이 미룬 제 2의 이유입니다.
저 자연불임이였어요. 지금은 삭제했지만 그것때문에 오유 고민게시판에 글도 올렸었구요. 많은 도움 그리고 관심 받았습니다. 불임사실을 알렸을 때 남자친구는 괜찮다고 저만 있으면 된다고 했지만, 뭔가 제자신 스스로가 절 인정못하는 느낌? 아마도 그 비슷한 것들이 그사람과의 결혼계획을 스스로 막고 있었던 거겠죠.
제 1문제로 불임때문에 결혼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구요. 그래서 그사람 기뻐할줄 알고 전화한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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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는 저를 만나기위해 사귀던 여자와 헤어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 헤어졌다고 주장하는 여자와 지속적으로 만남을 가지고 있단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사실을 안 와중에 임신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날짜로 보아 거진 4주 가까이 된 것 같습니다. 처음에 양성이 나왔을 때 임신테스트기가 잘못된 것이리라 믿으며 테스트기를 4개정도 더 샀는데 다 양성이었습니다.
아이가 생기면 결혼하면 되는 거라고 안심하라며 제게 속삭이던 그사람이 너무나 밉네요. 그리고 제가 너무 밉네요. 그런 입에 발린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은 제가 너무 밉습니다.
그사람을 원망하기 전에 이지경까지 절 끌고 온 제 자신이 너무 밉네요.
제 미래와 주위 시선들이 문제가 아닙니다. 전 정말 부모님께 죄지은 것도 많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사랑받고 여지껏 살아왔습니다. 부모님들이 이 사실을 알까 너무나 두렵습니다.
아이를 낳을 용기도, 키울 자신도 없습니다. 그 어느것도 보장되지 못한 제 환경 속에서 능력없고 잘못을 저질러버린 제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납니다.
자꾸만 아무도 없는 곳으로 사라져버리고픈 생각만 들고 심지어는 어제. 자살기도도 했었습니다.
물론 저보다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는 분들이 많겠지요. 이런 저를 보며 나약한 징징거림이라 하는 분들도 있겠지요.
사람들 마음의 상처라는 게 무언가를 기준에 두고 더 크다 적다를 논할 수 있는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겐 통증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스치듯 작은 상처일지라도 어떤 이에겐 피멍이 생기고 생채기에서 피가 쏟아져 나올 수 있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사람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요? 무슨 생각으로 저를 피하는 것일까요? 그사람에게 전 그저 거치적거리는 여자일뿐이었을까요? 책임을 감당하기가 싫어서 이러는 걸까요? 도대체 절 왜 만났던 것일까요? 절 사랑하긴 했을까요? 그사람과 함께했던 모든 것들에 의심을 하게 되요. 그사람이 했던 말들이 다 거짓말 같아요.
신나는 노랠 들어도 보고 영화도 보고 tv도 봤지만 눈물은 자꾸만 떨어지네요.
그사람이 이렇게 절 매몰차게 외면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요. 연락이라도 되야 어떻게라도 할텐데, 병원을 같이 가자던 그 사람의 목소리가 자꾸 귓가에 맴돌아요. 그래서 미련하게 지금도 기다리고 있어요. 휴대폰만 붙잡고 있어요.
전 대전에 살아요. 대학생이구요. 딱 한분을 제외하고 이런 제 속사정을 아무도 몰라요. 어제 너무 답답해서 어찌어찌하다 동병상련의 익명의 어느 분과 대화를 했는데, 그분과 대화하고나서 조금 가벼워진 마음으로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그사람의 연락이 없는 걸 확인하고 또 이렇게 됐어요.
혼자 병원을 갔다오면 갔다오는 길에 죽어버릴 것만 같아요. 친구에겐 말을 못하겠어요. 진짜 그 누구에게도 말을 못할 것 같아요.
진짜 절벽위에 몰려있는 느낌이에요.
꼭 총을 쏘고 칼을 등에 꽂아야 살인이 되는건 아닌 것 같아요. 한 사람이 한 사람의 마음을 무너뜨림으로써 살인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정말 절망적이다는 말 밖에 나오질 않습니다.
정말 힘들어요.
심장 위에 납덩이들이 쌓여있는 것만 같아요.
제 아이가 너무 가여워요. 제 자신이 너무 가엾습니다.
제가 피해자라는 것이 아니에요. 사랑했으니까요. 사랑하는 사이에 피해자 가해자가 있는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랑은 일방적으로 한쪽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요.
그사람이 너무 미워서 화나는게 아니에요. 그사람을 탓하기전에 제자신이 너무 미워요. 주책맞게 이러고만 있는 제가 너무 못나 보여요.
어떻게 하면 이 가슴의 통증을 없앨 수 있을까 오로지 그 생각뿐이에요. 정말 숨쉴 때마다 너무 힘들어요.
정말
끝도없이 사람이 비참해지네요.
어떻게든 이성을 찾으려 하고 있어요. 제가 나약하기때문에 이러고 있는 거겠죠. 어떻게든 어떻게든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