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탈핵]대한민국 최초 탈핵 교재가 나오기까지…
게시물ID : fukushima_36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탈핵학교
추천 : 1
조회수 : 101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3/22 00:09:39
'탈핵'을 교실에서 함부로 말하지 못한다. 고민이 없는 무채색 교실에서 핵은 딴 세상 언어이다. 하지만 올해 첫 학기부터 전북 지역 학교들에서 '탈핵'을 앞세운 교재로 공부하게 된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핵 없는 미래를 꿈꾸기 시작했다.  

'탈핵'을 말하지 않는 건 수상하다  

그는 아무 문제 없는 듯 입 닫아버린 학교가 불편했다. 진실은 서둘러 감추고 실체를 가리는 데 익숙한 태도가 괴로웠다. 전북 군산영광여고 교사 김영진(51) 씨는 학교가 '탈핵'이라는 말은 물론이고 '핵'이라는 단어도 불편하게 여기는 탓에 핵발전소가 이렇게 밤낮없이 돌아가는 것일까 싶었다.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폭발하는 것을 다들 선명하게 봤는데, 죽음의 기운이 일본을 통째로 집어삼키는 걸 봤는데, 그걸 없던 일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온갖 비리와 고장 탓에 위태위태한 핵발전소를 곁에 두고 있는 이 나라에서 '핵'이 두렵지 않다면 이상한 일이에요. '탈핵'을 말하지 않는 건 더 수상한 일입니다. 탈핵을 말하지 않는 사회, 탈핵에 침묵하는 교육, 탈핵에 눈감아 버리는 운동은 '사기'예요. 생명과 관련한 절박한 일인데 고개를 돌려버리는 건 자기를 부정하는 겁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살아갈 생물학적 토대가 망가지는 문제잖아요." 
 
 
 
...
집필진들이 군산, 부안, 서울 지역에 흩어져 있다 보니 한 번 만나기도 힘들었다. 날짜를 정해놓고 오후에 수업을 끝내고 달려온 집필진들이 만나서 4시간 정도 작업했는데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이 대표 말고는 전공한 사람도 없고 내용을 이해하는 수준이 다 다르다 보니 분량에 맞춰 이해해서 글 쓰는 것도 내용을 수정하고 정리하는 것도 어려웠다. 교사 세 명은 과학 교사이고, 두 명은 국어과 교사여서 표현 방식을 맞추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한 달에 두세 차례 일요일 아침에 만나 밤까지 꼬박 시간을 들일 수 있게 마음을 모아주셔서 고맙게 생각해요. 처음에는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암담했지만, 나중에는 되레 더 이분들이 크게 공감하고, '의미 있는 일에 함께하기 참 잘했다' 할 정도로 의식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1년 동안 함께 주말을 통으로 반납하고 공부해가면서 집필을 하고 전문가 의견을 듣고, 통계와 사실관계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오류를 잡아내 고치기를 반복하면서 주제를 하나씩 완성해갔다. 
 
........
현실에 물음표를 찍는 교육이 절실하다 

▲ 우리나라 최초 탈핵 교재가 <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란 이름으로 발간됐다. ⓒ작은것이아름답다(김기돈)
▲ 우리나라 최초 탈핵 교재가 <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란 이름으로 발간됐다. ⓒ작은것이아름답다(김기돈)  
 
 
그는 교육 현장에서 '현실'이 사라져버렸음을 지적한다. 현실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것이 교육인데, 삶이 거세된 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후쿠시마 사고가 난 뒤에도 이 사고에 대해 공부를 하지 않아요. 적어도 핵이 무엇인지, 핵발전소가 무엇인지 아이들과 이야기해봐야 하잖아요. 이런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인해 만들어지는 디스토피아는 온전히 아이들의 몫인데 침묵하는 거예요. 불편한 교육을 해야 하는 거죠. 아이들과 이 달라진 현실, 그리고 문제가 많은 현실에 대해 같이 얘기하고 공부하는 게 제대로 된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기성세대가 아이들에게 도대체 어떤 미래를 물려주려는 것일까.  

"아이들에게 '너희 꿈과 공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미래가 안전하고 평화롭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먼저 깨닫고, 힘을 모아야 한다'라고 말해 주죠. 아이들은 다 이해해요." 
  
....
 
"거리에 만국기처럼 찬성 플래카드가 내걸렸어요. 그때 저는 굉장한 충격을 받았어요. 거의 90%에 육박하는 찬성률을 보고 교육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어요. 12년 정도 공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에 대해 물음표를 찍어야 하지 않나요?"  

교사들의 용기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 용기를 내서 현실을 말하고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는 건강한 시민을 길러 내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수업시간에 핵 문제나 우리 사회 문제를 이야기하면 불순하게 여긴다. 정부나 공기업이 하는 일을 비판하면 그게 진실이든, 의미 있는 일이든 해서는 안 되는, 불온한 일이 되어버린다.  

"이 불온성을 희석시킬 수 있는 교육 자료가 교사들에게 주어진다면 교사들이 현실을 이야기할 때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 현재 우리 사회 문제점과 실체를 들여다보고 본질을 읽어내는 것이 지성이며 교육입니다. 현실을 읽어내는 눈을 갖지 못한 지성은 거짓이라고 생각해요."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났는데도 '탈핵'에 입을 닫고 있는 숨 막히는 현실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이 탈핵 교재에 실린 정치사상가 더글러스 러미스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핵발전의 대안은 '탈핵'입니다. 시한폭탄이 달린 안락의자에 사람이 앉아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당신은 그 사람에게 당장 그 의자에서 벗어나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 상황에서 만약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이 대안을 묻는다면? 그러면 누구나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대안은 그 의자에 앉지 않는 것이라고."
 
 
기사전문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24821
 
프레시안, 김기돈 기자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