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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을 ‘3김’으로 묶지말라
게시물ID : humorbest_36930짧은주소 복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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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 61/21
조회수 : 2448회
댓글수 : 8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4/04/19 20:54:13
원본글 작성시간 : 2004/04/19 19:16:35
경향신문에 게재된 글입니다. YS와는 너무나도 다르네요. 김대중을 ‘3김’으로 묶지말라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의 참패가 꽤나 안타깝다. 이미지와 바람이 휩쓸고 간 전장(戰場)에는 민주당 장수들의 주검이 즐비하다. 나라를 떠받칠 만한 미래의 일꾼들이 힘 한번 못써보고 맥없이 나가떨어졌다. 정작 지역구에서 ‘표의 반란’이 진행중인데도 방방곡곡을 돌며 “민주당을 살려달라”고 무릎 꿇고 울먹이던 추미애 의원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민주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이념과 정책, 그리고 철학을 계승한 적자(嫡子) 정당임을 외쳤지만 DJ의 추인이 없었기에 구원병력은 오지 않았다. 민주당은 절박했고, 그래서 DJ를 향한 구애는 절절했다. 몸이 대단히 불편한 DJ 큰아들을 앞세우고 다녔다. 하지만 DJ의 입은 열리지 않았고 결과는 참담했다. 아침마다 동교동의 뜨락을 쓸었던 가신들이 피를 흘리며 돌아왔다. 일부 언론은 DJ가 이번 선거 결과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총선개입 대신 침묵선택 정 많은 노인네가 측근들이 흘리는 눈물을 보았으니 어찌 슬프지 않았겠는가. DJ는 꽃 지는 봄밤에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번 선거에서 이겼다. 현실은 노무현, 정동영, 박근혜, 권영길 같은 사람을 승자의 반열에 올려놓겠지만 역사는 DJ를 진정한 승자로 기록할지 모른다. 그는 이겼다. 어쩌면 그의 생애에서 가장 위대한 승리를 거뒀는지도 모른다. 자신을 다스렸기 때문이다. 그는 약속대로 정치판에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 사실 청와대를 나온 지난 1년여동안 그에게는 다시 현실정치로 복귀할 수 있는 명분과 기회가 많았다. DJ표 정책들이 후퇴 내지는 폐기되고, 자신의 햇볕 전도사들이 잇달아 구속되고, 동교동계 사람들이 모두 구악(舊惡)으로 분류되고 있는 시점에 국면전환용 반격의 횃불을 들 수도 있었다. 명예회복을 명분으로, 호남 소외를 구실로 마지막 승부를 걸어볼 만도 했다. 어찌보면 승산도 있었다. 그에겐 여전히 여러 무기가 있다. 이번 선거만 봐도 여당 대표라는 사람이 주어진 한달도 버티지 못하고 중대한 말실수를 하고 말았지만, DJ는 아직도 ‘정제된 입’을 가지고 있다. 여전히 논리적이고 판세를 읽는 안목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따르는 무리가 있다. 일각에서는 집권세력의 섭섭함, 야당의 무례함을 들먹이며 일전불사(一戰不辭)를 외쳤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세상을 정확히 읽었다. 그는 지긋지긋하게 자신을 따라다녔던 지역감정의 망령을 잘 알았다. 본인이 원하지 않았더라도, 어쩔 수 없었더라도 그는 지역감정의 한복판에 서있어야 했다. DJ는 자신이 나설수록 정치판이 혼탁해진다는 것을 알았다. DJ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틀거리며 현장을 쫓아다니는 아들에게 연민의 정이 왜 없겠는가. 추미애 의원의 삼보일배가 DJ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그는 선동하지 않았다. 그는 참았다. DJ 때문에 눈물 마를 날이 없었던 지지자들에게 자유를 주었다. 비로소 선거판에서 DJ가 사라졌다. 가장 값진 승리자일수도 그렇게 지지자들로부터 지워짐으로써 인간 김대중으로 돌아왔다. 그도 자유를 얻었다. 이제 목포나 하의도에 내려가 사람들이 내미는 탁배기를 ‘아무 복선 없이’ 받아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세상사가 정치 아닌 것이 없지만 앞으로는 함부로 ‘정치인 김대중’을 말해서는 안될 것이다. 적어도 김대중이란 인물이 ‘3김’으로 묶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복수하지 않았고 대신 고뇌하였다. 그리고 모든 것을 접었다. 그러나 봄밤이 아플 것이다. 봄이 가기 전에 이제는 늙어버린 가신들을 불러 손을 잡아주길 바란다. 소쩍새 울음을 타서 술 한잔 건네기를 바란다. 그들도 떠나갈 때가 되었음을 알 것이다. 〈김택근 편집부국장/[email protected]〉 Copyright (c)1996 - 2004, All rights reserved. Contact [email protected] for more infor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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