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성들이 보통 말하는 '자기만족'의 논리 자체가 이미 가부장적 시선으로부터 자기를 방어하는 방어적 논리에 그친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걸론 절대 담론의 주도권을 쥘 수 없을 뿐더러 그 자체 역시 틀린 논리입니다.
인간에게 본질적으로 '자기만족'이라는 것은 똥을 싸거나, 밥을 먹거나, 자위를 하거나, 잠을 자는 것과 같은 1차적이고 생물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것 외에는 존재할 수 없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만족'은 욕구 혹은 욕망을 전제해야 합니다.
자기 만족이요?
자기 스스로 무슨 욕구를 만들어요? 신입니까?
남자들이 화장 이야기 하며 옆에서 칭얼대는 거 '자기만족' 카드를 꺼내서 공격해봤자 이길 수 없어요.
본질적으로 '자기만족'이라는 것은 허상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죠.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동물이고, 그 사회성을 우리에게서 배제한다면 우리가 당연시하는 대부분의 욕망은 사라지게 됩니다.
'화장'이라는 학습된 행위를 경험하지 않은 채 무인도에 태어나서 홀로 사는 한 인간이 자신을 치장하고 꾸미는 일을 '자기만족'이라는
본능적 개념으로 할 리가 없는 것이죠.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기 때문에 그 욕망을 충족시킴으로써 만족을 얻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점을 잊지 말고,
다른 노선으로 공격합시다.
그냥 남자때문에 화장한다는 말 자체가 병신같은 말인데 '자기만족'씩이나 되는 애매모호한 개념을 꺼낼 필요가 없는 것이죠.
그냥 이쁜 게 좋아서 한다고 하면 됩니다. 그것을 '자기만족'이라는 말로 굳이 어렵게 포장하게 되면, '이쁜 걸 좋아하는' 내 미학적 취향이, 가부장적 시선으로부터 여성의 자율적인 취향 추구 행위를 변명하는 소극적 개념으로 퇴색될 수 있습니다.
미디어에서 나올 때마다 열불나는 개념이 '자기만족'입니다.
특이한 유전자를 가진 동물이 아니고선 사회성을 배제한 '꾸미는 행위'를 '자기만족'을 위해 하지 않습니다.
공작도 교미를 위해 자신을 꾸밀 필요가 있는, 즉 사회적 요구가 있는 때에 자신을 뽐내죠.