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저희집은 천주교 집안입니다. 특히 할머니가 정말 독실한 신자십니다. 그런데 저희 아버지 남매 중에서 유독 아버지는 무교십니다. 이유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일단 아버지는 장남에 과학주의 사상이 깊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원래대로라면 태어나자 마자 세례 받아 모태 신앙이 되었겠지만, 아버지의 쉴드(?)로 저희 가족만 무교 가족, 나머지 친척들은 천주교 가족이 된 거 같습니다. 게다가 과학주의가 심하신 아버지 밑에서 보고 배우고 자라다 보니 저도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것은 절대 믿지 않는 지경이 되었죠. 유일하게 하나 외계인의 존재만 믿습니다. ㅡㅡ?; 귀신이나, 사후 세계나 과학적으로 증명만 되면 당장 믿을 겁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라서 전 대체로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할머니입니다. 할머니는 성당을 다녀야 내세에 구원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저희 가족들이 무교로 살다가 생을 마감하는 걸 원치 않으십니다. 제 3자에 대한 무자비한 전도심이 아닙니다. 그저 당신은 우리 가족들도 내세에 천국에서 함께 만나고 싶은데, 그게 안 될까봐 속상하신 거죠. 그래서 중고딩 때는 잠시 집 근처 성당에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 때 세례를 받았죠. 물론 오래 가진 못 했습니다. 왜냐면; 전 지금도 그때도 하나님의 존재를 믿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내 생각에서는' 있지도 않은 존재에게 기도를 올린다는 제 모냥이 너무 우습고, 만에 하나 정말로 하나님이 존재한다 치면 그 분 입장에서는 믿지도 못 하면서 어거지로 기도하는 척 하는 제 모습이 얼마나 우스워 보일까 민망하기 까지 하더군요. 한편으론 웃긴게, 고해 성사 때는 또 벌벌 떨게 되더군요. 그냥 내 스스로 잘못을 반성하고 뉘우치는 거랑 다를 바 없는 상황인데도, 뭐가 그렇게 무서웠던 걸까요.;; 그래서 너무 혼란스럽다는 겁니다.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어정쩡한 인간이 되는 게.;
아무튼 지금은 할머니께서 많이 몸이 안 좋아지셨습니다. 그러기를 바래서는 절대로 안 되지만, 언젠가는 그래도 다시 돌아가실 분이기에, 천주교 잡지까지 손수 신청하셔서 저희집에 보내주시는 당신의 내세의 바람을 마냥 계속 뿌리칠 수 많은 없겠고. 그렇다고 성당을 다시 나가자니, 제 정신이 너무 괴롭습니다. ㅠㅠ 종교를 혐오하는 것은 절대 아니고, 단지 제 사상과 너무 틀려서 혼란스러운거죠.
어째야 하나요. 근처 성당을 알아봐야 할까요. 저처럼 과학주의 사상이 깊은데도 불구하고 종교 활동을 하시는 분 혹시 있나요? 있으면 제발 조언을 좀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