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 준비는 길었지만 결과를 아는 순간은 찰나였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정국 운영에 한 숨을 돌리게 됐다. 잃어가던 집권 하반기 추동력을 힘껏 만회할 수 있는 계기를 맞았다. 2018년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 덕분이다.

모험이었다.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을 위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가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을 방문하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었다.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었다. 유치에 실패한다면 시쳇말로 ‘독박’을 쓸 수도 있었다. 평창이 두 번째 도전했던 과테말라 IOC 총회에 참석했다 실패를 맛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도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7월5일 과테말라시티 IOC 총회서 유치전을 펼쳤으나, 1차 투표서 1위하고도 2차 투표서 러시아 소치에 역전패 했다. 더구나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사면-복권시켜 IOC 위원 직무에 복귀토록 한 것도 짐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정치적 갈림길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평창’이라고 어렵사리 발음하자, 이 대통령은 벌떡 일어나 두 손을 치켜 들었다. 짓누른 압박을 단숨에 떨쳐버릴 기쁨이었을 것이다. 이 대통령과 함께 남아공 더반행 전용기에 몸을 실었던 청와대 참모진은 출발 전 극히 말을 아꼈다. 성공을 예상해 말을 아끼지 않다가는, 국민의 기대치만 높이고 IOC 위원들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들 참모진들도 이제는 단꿈을 꿀 수 있게 됐다. 이 대통령은 평창 유치 첫 일성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승리다. 국민 여러분께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자신을 낮추고 공을 국민에게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